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그림책 47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책빛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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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쿠치 치키 글, 그림/ 책빛)


2022년 음력 설날 아침, 아니 전날부터 펑펑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더니,

입춘 아침에도 하늘에서 소리없이 눈이 내렸다.

하늘에서 내린 눈은 언제 내렸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는데,

<눈>이 집으로 배달되어왔다.



표지를 펼치니...숲속에 함박눈이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토끼 두 마리가 어딘가 가는 중이고...



앞 면지, 뒷 면지 모두 눈이고,

한장을 넘기면

작가님의 사인과 그림이 나오고,

표제어 <눈>이라는 글자 하나, 그 아래에는 낙엽 위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 하나.

눈송이 하나로 시작되는 눈이야기!



눈송이 하나도 눈이고, 함박눈도 눈이고,

쌓인 것도 눈이고, 흩날리는 것도 눈이었네~ 싶다.



눈송이들이 바람에 춤추듯 내려오고,

폭신 폭신~ 사포시 내려앉으면

숲이 일렁인단다.



왜?



먹이를 땅이나 낙엽 아래에 숨기는 동물들은 먹이가 보이지 않게 될까봐 일렁이고,

눈이 오면 개과에 속하는 여우와 늑대같은 동물들이 신나기 때문에 일렁인단다.

눈이 와 느려진 토끼, 사슴같은 동물들을 날렵하게 달려 잡아먹기 수월하단다.

먹이가 되는 동물들은 도망가느라 일렁이고.



푸른 빛이 감도는 숲속에..

나무 뒤에 숨은 사슴과 토끼의 모습과

토끼 사냥에 성공한 여우의 모습이라니...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눈은 계속해서 내려 점점 하얀 눈세상을 만드는데..

그 눈 다 맞으며 서있는 사슴 모습..

사슴 눈망울이라 했던가,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질 것만 같네.




급박하게 일렁인 '숲 속에서의 일'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아이들은 눈이 더 내리길 원하면서

내려라 내려라 펑펑내려라 하며 즐거워하네.



눈은 차가운 바깥에서도

눈은 따뜻한 방안에서도

시선을 끌고

자꾸만 쳐다보게 하는 힘이 있네.



눈이 눈이 눈이

내리고 있네.

------------------


이 책을 처음 보고 느낀 소감같은 형식으로 적어봤어요.



작가님에 대해서는 <눈>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가님은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홋카이도가 고향이라 하시고,

실제 눈을 만지는 듯한 느낌을 주시려고,

눈을 표현할 때 맨손으로 물감을 찍으셨대요. 지문이 다 보이게~

어?

지문이 보이는 흰눈 표현...이런 거 어디서 봤는데...

맞아요. <괜찮을거야 small in the ciyt>에서 봤네요.



<눈>이라는 책, 참 묘해요.

글도 별로 없고,

그림도 그저그래 보였는데...

작가님의 그림에는

투박한 듯, 거친 듯

따뜻함이 뭍어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 있네요.


작가님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게 하구요~



요즘 그림책 그림들 중

눈 덮인 산 속 나무들 색깔에 마음이 말랑해졌는데..

<눈>에서도 핑크나무, 보라 나무, 푸른 나무들이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림책은 참 요상한 녀석이에요.

그림책 작가님들도 요상코.



<서평단 당첨으로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았지만, 마음다해 썼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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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맨 스콜라 창작 그림책 28
이명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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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맨> 이명환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어린 시절, 전 참 많이 작았어요.

키도 작았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존재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았던.

그런 저 자신과 비교하면 주위의 존재들은 모두 커보였어요.


특히, 아빠는 당시 티브에서 유행하던 맥가이버 같았고,

언니들도 키도 크고, 뭐든 잘하는 크~~~은 존재였지요.


이명환 작가님이 자신의 영웅에게 바친 이 책...<잉어맨>을 보며,

시간을 거슬러 어린시절로 잠깐 다녀온 듯 했어요.

