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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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모든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

 분명 이 소설은 아주 명징하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앞으로 삶을 살아가게 될 사람들에게.

 미국독립전쟁이 배경인 이 소설은 흑인 소년 옥타비안의 입을 통해 그의 기구한 삶을 전하고 있다. 그가 바라본 세상. 그가 깨닫지 못했던 세상. 그리고 그가 나즈막이 깨닫기 시작한, 아니 깨닫기 시작해버린 세상의 모습까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 되긴 했지만 분명 그것은 인간의 기나긴 역사 속에 살아 숨쉬는 뼈아픈 기억이자 기록이다.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한 소년이 고백이 이어진다.

 그는 실험대상이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실험. '인간의 이해'라는 거창한 목적으로 포장된...  실은 '백인과 흑인은 동일한 인종일 수 없다.'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한 우월함과 오만함의 산물에 불과했지만.

 보는 내내 가슴 졸였고 애가 탔으며 때때로 인간으로써 느낄수 있는 극도의 분노도 함께 느껴야 했다. 하지만 나 또한 그런 인간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인간이 최고이며, 절대주이자 창조자마저 인간의 의식 속의 어떤 존재로 조정시키는가 하면, 인간의 지식으로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 세계를 파악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하는 극단의 오만함과 이기적인 모습들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렇기에 인간을 사고 팔고, 인간을 대상으로 온갖 실험을 자행하는,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을 어떠한 죄의식도 없이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우리는 이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엄하고 평등하며 소중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공허하게 외치고 가르치려 들지 말자. 이 당연한 진리가 부당하게 무시되는 현실을 살아가게 될테니. 대신 이 책을 통해 가슴으로 그 진리를 받아들이게 해 주자. 그 경험은 너무도 놀랍고 충격적인 것이라 사람의 마음을 깨어나게 하며 행동과 인식마저 변화시켜 줄 것이니. 

 청소년 소설이라 하기엔 너무 묵직하고 깊이 있는 내용이지만, 반드시 청소년의 시기에 꼭 읽어주었으면 하고 꼽을만큼 그 가치와 영향력은 충분하다. 

 분명 청소년이 읽기엔 술술 읽히지 않을 정도의 녹록지 않은 하나하나의 문장들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빛이 난다.

 번역가의 역량 덕택에 (청소년 소설로 여러 상을 거머쥐었음에도) 성인이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인 우리의 가슴을 움켜쥘 수있는 것이리라.

 
 2권이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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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 웅진책마을 40
사토 마키코 지음, 고향옥 옮김, 장연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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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많은 '처음'을 겪어야 어른이 되는 걸까?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네 아이들의 네 가지 '처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친구들처럼 브래지어를 갖고 싶어서 몰래 혼자 브래지어를 사 아야코 이야기, 여동생에게만 관심을 쏟는 시끌벅적한 부모를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을 가져본 료헤이의 이야기,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일탈을 꿈꾸며 훔친 자전거로 처음 동네를 벗어나본 쇼고의 이야기 등에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느끼게 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들이 탁월한 묘사로 그려져 있다. 

  실제로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은 2005년에 일본 아동문학가협회가 최고의 아동문학 작품에게 주는 상인 '일본아동문학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풍부한 디테일과 절묘한 상황 설정, 뛰어난 감정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은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2편과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2편으로, 모든 네 편의 이야기가 맞물려 펼쳐진다. 네 편의 주인공들은 각 이야기에서 서로 독립적인 주인공이지만, 같은 학교, 같은 반의 아이들로 같은 마을, 같은 날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것 또한 책의 숨겨진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가진 우리들의 집 - 료헤이의 이야기>는, 빈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다섯 명의 남자아이들 이야기다. 료헤이가 친구 소타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던 중 빈집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타와 둘이서 집을 둘러보고 다쿠미, 돗, 겐을 불러들인다. 다섯 명이 모여 ‘우리들의 집’을 만든다. 이곳은 자유롭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우리들의 집이지만, 그곳에서는 친구도 방해를 하지 않는다. 집에서의 속박,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롭다. 학원갈 때 잠시 시간이 나면 이집에 들른다. 여기서 모여 무서운 얘기도 하고 만화책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집이 없어진 것을 보며 모두 허탈감을 느낀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나는 나만의 공간을 원한다. 아이들의 눈에서 또는 어른들의 눈에서 방해받지 않고, 나 혼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바란다. 아이들도 그렇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엄마에게 들킬까봐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곳, 아이들만의 자유가 있는 곳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과 똑같이 아이들도 나만의 공간, 방해받지 않은 마음은 같은데, 우리는 너무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르고 지나간다.  빈집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시금 생각을 하라고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 - 쇼고의 이야기>에는 사춘기 남자 아이들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주인공들의 일탈, 모험 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 아무 때나 소리 지르는 유스케는 쇼고와 자전거를 타다가 남의 자전거를 훔칠 것을 계획한다. 자전거 주차장에 열쇠가 채워지지 않는 자전거 한대를 발견하고 그 자전거로 공원 끝까지 가본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일탈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다시 자전거를 원래의 위치로 갖다 놓으며 다시 일상의 생활로 되돌아오게 되지만. 사춘기 때는 뭔가 모를 불만이 가득 차오르게 된다고 한다. 이 글의 유스케도 그렇지 않았을까? 쇼고 역시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을 기억하면서 그때의 두근거린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시절 재미나게 읽었던 『떡볶이 동네 아이들』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때의 나는 딱 이 책의 주인공처럼 꿈 많고 고민이 많던 열셋 사춘기 소녀였고, 그 책에 나오는 친구들의 고민을 읽으며 적잖은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하고, 때론 크게 공감하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에너지를 크게 부여받기도 했었더랬다. 이제는 스물셋. 다 큰 성인이 되어서 읽은『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도 역시 나 자신의 처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처음‘의 경험들이 모여 아이를 어른으로 키운다. '처음'을 거치지 않고서는 설렘을 알고 비밀이 있는 어른이 될 수 없다. 즉, '처음'은 아이를 어른으로 이끄는 디딤돌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처음'을 소중히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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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빨래> 초대 이벤트
뮤지컬 <빨래> 초대 이벤트 참여 후기



