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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ㅣ 현대 예술의 거장
리처드 버클 지음, 이희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3월
평점 :
낯선 것에 대해 누구나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것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와 다르다고 생각되어지면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무용, 그중에서도 발레는 지금껏 전혀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분야다. 옛날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한 아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는 정도! 특히 남자 무용수라고 하면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보기에 민망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남자들이 왠지 부담스러웠다.
그런 내가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니진스키 평전을 읽게 된 건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 책은 무려 1000쪽이 넘는 대단한 분량의 책이다. 그래서 다른 책들과 달리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기간이 4주가 넘는다. 나름 도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한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람의 삶을 밀착해서 엿볼 수 있는 평전, 자서전 등의 책이 주는 감동과 깨달음은 의외로 크다. 그리고 학술서, 논문은 아니기에 조금은 독자에게 친절하게 다가온다는 장점도 있다.
이 책은 니진스키뿐만 아니라 반가운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드뷔시, 라벨, 로댕, 피카소,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언급되어서 좋았다. 그리고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까지 격동의 시기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 니진스키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봄의 제전을 공연할 때 사람들이 보였던 각양각색의 반응도 실감나게 다가왔다. 당시로선 파격적이었을 춤, 시대를 앞서가지 않았나 싶다. 오늘날에는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 누군가의 시도와 도전이 있었기에 이뤄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니진스키에게 중요한 두 만남이 있는데 첫 번째는 ‘댜길레프’와의 만남이고 두 번째는 ‘로몰라드 풀츠키’와의 만남이다. 니진스키는 이성애자다. 당시 공공연하게 예술계의 유망한 사람이 동성연애를 했다는 것은 보고 들어서 알고 있다(아! 지금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그 사실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 책의 의도가 아닐 것이다. 이후 니진스키를 사랑하고 따라다닌 ‘로몰라드 풀츠키’와 니진스키의 사랑, 그 때문에 러시아 발레와 니진스키 자신에게 불행이 생겼다는 시각도 이해는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을까라고도 생각해 본다. 그의 예술적인 능력은 그 이후 퇴색되어 가지만 그에게 암흑으로 표현되기까지 하는 남은 생애 30년이 과연 암흑이기만은 했을까?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을 추고, 30년 동안은 빛을 잃어 갔다.’
리처드 버클이 이 책에 마지막에 쓴 이 대목이 무척 와닿았다.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그의 삶이다. 신은 그에게 그런 재능을 주셨으면서 동시에 정신병을 허락하셨단 말인가? 그리고 관계의 파괴까지, 2018년에 영화로 다시 주목을 받은 퀸의 ‘프레디 머큐리’도 생각났다. 시대를 세상을 초월한 예술적 천재들은 그들의 성향과 삶마저 닮는가 보다.
긴 책을 읽어가면서 성취감을 얻었다. 인내 끝에 얻는 열매는 크든 작든 더 맛있는 법이다.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고 다 공감할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발레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나름 의미가 있는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공연과 영화를 보고 싶다. 그런 기회를 준 을유문화사에 감사드린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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