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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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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오고 참 정신없이 살았다. 일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여유가 없었다고나 할까?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놓쳐 버린 것들이 참 많다. 생각해 보면 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라고 지금에 와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애써 웃음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지나간 일들과 내 마음을 다시금 끄집어내어 돌아보게 했다. 그것이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이후, 내 마음이 썩 나쁘지는 않다.
이 책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우스갯소리로 ‘트라우마 생겼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이 책에서도 요즘 트라우마라는 말을 많이 쓴다고 언급한다. 그런데 트라우마는 단순히 스트레스가 심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 성폭력,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삶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커다란 사건을 경험하고 받는 심리적인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저자가 상담한 사람들의 사례를 언급하는데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사람이나 지인으로부터 성추행, 성폭력을 당한 사람 등 현실에서 경험한다면 견디기 힘들 만한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견디기 힘들었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말 못할 어려움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내 삶에 큰 영향일 끼쳤었다. 그리고 그 후 20대가 되어서 교회와 주변 친구들, 가족의 도움으로 간신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벗어난 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은 걸린 것 같다. 그만큼 트라우마는 무서운 것이기에 웬만하면 트라우마에 빠질 만한 사건을 겪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고 이런저런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다 보면 내가 바라는 것만 경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여 커다란 고통을 겪는 것,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트라우마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면서 어떻게 차근차근 극복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완전한 해답은 없다. 상담하면 다시는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차근차근 설명하고 제시하는 방법과 사례를 읽다 보면 어느새 읽는 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책에 공감하게 된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그것을 접하는 것은 큰 힘이 된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함께 아파하고 화내고 눈물 흘리다 보면 얻게 되는 위로가 독자에게도 있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마법 같은 선물이다.
오늘도 난 여전히 바쁘다. 한국어 강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또 교회에서 오래 생활했기에 만났던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트라우마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본의 아니게 어려움을 준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면 마음에 찔리는 일들이 꽤 있다. 그와 동시에 여러 관계 속에서 받았던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내 마음을 너무나 쉽게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연습에서 소개한 방법들을 조금이라도 나에게 적용해 봐야겠다. 점점 겨울이 다가오는지 쌀쌀해지는 요즘이다. 마음이 쉽게 우울해지기 쉬운 이때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아 기쁘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