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 지식 브런치 마스터 에디션 ㅣ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지식 브런치 지음 / 서스테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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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8쪽이라는 분량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읽는 속도는 자꾸 붙는다. 한 꼭지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궁금해진다. ‘왜 저 나라는 저렇게 되었을까’, ‘왜 익숙한 제도와 문화는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었을까.’ 읽다 보면 호기심이 호기심을 끌어당기며 술술 넘어간다.

그동안 막연히 궁금했지만 명확히 알지 못했던 질문들에 하나씩 해답이 닿는 느낌이다. 마치 오래 가려웠던 곳을 정확히 긁어주는 효자손처럼,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세계의 빈칸들이 조금씩 채워진다.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감각이 따라오며 재미와 지식이 함께 붙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익숙하게 지나치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뉴스 속 국제 정세나 나라 간 갈등, 종교와 문화의 차이, 경제적 격차 같은 것들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역사와 지리, 기후, 민족성, 관습 같은 긴 시간의 층위 위에서 읽히기 시작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이유들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복합성을 이해하는 순간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조금 넓어진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나 사회를 단선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왜 그런 방식이 생겨났는지, 어떤 역사적 맥락과 환경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는지를. 그래서 결국 ‘왜?’라고 묻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 방대한 교양서는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조차 새롭게 연결되고,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다시 정리된다.

어쩌면 교양이란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더 넓고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히 ‘아는 것’을 늘리는 책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어느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넓어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 변화가 괜히 어깨를 살짝 으쓱하게 만들기도.

#지식브런치마스터에디션 #삶이허기질때나는교양을읽는다 #교양서
#도서추천 #북스타그램

*도서증정 @sustain_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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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웃음 -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최초의 선언 ㅣ 앳(at) 시리즈 10
엘렌 식수 지음, 이혜인 옮김 / 마티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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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언가를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해에 앞서 감각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어떤 분위기, 설명되지 않는 인상, 문장을 읽고 난 뒤 몸 어딘가에 남는 흔들림 같은 것들. 그것들은 하나의 언어적 의미보다 더 많은 것을 품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감정과 사고가 언제나 언어 안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때로는 감각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 일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엘렌 식수의 『메두사의 웃음』은 내게 그런 책이다. 낯선 개념어가 반복되고, 문장은 논리를 넘어 흘러넘치고 비약하며 방향을 튼다. 처음에는 문장마다 정확한 뜻을 붙들어야 할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단어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읽게 된다.

이 글은 어쩐지 하나의 선언문처럼 느껴진다. 지금 시대의 언어와는 또 다른 종류의 진취성이 있다. 누군가 오래된 질서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이미 단단히 굳어진 경계 자체를 흔들고 있는 듯한 인상. 여성적 글쓰기라는 개념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경계를 지우고 중심을 해체하며, 하나의 목소리와 질서로 정리되기를 거부하는 글쓰기라는 분위기만큼은 선명하게 감각된다.

그녀의 문장 자체가 이미 그러한 움직임을 닮아 있다. 문장은 어떤 정의보다 감각으로 기울고, 논리보다 해체에 가까워 보인다. 어쩌면 『메두사의 웃음』은 여성적 글쓰기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그 글쓰기 자체를 수행하는 하나의 실천처럼 여겨진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되도록 이론과 형식에 기대지 않으려 한다. 그것들을 충분히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거기에서 오는 더 나은 의미를 잘 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감정과 직관, 설명 이전의 인상과 전체적인 형상을 따라가는 편이 내게는 훨씬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흔히 무언가를 이해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만, 어쩌면 이해란 감각 이후에야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메두사의 웃음』은 충분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마치 누군가 익숙한 언어의 틈을 벌리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말하기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장면처럼. 그것은 설명되기보다 먼저 감각되는 종류의 진취성이다.

#엘렌식수 #메두사의웃음 #여성적글쓰기 #도서추천 #서평

*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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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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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통은 지나간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책을 덮고 쉬었다가 다시 펼치기를 반복했다. 소설 속 네 여성의 이야기가 고통스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소설이 그 고통을 지나치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비명도 과장도 없이, 마치 오래된 흉터를 만지듯 담담하게 건네지는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깊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폭력을 하나의 사건처럼 이해하려 한다. 어떤 일이 있었고, 누군가는 상처를 입었고, 시간이 지나 회복하거나 극복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구조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폭력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삶의 방식이 된다. 어떤 소리는 오래도록 귓속에 남고, 어떤 공포는 몸의 움직임과 표정, 침묵의 습관 속에 스며든다. 그래서 이 작품 속 여성들은 살아남았음에도 여전히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말보다, 어쩌면 견디며 지나간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이해의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왜 떠나지 못했는가, 왜 견뎠는가, 왜 침묵했는가. 소설은 그것을 설명하거나 변호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현실적인 목소리로 말해진다. 사람은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두려움과 무력감, 죄책감과 생존이 뒤엉킨 상황 속에서 삶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일은 때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통쾌한 복수도, 완전한 치유도, 희망적인 화해도 없다. 삶은 그저 고통 이후에도 이어진다. 기억은 잊히지 않고,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삶은 좋은 기억보다 좋지 않은 기억을 더 선명하게 남긴다. 우리는 잊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완전히 절망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기억을 말하는 일, 혹은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을 글로 남기는 일. 그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자기 삶을 다시 붙드는 방식처럼 보였다. 기억을 온전히 정리할 수 없어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존엄에 가까워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성’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폭력의 기억이든, 상실이든,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슬픔이든. 쉽게 부서지지 않는 감옥 같은 기억 안에서 살아가다 문득 누군가와 조심스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혼자 글을 쓰며 자신을 겨우 붙들기도 한다. 완전한 회복은 없을지 모른다. 다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건네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주 조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책은 내게 담담함이 반드시 평온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오래 고통 속에 머문 끝에 울음 대신 담담함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의 평온해 보이는 얼굴 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그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물게 만든다.

