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초대 이벤트
뮤지컬 <빨래> 초대 이벤트 참여 후기
내 인생 23년만에 처음 맞이한 이벤트 당첨이었다. 사실 이 뮤지컬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내심 평소 때와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았던지라, 막상 그 기회가 나에게 부여되었다는 사실(게다가 20명 중에 한명이 나라니!)이 하루 종일 날 들뜬 상태로 만들어주었다. 뮤지컬도 뮤지컬이지만, 일단 이런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 알라딘 이벤트 팀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잊지 못할 하루였다. 아니 잊지 못할 이틀 중의 하루였다. 나머지 하루는 뮤지컬 '빨래'와의 실제 만남을 뜻한다.
10월의 유일한 공휴일인 개천절, 난 운좋게 이날을 받았다. 때는 10월 3일 세시.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점심과 웃음이 뭇어나는 대화와 함께, 적당히 따스한 날씨와 가벼운 발걸음과. 뮤지컬 '빨래'는 설렘을 가득 안고 온 내 가슴을 더욱 따뜻하게 여미어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뮤지컬보단 연극을 선호하는 편이다. 뮤지컬은 몇 번씩 다시 재공연되는 정말 대작 뮤지컬이 아니고서는, 음악이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서 거기인 소재들, 그리고 이야기 흐름에 쫓아가기 바쁜 뭔가 억지스러운 노래들. 하지만 뮤지컬이(게다가 한국 토종 창작 뮤지컬) 이렇게 색다른 소재로, 마음을 단숨에 붙잡아 이끄는 노랫말과 가락으로, 사람의 무뎌진 감각마저 부드럽게 터치할 수 있다니... 편견이 깨지는 건 순간이다. 이렇게 결정적인 경험을 할 때. 뮤지컬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서점 여직원, 외국인 노동자, 마흔이 넘은 지체부자유(장애인) 딸을 돌보는 할머니, 악덕주 밑에서 15년을 헌신하며 자신의 일자리를 지켜온 여자 등등. 그들의 고단한 서울살이 얘기가 뮤지컬 전체를 지배한다. 하지만 난 이 뮤지컬은 곧, 행복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어떤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음을 너무 참아서 목구멍이 따끔거릴정도로, 또 때론 훌쩍훌쩍 소리내어 울기도 하였지만, 결국 그건 우리 모두가, 나약한 일개 인간으로서 또 그러한 인간을 공감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때, 흘릴 수 있는 값진 눈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슬픔으로 압축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내 안에 숨겨진 소소한 행복까지 돌아보게 해 주었다. 사회적인 약자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들은 너무 삶이 힘들고 괴롭지만, 그래도 참는다. 꿈을 위해서. 먼지가 바람을 털어내듯, 산들바람이 빨래가 머금은 물기를 바삭하게 말려주듯, 그들의 아픔도 그렇게 씻겨지고 증발되어 날아갈거라 믿으면서. 또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은 달동네, 또 빨래를 너는 옥상이라는 장소가 그들에게 그 희망, 꿈이라는 이상을 놓치지 않게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저 정도로 힘들진 않잖아.'라는 생각을 하고 뮤지컬을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내 처지는 저 사람들보다 더 낫겠지만, 다들 저들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외로운 뒷모습과 축 쳐진 어깨를 엿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더 없이 공감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그들이 힘차게 자신의 꿈을 외치고, 이겨내자며 파이팅을 할 때는 더 없이 큰 에너지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뮤지컬 '빨래'는 내게 축복이었다. 나는 이벤트에 응모할 때 사실 다른 사람들처럼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글을 쓰지 못했다. 다만, 내 진심을 담아 진솔하지만 간단하게 내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지인을 통해 알게된 뮤지컬이며 너무 호평을 들었던지라 보고 싶어서 눈여겨 봐둔 작품이며, 좋은 사람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기회를 가지고 싶으며, 너무 바쁜 요즘 같은 때에 이 기회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노라고.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아직도 믿기진 않지만. 이 뮤지컬을 같이 볼 행운의 1인을 꼽을 때까지 난 참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더 없이 행복할 수 있었고, 그 행운의 1인과 같이 뮤지컬을 웃고 울면서 즐기고 난 후에 따뜻한 마음을 한 번 더 나누었을 때 그 행복이 배가됨을 느낄 수 있어 또 한번 행복했다. 이 뮤지컬이 정말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구겨지고 얼룩진 어제를 빨아 잘 다려진 내일을 입고 오늘을 살아요."가 모든 우리네의 현실이 되는, 풍성한 가을이 되길 바라면서 후기를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