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작가님의 전작
<양철곰>, <빅 피쉬>, <알>과 통하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이는 대홍수와 방주 모티프 때문인데,
대홍수와 방주이야기가 성경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설화기도 하니까
작가님은 일반적 설화를 모티프로 삼으신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왜냐면, 많은 이들이 물었을 때 자신은 기독교인은 아니라고 하셨어서...
이번 책 <09:47>에서도 전작처럼 대홍수와 방주 모티프가 나와요.
데이비드 위즈너는 본인의 책을 영화기법처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자나요.. 이 책을 보고,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을 떠올리거나
영화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적 기법에 있는 '복선'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 첫 장면은
08:50...통영항 여객터미널이 보이고, 출발을 앞둔 배가 보이고,
그 배에 올라타려고 줄지어 선 이들이 보이는데,
주인공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범상치 않아요.
사람인듯 짐승인듯?
이건 마치 방주를 타는 노아가족들과 쌍쌍의 짐승들 모습이 생각나는 것이... 아..그렇다면 곧 대홍수같은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암시를 주네요.
09:30...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모습을 보고싶은 막내는 아빠에게 안겨서 갈매기들을 구경해요.
그러다 엄청난 장면을 보게 되죠. 바로 물 속에 있는 자기의 모습을.
이건 ...뭐 흡사 영화 US(어스)의 충격같다고 해야할까요?
아빠의 눈에는 그 모습이 보였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어른이 되면 더이상 방울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어요~
충격에 빠진 막내를 달래주다..엄마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갑니다.
09:47...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가 흠뻑 젖은 생쥐꼴을 하고 나오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무슨 일....그 부분은 꼭! 책으로 보셔야 해요.
어찌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화장실에서 나올 때,
그 찰나의 때(시간)인 듯 여겨지는 시간 동안에 아이는 엄청난 것들을 겪어요.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오빠, 언니 마저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경험을 한 아이.
책에는
08:50을 시작으로,
09:30, 09:47, 10:00 ... 배에서의 시간이고,
11:00... 비진도 도착,
11:50, 12:00 ... 시간이 멈추기 전까지 물 속에 있던 시간
이렇게 여러 시간들이 나오거든요..
근데, 아이는 왜...09:47의 시간으로 되돌아왔을까요?
화장실의 '문'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간이 바뀌는 것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서?
비진도에 도착하기 전 시간으로 돌아가,
작은 외침이라도 사람들에게 외칠 기회, 희망의 시간이였던 걸까요?
아무튼 바닷속의 실체와 빅 피쉬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경험한 아이는
이전에 9시 47분의 아이가 분명 아닐거에요.
<09:47>에 나오는 바다 속에는
인간들의 끝도 없는 탐욕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이 즐비해요.
전작 <빅 피쉬> 때처럼 하늘에 떠 있지 않고,
이제는 바다 속에서 살아가던 ‘빅 피쉬’의 온 몸은 쓰레기로 뒤덮였고,
그 쓰레기들로 인해 온 몸이 상처투성인 모습...
신이 인간과 피조물들을 창조하신 후,
인간에게 다스리라 하셨을 때는
이리 망가뜨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셨을텐데 우째 이럴까요 ㅜㅜ
종국에는 인간들에게 피해가 갈지라도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조차 하려 들지 않다니.
대기 오염이 심각해 아이들이 바깥에서 공놀이조차 못해도
마스크 쓰면 되지~ 하며 더 성능좋은 마스크를 만들어내고,
강당을 지어서 거기서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고,
바닷물이 오염되었다 하면, 정수시설을 어떻게 더 성능 업해서
깨끗한 물을 먹을까..아니 그 깨끗한 물을 팔까를 생각하죠.
자연을 망가뜨리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는 걸 왜 모를 까? 아니 왜 외면할까요?
왜 알려고 하지 않고, 저만치 밀어두는 것일까?
자연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왜 맨날 '개발'의 벽에 가로막히는 걸까요?
작가님은
자신만의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싶으셨던 거 아닐까.
환경을 지키는 누군가는 필요하고,
아직은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존재가 남아있다는 희망 버릴 수 없으니... 계속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그래서 작가님은
<양철곰>에서는 양철곰을 통해,
<빅피쉬>에서는 기둥바위 꼭대기에서 배를 짓는 노인을 통해,
<09:47>에서는 식구 중 제일 막내 아이를 통해
그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는 분들께
꼭 작가님의 전작과 함께 읽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 책은 꼭 소장하시라고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