#우리는한때같은성에살았고 #김희재 #다산책방 #소설추천 #도서추천

*도서증정 @dasanchaekbang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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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이코노미 - 비트코인에서 밈까지, 오늘의 경제를 말하다
카일라 스캔런 지음, 서정아 옮김, 정승혜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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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개 경제를 숫자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금리와 물가, 성장률과 주가처럼 측정 가능한 것들이 경제를 설명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다르게 흘러간다. 같은 숫자를 보고도 어떤 사람은 희망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불안을 말한다. 같은 시장을 보면서도 누군가는 기회를 발견하고 누군가는 위기를 본다. 그렇다면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과연 숫자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믿음과 기대일까.

『스트리트 이코노미』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저자는 숫자와 그래프를 넘어 인간의 믿음과 욕망, 기대와 불안이 어떻게 현실 경제를 형성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경제를 어떻게 느끼고 해석하는지, 미래를 어떻게 기대하는지가 소비와 투자,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기대가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다시 현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지만, 사실 화폐의 가치는 집단적 신뢰 위에 존재한다. 저자는 고가의 와인 시장을 예로 들며 인간의 믿음과 욕망이 사회적 영향을 통해 얼마나 쉽게 형성되고 왜곡되는지를 보여준다. 오래된 포도주 한 병이 수천 달러에 거래되는 것처럼 화폐 역시 사람들이 그 가치를 믿기 때문에 작동한다. 경제는 객관적 사실만으로 유지되는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경제 성장의 이면도 놓치지 않는다. 생산성은 계속 증가했지만 임금은 정체되고, 자산 가격은 오르는데 주거 불안은 심화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상위 계층의 자산은 크게 증가했지만 많은 노동자는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이 경제 정책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주택을 투자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선, 저임금 구조에 의존하는 세계 경제, 금융 시스템의 과도한 비대화 역시 사람들의 삶보다 자본의 흐름을 우선시한 결과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의 문제는 수많은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며, 해결책 역시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조합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한 이론이나 정책이 모든 답을 줄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균형과 적응 능력이라는 주장에도 공감하게 된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자애와 공정함, 협력이라는 가치 역시 인상적이다. 경제는 흔히 냉정한 숫자의 세계로 여겨지지만 저자는 경제의 기반이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때 사회는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스트리트 이코노미』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현실 경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무엇보다 경제를 단순한 숫자와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문제로 확장해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 뉴스는 매일 쏟아지지만 정작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왜 사람들의 체감과 경제지표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지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결국 이 책은 경제를 통해 인간을, 인간을 통해 다시 경제를 바라보게 만든다.

#스트리트이코노미 #경제상식 #도서추천 #경제학 #서평

*도서증정 @sejong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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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 : 유럽의 뿌리 ㅣ 현대지성 클래식 75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타키투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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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 유럽의 뿌리』는 로마제국이 끝내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북방 세계, 로마의 바깥에 존재하던 게르마니족의 풍속과 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는 낯선 민족에 대한 민족지 혹은 역사 기록처럼 읽힌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남는다. 타키투스는 왜 굳이 게르마니족을 기록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오늘날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책은 단순히 “게르마니족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를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당대 로마인이 타자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타키투스가 묘사하는 게르마니족은 용맹하고 검소하며 공동체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반면 로마는 이미 사치와 권력 다툼, 정치적 타락 속에서 오래된 시민적 덕성을 잃어가던 제국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게르마니족은 단순한 타자가 아니라, 어쩌면 로마가 잃어버린 무엇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한다.

『게르마니아』는 단순한 역사서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는 야만과 문명의 경계를 탐색하는 텍스트이며, 동시에 권력과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로마인은 게르마니족을 ‘야만인’이라 불렀지만,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그 야만성의 기준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되묻게 된다. 도시와 법, 거대한 문명을 가진 로마가 과연 더 인간적인 사회였는가. 혹은 진보한 사회가 반드시 더 건강한 공동체를 의미하는가. 타키투스의 시선은 이러한 질문과 통찰을 독자 앞에 남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현대에 와서 얼마나 위험하게 오독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20세기 나치 독일은 『게르마니아』 속 묘사를 이용해 ‘순수 게르만 혈통’과 북방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인종주의적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타키투스는 혈통 우월성을 주장한 적이 없다. 그는 로마를 비판하고 성찰하기 위한 대비물로 게르마니족을 소환했을 뿐이다. 결국 문제는 텍스트 그 자체보다도, 그 텍스트를 누가 어떤 욕망과 권력 속에서 읽는가에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게르마니아』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고대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타자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 특정 집단을 이상화하거나 낙인찍는 방식, 그리고 민족주의와 권력이 어떻게 고전을 자신의 언어로 재가공하는지를 함께 읽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게르마니아』는 과거의 책이면서 동시에 놀랍도록 현대적인 책이다. 어쩌면 이 고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타인을 정말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언제나 우리 자신의 욕망과 결핍을 그 위에 투사하고 있는가.

#게르마니아유럽의뿌리 #서양고전 #현대지성클래식 #도서추천 #서평

*도서증정 @hdjs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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