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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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사에는 "영원한 도시"가 단 하나 존재한다. 로물루스 형제가 일궈낸 작은 마을부터 시작한다면 3천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름을 잃지 않은 도시 로마이다. 훗날 지중해의 패권을 잡게 될 제국의 시초는 늑대가 기른 쌍둥이 형제들이었다. 물론 이 또한 가장 유력한 설 중 하나일 뿐이다. 흔히들 로마라는 멋진 이름이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서 왔다고 알고 있지만, 어떤 이는 로마 땅에 이방인들이 자리 잡게 만든 여인 "로마"를 따 이름을 지었다고 말한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그리스와 로마가 태동하던 시기에는 확연한 기록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로 신화가 탄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세상에 차고 넘치는 그리스와 로마 이야기에도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전설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로물루스, 카이사르, 콘스탄티누스, 트라야누스, 솔론, 알렉산더, 한니발 등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너무나 많기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작은 역사는 학자들이 으레 시간 뒤편에 묻어두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묻혀있던 이야기는 말문을 턱하고 막을 만큼 많았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그 자신도 영웅이었던 플루타르코스가 그리스 문명과 로마 제국을 일궈낸 50여 명의 영웅 이야기를 빼곡히 담아낸 책이다. 90년대 생들의 국민 도서였던 그리스 로마신화 만화책을 통해 테세우스를 접한 이라면 미노타우루스를 물리친 테세우스가 돛을 바꿔 다는 것을 깜빡해 그의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바다에 몸을 던진 것을 기억할 것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전하는 테세우스 이야기는 조금 더 다양하고 풍성하다. 흥미를 위해 방대한 역사의 일부만을 축약한 역사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플루타르코스가 기록으로 남은 것뿐만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중 유명하거나 공신력 있는 것들을 2~3가지 이상 선별해 기록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얕게만 알고 있었던 고대 서양사의 저편을 접하며 상당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첫 시작인 1권에는 테세우스, 로물루스, 솔론, 테미스토클레스 등 10명의 영웅이 담겨 있다. 사실 그 유명한 <리비우스 로마사>나 <로마인 이야기> 등을 읽어본 적이 없어 낯선 이름들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영웅의 이야기를 통해 듣게 된 그리스와 로마 이야기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허구의 픽션으로서 설정된 영웅이 아닌, 역사 속에서 실존했던 인물들이었기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사실상 보다 풍성해진 역사서에 가깝다. 적게는 4천 페이지, 많게는 1만 페이지 가까이 되는 로마사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면, 플루타르코스가 엄선한 50명의 인물들을 통해 옛 지중해 세계의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성인들을 위한 그리스로마 신화이기도 하고, 로마사 입문서이기도 하다. 플루타르코스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실존 인물들의 장구한 삶에 구전과 신화 등을 섞어 생생함을 불어넣었다. 바로 그 점이 플루타르코스 자신도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점이다. 3천 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지중해 문명의 역사를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옮길 수 있었기에.

그리스로마 신화의 위대한 서막,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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