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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국내 유일 명화 104점 수록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65
호메로스 지음, 페테르 파울 루벤스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삼천 년 동안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거의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배를 타고 몇 년씩 바다를 헤매던 인간은 하루 만에 대륙을 건너고, 신들의 뜻을 물으며 별을 바라보던 인간은 우주에 탐사선을 보낸다. 우리가 아는 세계의 크기도, 삶의 속도도, 인간이 가진 힘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런데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인간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변하지 않고 소박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 낯선 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받은 선의를 기억하는 것.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않는 것. 끝없는 복수보다 다시 함께 살아갈 길을 선택하는 것.
어쩌면 문명의 진보와 인간의 진보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삼천 년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훨씬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떻게 살아야 좋은 인간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서 답을 발견한다. 삼천 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도 너무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오래된 우리의 마음이 그 안에 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십 년을 떠돈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결국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일이다.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에 머물 기회가 있어도 그의 마음은 아내와 아들이 있는 고향을 향한다. 그에게 고향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살아온 시간이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게 하는 삶의 자리다.
이 오래된 이야기에서 낯선 이를 대하는 태도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먼 곳에서 온 나그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어 주고, 떠나는 이에게 선물을 건네며,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대를 권리처럼 여기고 타인의 것을 탐한 구혼자들은 파멸한다. 힘과 부를 얼마나 가졌는지만큼이나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한 인간의 명예와 품격을 결정한다. 삼천 년 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이 단순한 윤리는 지금도 익숙하다. 자신만을 위하는 삶보다 타인을 헤아리고 선의를 베푸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는 믿음은 오랜 시간을 지나 우리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에는 구혼자들의 죽음에 분노한 가족들이 무기를 들지만, 이야기는 끝없는 복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 적의를 거두고 다시 함께 살아갈 질서를 회복하면서 오디세우스의 긴 귀향도 끝난다. 돌아간다는 것은 떠나온 장소에 도착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디세이아』에는 신과 괴물, 전쟁과 모험이 가득하지만 긴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평범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이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낯선 이를 환대하는 마음, 받은 호의를 기억하는 마음, 욕심을 경계하고 끝내 다시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
삼천 년을 건너온 『오디세이아』가 지금도 낯설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했지만, 좋은 삶을 향한 인간의 마음은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이타케를 열망했듯 놀랍도록 오랜 시간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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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