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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꽃 연가
서동애 지음 / 글라이더 / 2020년 11월
평점 :
제목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엄마는 마당 한쪽에 여러 채소를 심었는데, 그중 참깨도 있었다. 여름이면 보송거리는 솜털을 가득 달고 피어난 종 모양의 꽃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기억난 것이다. 그러면서 ‘참깨꽃연가’란 제목과 그림이 가슴에 훅 들어왔다.
수필은 쉽게 읽히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을 수만은 없는 장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렇듯 60편의 글은 작가, 그 자체를 말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굽이굽이 세월의 강이 지나면서 만들어낸 작가만의 길, 침식과 퇴적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작가만의 지형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일본으로 강제 노동을 갔던 아버지와 가장 노릇을 하며 지낸 어머니, 우애가 깊은 칠남매와 효심 가득한 자녀들의 말을 통해 내 주변도 돌아보게 했다. 또 튼튼이와의 첫 만남은 갓 손주를 얻은 작가의 내리사랑을 볼 수 있어 가슴이 따뜻했다.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유년의 추억들이 우무콩국, 풀치, 낙지팥죽, 화전, 붕자어국, 바지락꼬치 등 나에게 생소한 음식과 함께 전해져 새로운 향과 느낌을 주었다.
가족과 사회적인 문제에서 느낀 점들을 과장 없이 풀어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삶은 내달리기만 할 게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 같다는 반성까지 하게 된다.
표지의 수채화처럼 은은한 향기 가득한 60여 편의 글이 읽는 동안 어느새 내 가슴에 진한 참깨꽃향기로 스며든 것 같이 잔향이 오래갔다.
참, 이번에 참깨꽃말이 ‘기대하다’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작가의 다음 수필도 기대가 되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