 

 

 

 

 

 

 

 

 

 

 

 

 

 내 인생 23년만에 처음 맞이한 이벤트 당첨이었다. 사실 이 뮤지컬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내심 평소 때와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았던지라, 막상 그 기회가 나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게다가 20명 중에 한명이 나라니!)이 하루 종일 날 들뜬 상태로 만들어주었다. 뮤지컬도 뮤지컬이지만, 일단 이런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 알라딘 이벤트 팀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잊지 못할 하루였다. 아니 잊지 못할 이틀 중의 하루였다. 나머지 하루는 뮤지컬 '빨래'와의 실제 만남을 뜻한다.

 10월의 유일한 공휴일인 개천절, 난 운좋게 이날을 받았다. 때는 10월 3일 세시.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점심과 웃음이 뭇어나는 대화와 함께, 적당히 따스한 날씨와 가벼운 발걸음과. 뮤지컬 '빨래'는 설렘을 가득 안고 온 내 가슴을 더욱 따뜻하게 여미어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뮤지컬보단 연극을 선호하는 편이다. 뮤지컬은 몇 번씩 다시 재공연되는 정말 대작 뮤지컬이 아니고서는, 음악이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거기인 소재들, 그리고 이야기 흐름에 쫓아가기 바쁜 뭔가 억지스러운 노래들. 하지만 뮤지컬이(게다가 한국 토종 창작 뮤지컬) 이렇게 색다른 소재로, 마음을 단숨에 붙잡아 이끄는 노랫말과 가락으로, 사람의 무뎌진 감각마저 부드럽게 터치할 수 있다니... 편견이 깨지는 건 순간이다. 이렇게 결정적인 경험을 할 때. 뮤지컬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서점 여직원, 외국인 노동자, 마흔이 넘은 지체부자유(장애인) 딸을 돌보는 할머니, 악덕주 밑에서 15년을 헌신하며 자신의 일자리를 지켜온 여자 등등. 그들의 고단한 서울살이 얘기가 뮤지컬 전체를 지배한다. 하지만 난 이 뮤지컬은 곧, 행복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어떤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음을 너무 참아서 목구멍이 따끔거릴정도로, 또 때론 훌쩍훌쩍 소리내어 울기도 하였지만, 결국 그건 우리 모두가, 나약한 일개 인간으로서 또 그러한 인간을 공감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때, 흘릴 수 있는 값진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슬픔으로 압축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내 안에 숨겨진 소소한 행복까지 돌아보게 해 주었다. 사회적인 약자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들은 너무 삶이 힘들고 괴롭지만, 그래도 참는다. 꿈을 위해서. 먼지가 바람을 털어내듯, 산들바람이 빨래가 머금은 물기를 바삭하게 말려주듯, 그들의 아픔도 그렇게 씻겨지고 증발되어 날아갈거라 믿으면서. 또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달동네, 또 빨래를 너는 옥상이라는 장소가 그들에게 그 희망, 꿈이라는 이상을 놓치지 않게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저 정도로 힘들진 않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뮤지컬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내 처지는 저 사람들보다 더 낫겠지만, 다들 저들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외로운 뒷모습과 축 쳐진 어깨를 엿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더 없이 공감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그들이 힘차게 자신의 꿈을 외치고, 이겨내자며 파이팅을 할 때는 더 없이 큰 에너지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뮤지컬 '빨래'는 내게 축복이었다. 나는 이벤트에 응모할 때 사실 다른 사람들처럼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글을 쓰지 못했다. 다만, 내 진심을 담아 진솔하지만 간단하게 내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지인을 통해 알게된 뮤지컬이며 너무 호평을 들었던지라 보고 싶어서 눈여겨 봐둔 작품이며, 좋은 사람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기회를 가지고 싶으며, 너무 바쁜 요즘 같은 때에 이 기회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노라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아직도 믿기진 않지만. 이 뮤지컬을 같이 볼 행운의 1인을 꼽을 때까지 난 참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더 없이 행복할 수 있었고, 그 행운의 1인과 같이 뮤지컬을 웃고 울면서 즐기고 난 후에 따뜻한 마음을 한 번 더 나누었을 때 그 행복이 배가됨을 느낄 수 있어 또 한번 행복했다. 이 뮤지컬이 정말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구겨지고 얼룩진 어제를 빨아 잘 다려진 내일을 입고 오늘을 살아요."가 모든 우리네의 현실이 되는, 풍성한 가을이 되길 바라면서 후기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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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톤 리 스튜어트 지음, 김옥수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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