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 공주 ㅣ 우리 설화 그림책 21
박윤규 지음, 박철민 그림 / 봄봄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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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뽑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솔직한 마음으로 읽고 썼어요


[버들공주] , 박윤규 글, 박철민 그림, 봄봄




옛날 백제 왕궁에 ‘버들’이라는 이름의 아름답고 용감하고 슬기로웠던 공주가 살았어요.

아홉왕자보다도 뛰어났다는 말이 나올 만큼 총명했던 공주를 백제 사람들은 아끼고 사랑했지요.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강한 고구려가 호시탐탐 백제를 넘보고 있었고,

고구려의 장수왕 첩자 도림이라는 승려가 백제 개로왕에게 접근하고,

개로왕을 바둑에만 빠지게 만들고,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하게끔 꾑니다.

그러는 동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국력은 쇠하여 지죠.

그 때에 장수왕은 버들공주를 후궁으로 보내지 않으면 백제를 치겠다고 하고,

개로왕이 거절하자, 쳐들어 옵니다.

국력이 약하진 백제는 고구려의 침략에 무너지고, 개로왕은 죽임을 당하게 되구요.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들은 버들공주는 아버지를 그리며 강에 빠져 죽게 됩니다.

버들공주가 죽은 자리에 못보던 물고기가 생겨났고,

마치 버들공주같이 생겨 버들붕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창릉천 일대에 전해진대요.


1. 역사와 전설 사이


1) 역사

[삼국사기] 에 기록된 개로왕(455-475)은 역사적 인물이에요. 백제의 21대 왕이구요,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한성이 함락되고 아차산성에서 죽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백제 한성 시대의 마지막 왕이 된 거죠.


백제의 한성 시대가 끝난 데에는 승려 '도림'이라는 역사적 인물도 있어요.

장수왕의 첩자였던 도림은 개로왕에게 '바둑'이라는 매개로 접근하여 신임을 얻고,

궁궐이 초라하다며 화려하게 짓게 하죠.

그 바람에 국고는 텅텅 비게 되고, 강제 노역에 시달린 백성들의 원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개로왕. 고구려가 진짜 쳐들어올 것 같자, 중국의 북위(북조) 황제에게 국서를 보내게 됩니다. '제발 군대를 보내 고구려를 쳐주세요. 그러면 제가 딸을 보내겠습니다.'라고.

이미 고구려와 친하게 지내던 북위(북조) 황제는 그 국서를 장수왕에게 보여줘 버립니다.

국서를 본 장수왕은 분노하고, 3만 대군을 이끌고 백제로 쳐들어옵니다.

국력을 탕진한 백제, 막을 힘이 없었죠. 7일 만에 수도 한성이 함락되고, 도망치던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잡혀 아차산성에서 참수당하는 치욕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삼국사기]에는 안나오지만, [고구려사략], [신라사초],[일본서기] 등에 개로왕의 가족 관련 행적 일부가 나옵니다.

- 8월, 화덕이 연전연승하여 백제 도성을 포위하니, 개로왕은 오래 지킬 수 없음을 알고 먼저 처자들에게

포위를 뚫고 남쪽으로 도망가게 하였으나, 장군 풍옥이 붙잡아 바쳤다. 장수왕은 개로왕의 처 아오지, 첩 가마지, 문주의 처 오로지, 곤지(개로와 문주의 동생)의 처 자마 등 4명을 취하였다고 기록함. [고구려사략]<장수대제기>

개로왕의 바램과 달리 그렇게 되었고, 이 중 오로지만 탈출하여 훗날 문주왕이 웅진에서 즉위할 때 합류하여 왕비가 됩니다. 백제와 신라가 나제동맹을 체결하였기에, 신라원군이 도우려 왔으나 개로왕은 이미 죽었고, 한강은 함락된 후였다. 문주는 신라원군의 호위 하에 웅진으로 갔고, 그곳에서 왕으로서 다시 백제를 세워나가게 되요.

- 왕(개로왕)과 대후(수마태후),왕자 등이 적의 손에 죽었다. [일본서기] <백제기> 인용

- 개로왕의 처와 첩, 궁인은 공경과 공을 세운 여러 장수에게 하사하여 비첩으로 삼게 하였다. [고구려사략]

- 고구려 장수 재증걸루가 과거 개로왕이 자신의 처와 딸을 범한 일로, 개로왕의 후궁과 딸(공주)를 대상으로 복수했다는 기록이 있다(재증걸루는 한때 백제사람이었으나, 고구려에 망명한 인물)[신라사초]


개로왕의 딸 중 장수왕에게 잡히지 않고, 용케 살아남은 여성이 있으니, 개로왕 후궁 진씨의 소생 보옥공주에요.

- 토양(479년) 11월, 동성왕이 개로왕의 딸 보옥을 신라 아진종의 처로 삼았다.

보옥의 어머니 진씨는 장수집안이다. ~ 보옥은 키가 크고 예쁘며 정숙하고 엄하지만 큰 도랑이 있어 나라 사람이 그녀를 좋아하였다. [신라사초] <소지명왕기> 기록.


