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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진화 - 생물학적 진화에 맞선 바이오 기술의 도전 ㅣ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
양은영 지음 / EBS BOOKS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모 헌드레드". 2009년 유엔은 유엔 보고서를 통해 기대수명이 100세에 이를 미래의 인간 종을 규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인간의 기대 수명은 80세대에 머물러 있지만 모두가 100살을 넘게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1950년대만 해도 60년을 채 살지 못했던 인류가 70년 만에 백 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진 대목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연구 과제이다.
20만 년 전으로 말하는 이도 있고, 약 7만 년 전으로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함께 현생 인류의 조상과 공존하던 호모 종이 찬찬히 정리되었다. "야생동물"로서의 신체 능력은 보잘것없었던 사피엔스의 놀라운 진격이었다. 덩치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협업 능력, 하루 종일 수렵채집 활동을 하거나 40km를 걸어도 쓰러지지 않는 놀라운 지구력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강인한 개체로 힘겹게 먹이를 구하던 사피엔스는 농경 생활의 시작과 함께 대변혁을 이루었다. 식량의 대량 생산과 정착 생활. 허나 유구한 호모 종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역사인 농경 생활은 수렵채집인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었다. 인간의 몸은 사실상 여전히 수렵채집인 때의 패턴에 익숙했고 오늘날 풍요로운 문명은 인간에게 각종 질병과 고통을 선사했다. 그렇다. 이대로라면 "호모 헌드레드"는 "오래"는 살 수 있을지언정, "건강하게" 오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만들어진 진화>는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의 신작이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풍요로운 삶 속에서 오히려 고통받고 있는 비만한 인간과 화려한 유전 공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각종 만성질환, 그러한 모든 악조건을 딛고 먼 훗날 등장하게 될 "포스트 휴먼" 등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EBS "비욘드" 시리즈는 하나도 거를 것이 없었던 양서들이었다. 이번 <만들어진 진화> 역시 생명과학과 유전공학 등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더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전한다.
1960년대에는 그저 "망상"이나 "바람" 정도로 여겨졌던 냉동인간 기술은 상당히 발달하여 현재도 수천 명의 (죽은) 사람들이 극저온 캡슐 속에서 언젠가 깨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책으로써 등장했던 기술이 10년 만에 현실이 되었고,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노화를 이제 하나의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포의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는 이미 1930년대에 최초로 학계에 등장했고, 관련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이 10년 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텔로머라아제 활성을 늘려 세포를 무한 증식하게 하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미 스스로가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론을 통해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대비 30살 이상 적은 텔로미어 나이를 실현한 학자가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세포 그리고 인체의 수명을 1,000년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실버산업과 복지 시스템 등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건강하게"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다양한 만성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모두가 지나치게 풍요로운 삶과 생활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오늘날처럼 영양분이 넘치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시대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신체는 섭취하는 족족 배 아래에 두툼한 지방층을 형성한다. 암, 뇌혈관 질환, 알츠하이머성 치매, 심장질환 등 풍요가 만들어낸 만연한 만성 질환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에게 영영 "건강한" 헌드레드는 없을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를 바라보고 있는 이 시대에, 인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지금 짧게는 5년 후에 벌어질 수 있는 급격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견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여지없이 푹 빠질만한 매력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100세 인류,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명과 암, <만들어진 진화>였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