아빠의 공구함을 들고,

조수를 자처하며 졸졸 쫓아다니던 그 시절로~


-------------



"우리 형은 잉어맨이에요"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잉어를 잡으면, 아니 잘 잡으면 잉어맨이 되나봐요.

해서, 우리의 주인공은 밤에 잉어를 잡으러 간다는 형을 따라가고 싶어하죠.

자신도 잉어맨이 되고 싶거든요.



밤이 되면 간다던 형에게 언제가냐고 물으니,

달이 높이 오르는 깊은 밤이 되어야 간대요.

그 깊은 밤을...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어버려요.


아...우리의 주인공 잘 때도

귀마개랑 목도리를 하고 자고, 쓰고 갈 모자도 옆에 있는 거 보면,

진짜 따라가고 싶은 모양인데...

그 마음을 알았을까요?

형은 자고 있는 동생을 깨워 데려가줍니다.


산길 따라 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잉어를 잡으러 가는 두 형제.

뒤에 탄 동생에게, 자신을 꽉 잡으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팁을 알려줍니다.



참을성이 있어야 해.

추워도 춥다고 하지 않아야 해.

잉어와 눈싸움을 해서, 이겨야 해.

(눈을 깜박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어.)



이런 걸 '츤데레'라고 하나요?

조금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귀찮을텐데, 동생을 그 밤에 데려가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도 알려주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이 형도 아빠나 친척? , 동네 형에게 이렇게 배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것들은 도재식으로 전수되는 것이니까요^^

동생 역시 형이 해주는 말들을 흘려듣지 않고, 잘 새겨듣습니다.



드뎌 강에 도착했어요.

잉어맨은 잉어를 잡을 만만의 준비를 해서...얼음 위로 걸어가죠.

잉어맨 형은 혼자 얼음위를 걸어가고,

동생은 혼자 강 어귀에 남겨지죠.

이 장면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생각되어지는 것은...



당당하게 가는 듯해도 저 형도 속으로 무서울지도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살다보면,

무섭지만 혼자 가야할 때도 있고,

무서워도 혼자 있어야 하는 때도 있는 건데..

전 이 나이가 되어서 그림책을 보며 새삼 다시 깨닫습니다.



잉어맨이 홀로 얼음 위에서 고군분투 하는 동안,

동생이 선 자리 옆에서 파닥이는 잉어의 소리가 들려왔어요.

어쩌나요? 갑자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찾아온 기회...

그래도 주인공은 침착하게 형이 알려준 팁을 되뇌입니다.

홀로있는 무서움과 추위도 참았고,

잉어와 눈싸움에도 이겨보려했는데...헉 형이 잘못알려준건가요?

아님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한건가요?

이런 잉어는 눈꺼플이 없네요. ㅜㅜ



잉어를 확 눌려버리고,

도망가는 잉어를 쫓아 물에 들어가 물밖으로 밀어냈고,

녀석을 꽉 끌어안았지요.

그리고, 깨닫게 되었대요.

자신이 잉어맨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말이지요.


별빛이 가득한 까만 밤,

넓디 넓은 강,

잉어를 잡고 홀로 서 있는 주인공의 뒷모습...

아이지만 깨달음도 얻은...

장면에서  한참 시선이 머물러 보게 됩니다.


나보다 앞서 살았던 이들이

어찌 살아야 하는 지...방법을 알려주지만,

실제 살다보면 그들의 방법이 나에게 들어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나의 방식으로 헤쳐나가야할 때도 있고...

그런 부분들을 이 간결한 그림책에서 다 말해주다니...놀랍기만 합니다.



양동이 한가득 잉어를 잡은 형이 돌아오고,

잉어를 잡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우리 주인공의 모습은 더이상 작지 않아요.

이제 잉어맨 대 잉어맨이 되었으니까요.


형과 동생이 그리 차이나 보이지 않는데,

표지그림에서 형만 잉어맨일 때는 그 존재감 때문인지 엄청 차이나 보이게 그리셨더라구요.



