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진화 - 생물학적 진화에 맞선 바이오 기술의 도전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
양은영 지음 / EBS BOOKS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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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 2009년 유엔은 유엔 보고서를 통해 기대수명이 100세에 이를 미래의 인간 종을 규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 인간의 기대 수명은 80세대에 머물러 있지만 모두가 100살을 넘게 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1950년대만 해도 60년을 채 살지 못했던 인류가 70년 만에 백 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중요해진 대목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연구 과제이다.


20만 년 전으로 말하는 이도 있고, 약 7만 년 전으로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과 함께 현생 인류의 조상과 공존하던 호모 종이 찬찬히 정리되었다. "야생동물"로서의 신체 능력은 보잘것없었던 사피엔스의 놀라운 진격이었다. 덩치 큰 동물을 사냥할 수 있는 협업 능력, 하루 종일 수렵채집 활동을 하거나 40km를 걸어도 쓰러지지 않는 놀라운 지구력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강인한 개체로 힘겹게 먹이를 구하던 사피엔스는 농경 생활의 시작과 함께 대변혁을 이루었다. 식량의 대량 생산과 정착 생활. 허나 유구한 호모 종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역사인 농경 생활은 수렵채집인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었다. 인간의 몸은 사실상 여전히 수렵채집인 때의 패턴에 익숙했고 오늘날 풍요로운 문명은 인간에게 각종 질병과 고통을 선사했다. 그렇다. 이대로라면 "호모 헌드레드"는 "오래"는 살 수 있을지언정, "건강하게" 오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만들어진 진화>는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의 신작이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풍요로운 삶 속에서 오히려 고통받고 있는 비만한 인간과 화려한 유전 공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각종 만성질환, 그러한 모든 악조건을 딛고 먼 훗날 등장하게 될 "포스트 휴먼" 등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EBS "비욘드" 시리즈는 하나도 거를 것이 없었던 양서들이었다. 이번 <만들어진 진화> 역시 생명과학과 유전공학 등 코로나19로 인해 한층 더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전한다.



1960년대에는 그저 "망상"이나 "바람" 정도로 여겨졌던 냉동인간 기술은 상당히 발달하여 현재도 수천 명의 (죽은) 사람들이 극저온 캡슐 속에서 언젠가 깨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책으로써 등장했던 기술이 10년 만에 현실이 되었고,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노화를 이제 하나의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포의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는 이미 1930년대에 최초로 학계에 등장했고, 관련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이 10년 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텔로머라아제 활성을 늘려 세포를 무한 증식하게 하면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미 스스로가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론을 통해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대비 30살 이상 적은 텔로미어 나이를 실현한 학자가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세포 그리고 인체의 수명을 1,000년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실버산업과 복지 시스템 등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은 "건강하게"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다양한 만성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모두가 지나치게 풍요로운 삶과 생활 속에서 나온 것들이다. 오늘날처럼 영양분이 넘치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시대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신체는 섭취하는 족족 배 아래에 두툼한 지방층을 형성한다. 암, 뇌혈관 질환, 알츠하이머성 치매, 심장질환 등 풍요가 만들어낸 만연한 만성 질환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에게 영영 "건강한" 헌드레드는 없을 것이다.



"호모 헌드레드"를 바라보고 있는 이 시대에, 인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지금 짧게는 5년 후에 벌어질 수 있는 급격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견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여지없이 푹 빠질만한 매력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100세 인류, 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명과 암, <만들어진 진화>였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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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투 원 (리커버) - 스탠퍼드대학교 스타트업 최고 명강의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 지음, 이지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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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을 백만 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것은 '페이팔'이었다. 처음에는 전용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으로 결제나 거래 대금을 주고 받는 것을 기획했지만 썩 좋은 생각이 아니었고 이메일을 통해 새로운 결제 방식을 만든 셈이 되었다. 마침 불어닥친 닷컴열풍과 적절한 비즈니스 전략은 페이팔의 가치를 어마어마하게 만들었고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는 그렇게 백만 장자가 되었다. 이후 피터 틸은 페이스북, 구글 등의 초거대 기업의 초기 투자자가 되었다. 결국 피터 틸을 백만 장자, 나아가 억만 장자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인터넷 세상이었다. 그렇기에 컴퓨터 세상의 절대적인 언어 0과 1은 그에게 보다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덕분에 피터 틸은 0과 1을 통해 비즈니스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창조와 모방, 창조와 승리라는 비즈니스 전쟁의 주요한 원칙을 말이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오직 단 한 번뿐이고, 나머지는 그저 모방일 뿐이다. 0에서 1이 되지 않으면 비즈니스에서 진정한 승리란 없고, 이미 있는 1을 모방하는 것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애플, 구글 등은 바로 천지가 개벽하여 0에서 마침내 1을 탄생시킨 위대한 기업이다. 그들이 지금 세상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제로 투 원>은 사실 꽤나 오래된 책이다. 지난 2013년 자신의 모교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강의하던 피터 틸은 "진짜" 비즈니스를, "진짜" 창업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었다. MBA니, 경영학이니 이론적으로 배우는 많은 것들은 스탠퍼드라는 명문대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서는 거진 쓸 수 없는 잡기에 가까웠다. 스스로가 억만장자였던 피터 틸이 경험했던 비즈니스의 냉담하고 동시에 정열적인 이야기는 학생들을 사로잡았고 그중 한 학생이 열정적으로 적어낸 필기에 영감을 받아 저자는 <제로 투 원>을 기획하게 되었다.



