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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평점 :
자신이 태어난 나라보다 타국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인물들은 역사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그러하고 어쩔 수 없이 타국에 볼모로 끌려간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오늘날에도 사업이나 개인적인 흥미 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에 가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의 나라에 흥미가 많고 기회가 되면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미국의 작은 도시 리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도널드 리치는 20대 중반부터 평생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살았다. 그에게 일본은 낯설고 신기한 탐구의 대상이자 자신에게 자유를 주는 곳이었던 것 같다. 그는 일본에 속한 듯하면서도 철저히 타자의 입장에서 일본을 탐구했다. 그런 그가 오랜 기간 일본을 관찰하며 쓴 20편의 글이 이 책에 나타나 있다. 그는 일본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짧은 글을 썼는데 영화, 문자, 파친코, 패션, 키스, 어크맨, 망가, 거리두기, 열차, 이미지 산업, 자동차 문화, 여성 등 그 내용이 광범위하다. 일본인이 아닌 나는 그의 입장에서 일본을 관찰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일본인이 쓴 글이 아니기에 보다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그가 바라본 일본의 모습에서 한국 사회나 문화의 모습을 조금 엿볼 수도 있었다. 또 어린 시절 알게 모르게 받았던 일본 문화의 모습을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내 직업상 일본인과 만날 기회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일본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12장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또 교토에서 방문한 일본 산사의 정원과 같이 일본은 자연도 하나하나 계획적으로 구성한다는 이야기에도 공감이 갔다. 조금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일본인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일본의 모습을 흥미롭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부러웠던 것 중에 하나는 도널드 리치라는 외국인이 오랜 기간 일본에 살면서 일본을 관찰하고 일본에 대해 책을 저술했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도널드 리치와 같은 인물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한국에서 거의 평생을 살면서 한국을 관찰하고 연구한 누군가의 책이 있다면 꼭 읽어 보고 싶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