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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눈부신 계절 - 모든 순간, 모든 곳에 하나님이 함께 계시다
후우카 김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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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크리스천이라고 해서 성직자라고 해서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종교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지나치게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거룩한 언어, 어쩌면 조금은 이상적이고 낯선 언어로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야, 특이하네.’라고 여기며 거리를 느끼게 된다. 물론 이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신봉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인간적이지는 않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기독교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오해일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인간으로 이 땅에 오셨다. 제자들과 함께 자고 밥을 먹었으며 기뻐하고 슬퍼하셨다. 그분은 신이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분이셨다. “신이라면 이렇게 하셔야 해! 종교 지도자라면 이렇게 해야 해!”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뜨린 분이시며 우리와 같이 일상을 사신 분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종종, 아니 매번 잊어버린다. 그래서 기독교는 삶이 아니라 관념이 되고 정말 종교로 전락해 버린다.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독교 에세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책이다. 흔히 기독교 에세이라고 하면 성경 말씀이 주를 이루고 일상적이지 않은 용어와 표현이 많이 나타난다. 정말 1급수에 사는 물고기와 같은 이상적인 사람이 썼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한 명의 아주머니가 쓴 글 같다. 사역자이지만 억울할 때가 있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할 때가 있다. 생활고에 시달릴 때가 있고 가정에 크고 작은 어려움도 있다. 자녀가 신앙을 버릴 수도 있으며 일자리가 없으면 막막할 때가 있다. 그때 일부러 괜찮은 척 애써 미소를 지을 필요도 없다.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힘들 때 하나님이 침묵하시면 원망이 절로 일어난다. 그것은 정말 당연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신앙인의 이야기다. 있는 척하지 않는다. 그래서 속이 참 시원하다. 그리고 공감이 된다. 누구나 신앙인으로서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더 큰 위로가 된다.
또 이 책의 저자는 문장을 구성하고 표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우산을 살 돈이 없어 느끼는 절절함, 장아찌 하나에 느끼는 감사함, 홀로 외로운 권사님을 바라볼 때의 연민 등 다양한 사건들을 생생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강낭콩, 목도리, 드라마, 다도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보고 경험할 법한 소재들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문체만으로도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된다. 솔직히 저자의 표현력에 부러움을 느꼈다.
정말 멋진 책이다. 기독교인이라면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또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추천할만 하다. 에세이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멋진 책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힘들고 지칠 때,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을 것 같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 보라고 자신 있게 권할만한 책이 나온 것 같아서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