피터 틸은 "1"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1은 단순히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방 불가능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니며,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뜻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정말이지 "독보적인" 위치를 지니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독점기업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의 독점 사실을 숨긴다. 구글 또한 검색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독점 기업에 가깝지만, 광고 시장에서는 그저 큰 플레이어 중 하나일 뿐이다.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술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그저 차고 넘치는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때문에 구글은 자신들이 "기술기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미국 정부 당국의 제제와 규제를 교모히 넘어간다. 동시에 구글은 "단 하나"밖에 없는 기술과 특허권을 지니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것이 100년 후에도 구글을 군림케 할 위대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반면 실제로는 독점적 지위는 커녕 발에 밟히는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인 그저 그런 회사들은 괜스레 "독점"을 강조한다. 자신들이 특정 분야에서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저 잘못된 프레임 설정과 사업 영역 해석으로 성장의 기회를 날릴 뿐이다. "1"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때문에 "1"이 된 기업들은 그 사실을 숨기며 또 하나의 "1"을 만들기 위해 조용히 전진할 뿐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투자자이기도 하다. 덕분에 스스로가 창업을 하며 경험했던 이야기도 있지만 투자자로서 소위 "대박"을 터뜨린 회사를 봐온 경험이 더 많다. 1,000개의 회사에 투자를 하면 그중 하나가 벤처캐피탈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다. 10개 정도는 소소한 성공을 거두고 나머지는 실패한다. 냉담하고도 무서운 이야기이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라면 그래서,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기하급수의 법칙과 전쟁과도 같은 비즈니스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법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때문이다.



"1"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 <제로 투 원>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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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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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억울하게 죽은 자는 더더욱 말이 없다. 다만 죽어가면서 남긴 흔적들을 전문가들이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법의학자는 그래서 매일 시체를 만난다. 창백하게 식어간, 또는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을 마주하는 것은 어느 때고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죽은 자의 억울함을 밝혀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에 임한다.



그런 법의학자마저도 죽은 자의 신호를 쉽게 찾아낼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인적이 드문 배수로에 유기되어 최소한 1년 이상 방치된 자는 사실 많은 부분이 사라져 있는 상태이다. 더구나 길을 지나던 운전자들이 버린 쓰레기와 각종 오물이 배수로를 뒤덮고 있어 시신의 사후 훼손 정도도 심하다. 적어도 그가 사망한 시간이라도 알고 싶은데. 알아내기 쉽지 않다.