이 후의 일들도 궁금하시지요~?? 그래도 이쯤해서 마무리할게요.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래요.



이 책을 덮고 나서,

이 형제의 엄마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요.


아무리 남자아이들이라 해도, 그 쪽 지역의 아이들이 다들 그런다쳐도

밤새 아이들이 잉어잡겠다고 나가있는데... 걱정이 안되었을까?

어떻게 허락할 수 있었을까....하고.


형제가 돌아오면 먹일 밥을 지으며 어떤 기도를 드렸을까?

제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오라는 기도였지 않았을까?

많이 잡아오라는 기도는 아니였을테니...



이제 성인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즤 집 형제들을 보며...

이 책의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잉어우먼이 되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울 아이들이 살아갈...

무수히 많은 까만 밤과 넓디 넓은 강, 바다

혼자 겪을 수 밖에, 혼자 헤쳐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일들을

제가 알 수도 없고,

쫓아다니며 도와줄 수도 없지만...

돌아오고픈, 그리운 곳이 되어주어야 겠다고.

그런 집에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기다려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서평단 당첨되었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정성껏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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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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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넘 맘에 드는 <삶의 모든 색>


내 인생...흑백이 아니라,


그 지나온 모든 순간이 색으로 물들어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어 고마웠어요.


모든 컷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좋았어서 

베스트컷을 뽑는 건  너무 어려웠어요 ㅜㅜ



----------------


 

1. 첫번째 베스트컷 


이 장면을 보고서 


지나온 모든 상처가 생각났어요.


그 상처 위에 붙은 위로(밴드)도!


저절로 나은 줄 알았던 모든 상처는 주님의 손길(위로)로


나음을 입었음을... 생각나게 해주었어요.





2. 두번 째 베스트컷


빗 속에서 혼자 우산없이 있지만,


행복해 보이는 저 컷이었어요.


비를 맞아도 (고난, 힘듬을 비처럼 맞는 경우가 있더라도)


어떤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서. 





3. 세번 째 베스트 컷


힘든 가운데 나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컷을 보고서 


'아~~~난 여러 사람의 사랑으로 지금 버티고 있는 중이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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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친구 웅진 세계그림책 216
샬롯 졸로토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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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그림책포럼 서평단에 당첨되었구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받아 씁니다. ※


<안녕, 내 친구> 샬롯 졸로토 글, 벵자맹 쇼 그림 / 웅진주니어, 2021.


이 책 표지 갈색머리 아이가 만지는 돌들과 '안녕 내 친구'하는 글씨가 불빛에 반짝인답니다.


갈색머리 아이는 돌도 만져보고 그러는데,

왜 노랑머리 아이는 함께 하지 않고, 저리 흐믓하게 바라만 보는 걸까요???

전 몹시 궁금하니,

이제 책을 넘겨보겠습니다~



표지 노랑머리의 아이가 주인공 화자 '나'이고,

'나'에게는 친구가 있었어요. 로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 친구는 더없이 소중했고, 갈색머리를 하고 있었나봐요.



앗~ 과거형이네요 이러면 벌써 슬퍼지는데...우짜지~~

아...표지에서 왜 노랑머리아이는 지켜보고만 있지?? 궁금했는데...

있었다로 시작하는 글을 보니, 그림작가님의 복선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함께 숲속을 거닐고, 들꽃을 가지고 놀곤 했으며~

참방참방 개울을 건너며 반짝이는 돌을 만져 보기도 했지요.

비가 내리면 다락방에 올라가 빗소리를 함께 들었대요.

... ...

읽다보니,

둘이 정말로 좋은 추억이 많았구나 싶습니다.



둘이 한 곳을 바라보고,

뭐든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다고.... 말하는 '나'!!


어린 시절 친구와의 추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인데...