신라 아진종과 혼인한 보옥공주는 태종을 낳는데, 이 태종이 신라 지증왕 시기 우산국(울릉도)을 정벌한 이사부의 또다른 이름이라네요.

우리가 잘아는 독도는 우리땅 가사에 나오는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땅~' 할 때의 바로 그 이사부에요. 재밌지요~


2) 역사가 아닌 이야기


역사 기록 어디에도 개로왕에게 ‘버들’이라는 딸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네요.

그렇다면 버들공주는 누구일까요?

버들공주는 역사적 사실로 확인되는 인물이 아니라,

현재 고양시 창릉천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버들붕어 설화 속 인물이에요.

이 설화에 백제의 역사적 사건을 입혀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듯 보입니다.


개로왕에게 아홉 왕자가 있었다는 것도,

버들공주라는 고명딸이 있었다는 것도 앞서 살펴본 바대로라면 사실이 아니네요.

개로왕의 아들이라고 나오는 문주 태자도

[일본서기] 기록에 의하면 개로, 문주, 곤지 이 셋이 모두 한 형제라고 하니,

사실이 아닌 모양입니다.


버들공주 설명에서, 나리꽃처럼 예쁘고, 날래고 용감하고 슬기롭기도 으뜸이고,

무술마저 어느 장수 못지 않았다~ 고 되어있는데,

이 설명은 이미 살펴본 바대로 [신라사초] <소지명왕기> '보옥공주' 설명과 유사해 보입니다.

버들공주가 정말 보옥공주일까요?



[버들공주] 그림책에 따르면,

개로왕이 고명딸 버들공주를 아주 어여삐 여겼다고 하고,

승려 도림의 꾐에 빠져 있던 개로왕의 정신을 차리게 한 인물도 다름아닌 버들공주고,

백제를 지키겠다며 고구려의 후궁을 자처하는 인물도 버들공주고(개로왕이 만류함),

고구려가 쳐들어올 길목을 지키어 싸우겠다고 하는 인물도 버들공주입니다.

그녀는 갑옷을 입고 칼을 차고 한강 건너 달을성현(현 고양시) 의 성주가 되어 고구려와 싸우려 했어요.

아차산에서 참수당한 개로왕 시체는 한강에 버려졌고, 이 소식을 들은 버들공주는

적의 노리개가 되느니, 차라리 물고기가 되어 아버지를 모시겠다며 물속으로 뛰어들어요.

몇년 후, 한강 줄기인 달을성현 창릉천 강가에서는

조그맣고 갑옷입은 무사처럼 야무지게 생긴 물고기가 보이게 되고,

사람들은 그 예쁜 물고기를 '버들공주'가 변해서 된 물고기라고 '버들붕어'라고 불렀대요.



2. 역사, 기억이 되다.


[삼국사기] 속 개로왕에게는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왕, 바둑에 빠지고 도림의 계략에 빠져

수도 한성이 함락되게 했다는 간단한 기록이 전부지만,

[버들공주] 그림책에서는 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세우고 있어요.

나라가 무너지는 이야기이면서, 나라 그 자체였던 아버지를 잃는 한 딸의 이야기로 만들고 있는 거죠.


버들공주는 위기에 놓인 채 누군가에게 구해지기를 기다리는 나약한 공주가 아니에요.

갑옷을 입고 칼을 차고, 고구려군이 쳐들어올 길목을 지키죠. (개로왕이 왕자는 피신시키는 것과 대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그녀는 왕의 딸이면서 동시에 전쟁을 온몸으로 맞서는 백제를 대표하는 사람이 됩니다.

마치 백제에서는 공주도 이 정도로 할 수 있고, 이 정도 기개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아요.

위태로운 백제일지라도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누군가가 있었다고.


개로왕이 장수왕의 손에 죽고, 장수왕의 후궁이 될 처지에 놓인 버들공주는

또 한번 스스로 선택하죠. 아버지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들기로 말이죠.

설화는 이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이어갑니다.

버들공주가 사라진 자리에 나타난 물고기로.


백제와 고구려가 맞서는 공간이었으며, 백제의 마지막 ‘한강’시대가 된 그 ‘강’이

버들공주의 죽음으로 새로운 존재(버들붕어)로서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죠.

사람의 역사가 끝난 자리에서 기억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전쟁이 끝나고, 한강 유역에서 백제의 왕궁이 사라지고 개로왕, 버들공주 등은 사라졌지만

입에서 입으로 물고기 설화가 되어 다시 살아나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그림책이 아니라, 기억의 그림책에 가까워요.

‘사람들이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니까요.


역사는 큰 사건을 기록해요.

개로왕이 죽고, 성이 무너지고, 백제의 수도가 옮겨지고....


하지만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때때로 그런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그날 누군가 흘렸던 눈물, 누군가를 끝까지 기다렸던 마음, 다시 만나고 싶었던 간절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라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족을 생각했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했을 거에요.

누군가를 잊지 않기 위해 물속에서 살아남은 작은 기억처럼.

사람들은 버들붕어를 보면서 백제 공주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지금은 흔적도 없는 백제의 마지막 한강 시절의 기억을 덧입혔어요.

오래오래 기억되도록.

어쩌면 그것이 설화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가장 따뜻한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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