이때 한 줄기 희망처럼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법의곤충학자나 법의 식물학자이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앞의 "법의"라는 단어를 빼면, 평범한 곤충학자이고 식물학자이다.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며 곤충이나 식물 등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전문가이자 집중력 있는 학자이다. 경찰들은 때로 곤충이나 식물 전문가에게 범죄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청한다. 어떻게?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한데 견딜 수 있겠느냐는 선제적인 물음과 함께. 메일로 전송된 날것 그대로의 사진을 보고 굳은 의지가 생긴다면 박물관에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생물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출동한다. 그리고 "법의"식물학자가 된다.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법의 식물학자인 마크 스펜서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식물에게 고마운 존재이다. 물론 아마존의 삼림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성인 20~30명이 껴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 수백 그루가 벌목 되고 있지만, 인간은 더러 식물에게 고마운 존재이다. 인간이 흘리는 과자 부스러기나 과일은 인간의 서식지 근처에 사는 식물들에게 좋은 양분이 된다. 그리고 때로는 인간 스스로가 좋은 양분이 된다. 꽤나 큼직하고 갖은 영양소를 잔뜩 섭취하여 성장한 개체가 아닌가. 그런 개체가 땅에 쓰러져 오랜 시간 방치되어 마침내 썩게 된다면, 많은 식물 군체는 까맣게 변색된 시신과는 상반되는 초록색 빛을 띄며 빠르게 성장한다. 법의 식물학자는 시신을 뒤덮은 식물을 보며 방치된 시간을 추정하고, 누가 언제쯤 시신을 옮기려 시도했는지 추측한다. 유기할 때 어떤 방식으로 옮겼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저자는 전문적으로 법의학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그는 시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시신과 함께 했던 식물을 본다. 식물 또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자를 대신해 많은 메시지를 던지는 개체이다. 사망한지 오랜 시간이 된 시신은 경찰들에게 큰 난제를 던져준다. 어쩌면 법의학에 이어 법의 식물학, 법의곤충학 등 분야가 나타나게 된 것은 죽은 자의 억울함을 어떻게든 풀어주려는 정의로운 사람들의 의지 덕분일지도 모른다. 이제까지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시신을 둘러싼 자연의 생태계를 통해 가능하게 된다. 덕분에 스스로가 박물관에서의 삶이 지루했다고 하던 저자 또한 섬뜩한 시신을 보러 현장에 출동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죽은 자와 죽은 자가 살려낸 식물 생태계가 만드는 모순을 더욱이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경이로움과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죽은 자를 묘사한 장면은 두어 차례 읽을 수 있었던 법의학 관련 책보다 조금 더 강렬했다. 아마 법의 식물학자를 불러야 할 정도로 시신의 유기 기간이 오래되고, 참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묘사 뒤로는 진실한 메시지를 전하는 식물과 죽은 자의 안타까움이 숨어 있었다. 허나, 법의학을 이어 법의 식물학, 법의곤충학 등이 발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죽은 자를 달래줄 방법은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모쪼록 언젠가는 그렇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이도, 영영 억울함 속에 파묻혀 있는 이도 없어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식물이 전하는 다잉 메시지,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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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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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는 "영원한 도시"가 단 하나 존재한다. 로물루스 형제가 일궈낸 작은 마을부터 시작한다면 3천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름을 잃지 않은 도시 로마이다. 훗날 지중해의 패권을 잡게 될 제국의 시초는 늑대가 기른 쌍둥이 형제들이었다. 물론 이 또한 가장 유력한 설 중 하나일 뿐이다. 흔히들 로마라는 멋진 이름이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서 왔다고 알고 있지만, 어떤 이는 로마 땅에 이방인들이 자리 잡게 만든 여인 "로마"를 따 이름을 지었다고 말한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그리스와 로마가 태동하던 시기에는 확연한 기록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로 신화가 탄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세상에 차고 넘치는 그리스와 로마 이야기에도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전설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로물루스, 카이사르, 콘스탄티누스, 트라야누스, 솔론, 알렉산더, 한니발 등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너무나 많기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작은 역사는 학자들이 으레 시간 뒤편에 묻어두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묻혀있던 이야기는 말문을 턱하고 막을 만큼 많았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그 자신도 영웅이었던 플루타르코스가 그리스 문명과 로마 제국을 일궈낸 50여 명의 영웅 이야기를 빼곡히 담아낸 책이다. 90년대 생들의 국민 도서였던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책을 통해 테세우스를 접한 이라면 미노타우루스를 물리친 테세우스가 돛을 바꿔 다는 것을 깜빡해 그의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바다에 몸을 던진 것을 기억할 것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테세우스 이야기는 조금 더 다양하고 풍성하다. 흥미를 위해 방대한 역사의 일부만을 축약한 역사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플루타르코스가 기록으로 남은 것뿐만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중 유명하거나 공신력 있는 것들을 2~3가지 이상 선별해 기록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얕게만 알고 있었던 고대 서양사의 저편을 접하며 상당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첫 시작인 1권에는 테세우스, 로물루스, 솔론, 테미스토클레스 등 10명의 영웅이 담겨 있다. 사실 그 유명한 <리비우스 로마사>나 <로마인 이야기> 등을 읽어본 적이 없어 낯선 이름들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듣게 된 그리스와 로마 이야기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허구의 픽션으로서 설정된 영웅이 아닌, 역사 속에서 실존했던 인물들이었기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사실상 보다 풍성해진 역사서에 가깝다. 적게는 4천 페이지, 많게는 1만 페이지 가까이 되는 로마사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면, 플루타르코스가 엄선한 50명의 인물들을 통해 옛 지중해 세계의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성인들을 위한 그리스로마 신화이기도 하고, 로마사 입문서이기도 하다. 플루타르코스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실존 인물들의 장구한 삶에 구전과 신화 등을 섞어 생생함을 불어넣었다. 바로 그 점이 플루타르코스 자신도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점이다. 3천 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지중해 문명의 역사를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옮길 수 있었기에.