왜 이것이 과거형일까요 슬프게스리~~




일은 언제나..."어느 날" 일어나요 ㅜㅜ

어느 날 친구를 찾아갔는데, 친구가 보이지 않았어요.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거죠??

숲에 가보니, 친구는 다른 아이와 놀고 있었어요.

자기와 그랬듯이~



자기랑 하던 것들을...그 다른 아이와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몰래 봐요.

(다른 아이의 얼굴은 끝내 보여주지 않네요.

아~ '나'의 시점이라 그런 걸까요?? 쇼작가님..궁금한거 한가득이에요)

저라도 그런 일을 겪으면

도저히 그 둘 앞에 나타날 용기가 안났을 것 같아요.



'나'는 집으로 돌아와 온종일 울고, 울다가 잠이 들었대요. 

으으으앙~~~

아이 곁에서 애착인형이 슬픈 눈으로 '나'를 보는 데, 

딱 저 맘이 제 맘이에요~~ ㅜㅜ



애착인형의 마음이 '나'에게 전달된걸까요?

'나'는 울다 지쳐 잠든 그날 

그 꿈 속에서 자신에게 손내밀어 주는 새친구를 만났어요.

꿈이라도 너무 다행스럽네요~~




'나'는 그 새친구와 함께 숲도 거닐었어요.

새친구는 '나'에게 처음 보는 꽃들이 핀 새로운 길을 알려 주었대요.

그리고, 친구라면 이래야 한다를 보여주듯...



손내밀어 주고,

둘이 함께 손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았대요.



잠에서 깨어난 '나'는 생각했대요.

'친구'에 대해서 말이죠.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친구'에 대해 '나'가 그랬듯 생각하게 되요.



소중한 친구는

함께 공감해주고, 함께 울고 함께 웃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메시지... 잘 새겨봅니다.



나에게는 지금 어떤 친구가 있고,

내게 과거형이 되어버린 친구는 누가 있는 지...



솔직히 저는 이런 경험이 없지만...

지인의 아이나 조카 때문에 간접경험은 했어요.

그 두 아이로 인해

이 문제를 잘 이겨내지 못하면 어찌 되는 지 알고 있어서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겠어요.



지인의 아이는 학교를 자퇴했고,

조카의 경우도 친구 문제로 너무 힘든 사춘기시절을 보냈어요.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조카는 이제 잘 해결되었고,

지인의 아이는 아직 ing 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나'처럼 잘 이겨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인연 잘 맺고, 잘 이어갔으면 하고 바라지만,

헤어짐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그또한 잘 이겨낼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요.



이 책 원제는 The New Friend (새로운 친구)인데...

우리나라 제목은 안녕, 내 친구에요.

전 '만남의 안녕'과 '헤어짐의 안녕'을 모두 담고 있는 우리나라 제목이 더 맘에 드네요^^



벵자맹 쇼의 그림으로 40여년만에 새롭게 탄생한 <안녕, 내 친구>

그림으로 글을 더 풍성하게 해주셔서 감사했고,

친구 문제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책이라 제 소개가 미흡한 게 많이 아쉽습니다.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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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7 - 제5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2022 천보추이아동문학상 본선, 2021 한국출판문화상 본선 글로연 그림책 24
이기훈 지음 / 글로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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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 선물받았어요※

(책 너무너무 좋아서 내 돈 주고 또 샀다는 건 안비밀^^;;;)


이책은 작가님의 전작

<양철곰>, <빅 피쉬>, <알>과 통하는 부분이 많이 있어요.

이는 대홍수와 방주 모티프 때문인데,

대홍수와 방주이야기가 성경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설화기도 하니까

작가님은 일반적 설화를 모티프로 삼으신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왜냐면, 많은 이들이 물었을 때 자신은 기독교인은 아니라고 하셨어서...



이번 책 <09:47>에서도 전작처럼 대홍수와 방주 모티프가 나와요.

