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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평점 :
『낯선 집』은 재일조선인과 이주여성의 삶을 따라가며 오늘날 사회가 누구를 ‘우리’로 인정하고 누구를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지를 묻는다. 특별영주자격과 조선적, 재외동포의 시민권 문제에서부터 일본의 혐한과 역사수정주의, 한국의 난민·이주민 혐오, 재일여성이 겪어온 인종차별과 여성혐오까지,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실제 사건과 역사를 촘촘하게 연결한다. 그 과정에서 재일조선인이나 이주민을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가 아니라 여러 국가와 언어, 기억 사이에서 스스로 삶의 자리를 만들어온 주체로 바라보게 한다.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를 만든다. 국민과 외국인, 정상과 비정상,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구분은 사회를 이해하고 제도를 운영하는 데 필요하지만, 그 경계가 절대적인 것이 되는 순간 차이는 쉽게 배제의 근거가 된다. 타자를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로 규정할수록 서로의 거리는 멀어지고, 그 사이를 메울 이해와 연대의 가능성도 좁아진다.
이 책이 지금 더 의미 있게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적 불안이 깊어질수록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은 특정한 타자를 향하기 쉽다. 일본의 혐한과 한국의 난민·이주민 혐오는 서로 다른 역사와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 불안을 타자에게 투사하고 배제를 ‘상식’과 ‘안전’의 언어로 정당화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노골적인 혐오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타자화는 훨씬 세련된 언어로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은 보여준다.
물론 모든 경계를 없앨 수는 없다. 국적과 시민권, 거주와 권리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현실적으로 계속 논의되어야 한다. 모든 제도적 차이를 곧바로 차별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러나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그 경계 때문에 실제로 상처받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이 책의 힘은 어느 한쪽을 쉽게 정답으로 제시하는 데 있기보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기준이 누군가의 삶에서는 얼마나 복잡한 문제로 작동하는지를 보게 하는 데 있다.
정보와 확신이 넘쳐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을 절대적인 진실로 굳히는 태도보다 다른 위치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일 것이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고통은 쉽게 과장되어 보이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선택은 쉽게 비상식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타인에게도 나만큼 복잡한 이유와 역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다면 판단과 분노 사이에 이해의 틈이 생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이다. 내가 가진 고유함만큼 타인에게도 그만의 고유함이 있다. 내가 나로 존재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 역시 그 사람답게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이어져야 한다.
『낯선 집』은 재일여성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국적과 민족, 젠더와 이주의 문제를 지나 더 넓은 ‘타자’의 문제로 나아간다. 우리는 누구를 우리라고 부르고 누구를 ‘그들’로 바깥에 세워왔는가. 모든 불만을 분노와 혐오로 바꾸기 전에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하고 이해의 지점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는 지금, 이 책이 건네는 질문은 그래서 더욱 현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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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sakyejul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