그리스로마 신화의 위대한 서막,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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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2022 : Better Normal Life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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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이라는 단어는 사실 15년도 전에 나온 말이다. IT 관련 주식에 분명 버블은 있었지만 버블 붕괴 후에도 인터넷 혁명이 바꿀 미래는 자명했기에,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20세기 이전의 사회와는 확연히 다른 '노멀', 뉴노멀을 세계적인 학자와 기업가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은 낮아진 금리와 늦춰진 경제 성장률 등을 의미했다. 그리고 다시 2020년. 뉴노멀은 보다 포괄적인 개념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일상이 된 사회적 거리두기, 여행/항공업의 몰락, 빅테크 기업의 팽창 등 또 한번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뉴노멀"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노멀"이 되었다고 해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더 나은" 노멀을 만들어야 한다. 2019년말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시대에 짓눌린 사람들의 욕망과 불만은 이제 폭발할 수밖에 없다. 소비 심리는 다시 열린 하늘길, IT 산업 등에 몰릴 것이다. 새로워진 생활 규범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달려갈 것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2>는 어김없이 임팩트 있고 정교한 예측을 전한다. 지난 10년 간의 연구에서 느낄 수 있었듯이, 저자 김용섭 작가는 이미 3~4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새로운 "뉴노멀" 라이프를 하나 둘 발굴하여 미래와 정교하게 연결시킨다. 지난 편인 라이프 트렌드 2021에서 백신 패스, 면역 여권 등을 논하였는지 올해가 지나기도 전에 현실이 되었다. 이번 편에서 전하는 이야기 또한, 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이지만 트렌드와 경제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몇년 전부터 기민한 움직임이 포착되던 사건들이었다. 이미 시작된 흐름을 돌이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 세상이란 더욱 그런 법이다. LG전자의 스타일러는 5년이 넘는 연구 기간을 거쳐 세상에 등장했다. 낯선 기능과 높은 가격 탓에 첫 해에는 1만대가 팔리는 데에 그쳤지만 이내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을 만들어 나갔고 2022년에는 100만 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상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또한 찬찬히, 아주 찬찬히 자리를 잡아 마침내 새로운 노멀이 될 것이다. 저자는 10여 가지에 달하는 새로운 라이프를 무척 흥미롭게 전한다.

 

코로나는 사람들을 집에 틀어박히게 만들었다. 집은 더 이상 잠만 자고 쉬는 공간이 아니다. 활동적인 사람들은 집에서라도 무언가 만들어야 했다. "가드닝"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된 까닭이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이커머스 산업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를 맞이했다.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야했다. 10년 만에 리뉴얼한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1층에 커다란 가드닝 카페를 마련했고, 여의도의 ' 더 현대'는 여의도 면적을 70분의 1로 축소한 멋진 실내 정원을 만들었다. 와서 식물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아가라는 것이다. 덕분에 흙을 구워 만든 토분은 럭셔리 브랜드임에도 줄을 서서 구매하고 사람들은 주말에 농원을 찾아 근교로 떠난다. 심지어 농튜버, 이른바 농민 유튜버의 구독자가 많게는 수십 만 명에 달할 정도이다. 자연+식물+평온은 새로운 취미 생활이자 라이프가 되었다. 한 전자제품 회사는 심지어 식물 재배기를 출시하지 않았던가.

 

부캐"는 이미 2021년을 뜨겁게 장식한 키워드였다. 유명인들은 부캐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예능 컨셉을 기획했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일반인 또한 자신의 일자리에서 벗어나면 저녁에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봉사, 부업, 취미 등 다양한 부캐로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될 예정이다.

 

메타버스는 확실히 미래의 핵심적인 환경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자체가 실재의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이고, 사람들은 메타버스에서 또 다른 "자아"로 존재할 예정이다. 부캐의 개념이 아니라,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을 바꾸었고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더 큰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 가상 공간 속에서의 저작권을 보장할 수 있는 NFT 또한 이전의 비트코인 열풍을 떠올리게 하며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마침내 가상공간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만진 Z세대만이 메타버스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을까? 다가올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은 이제 메타버스에 대비해야 한다. 메타버스를 모른다면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포기하는 셈이다.

라이프 트렌드 2022에 나온 이야기에는 보다 주목하려 한다. 이미 지난 책에서 2021년을 정확히 예측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 한번 거대한 자본이, 변화가 몰려올 것이다. 또 한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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