데이비드 위즈너는 본인의 책을 영화기법처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자나요..  이 책을 보고,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을 떠올리거나

영화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적 기법에 있는 '복선'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 첫 장면은

08:50...통영항 여객터미널이 보이고, 출발을 앞둔 배가 보이고,

그 배에 올라타려고 줄지어 선 이들이 보이는데,

주인공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범상치 않아요.

사람인듯 짐승인듯?

이건 마치 방주를 타는 노아가족들과 쌍쌍의 짐승들 모습이 생각나는 것이...  아..그렇다면 곧 대홍수같은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암시를 주네요.



09:30...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모습을 보고싶은 막내는 아빠에게 안겨서 갈매기들을 구경해요.

그러다 엄청난 장면을 보게 되죠. 바로 물 속에 있는 자기의 모습을.

이건 ...뭐 흡사 영화 US(어스)의 충격같다고 해야할까요?


아빠의 눈에는 그 모습이 보였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어른이 되면 더이상 방울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어요~


충격에 빠진 막내를 달래주다..엄마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갑니다.

09:47...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가 흠뻑 젖은 생쥐꼴을 하고 나오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무슨 일....그 부분은 꼭! 책으로 보셔야 해요.

어찌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화장실에서 나올 때,

그 찰나의 때(시간)인 듯 여겨지는 시간 동안에 아이는 엄청난 것들을 겪어요.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오빠, 언니 마저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경험을 한 아이.



책에는

08:50을 시작으로,

09:30, 09:47, 10:00 ... 배에서의 시간이고,

11:00... 비진도 도착,

11:50, 12:00 ... 시간이 멈추기 전까지 물 속에 있던 시간

이렇게 여러 시간들이 나오거든요..

근데, 아이는 왜...09:47의 시간으로 되돌아왔을까요?



화장실의 '문'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간이 바뀌는 것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해주기 위해서?

비진도에 도착하기 전 시간으로 돌아가,

작은 외침이라도 사람들에게 외칠 기회, 희망의 시간이였던 걸까요?


아무튼 바닷속의 실체와 빅 피쉬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경험한 아이는

이전에 9시 47분의 아이가 분명 아닐거에요.



<09:47>에 나오는 바다 속에는

인간들의 끝도 없는 탐욕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이 즐비해요.

전작 <빅 피쉬> 때처럼 하늘에 떠 있지 않고,

이제는 바다 속에서 살아가던 ‘빅 피쉬’의 온 몸은 쓰레기로 뒤덮였고,

그 쓰레기들로 인해 온 몸이 상처투성인 모습...



신이 인간과 피조물들을 창조하신 후,

인간에게 다스리라 하셨을 때는

이리 망가뜨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셨을텐데 우째 이럴까요 ㅜㅜ



종국에는 인간들에게 피해가 갈지라도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조차 하려 들지 않다니.



대기 오염이 심각해 아이들이 바깥에서 공놀이조차 못해도

마스크 쓰면 되지~ 하며 더 성능좋은 마스크를 만들어내고,

강당을 지어서 거기서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고,

바닷물이 오염되었다 하면, 정수시설을 어떻게 더 성능 업해서

깨끗한 물을 먹을까..아니 그 깨끗한 물을 팔까를 생각하죠.

자연을 망가뜨리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는 걸 왜 모를 까? 아니 왜 외면할까요?

왜 알려고 하지 않고, 저만치 밀어두는 것일까?

자연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왜 맨날 '개발'의 벽에 가로막히는 걸까요?



작가님은

자신만의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싶으셨던 거 아닐까.



환경을 지키는 누군가는 필요하고,

아직은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때묻지 않은 존재가 남아있다는 희망 버릴 수 없으니...  계속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그래서 작가님은

<양철곰>에서는 양철곰을 통해,

<빅피쉬>에서는 기둥바위 꼭대기에서 배를 짓는 노인을 통해,

<09:47>에서는 식구 중 제일 막내 아이를 통해

그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는 분들께

꼭 작가님의 전작과 함께 읽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 책은 꼭 소장하시라고 힘주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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