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
김용철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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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심은 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날은 언제일까. 어쩌면 그 풍경은 정원사가 보지 못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는 나무를 심고, 꽃을 돌보고, 계절마다 같은 자리를 묵묵히 오간다.

『백년의 정원사』를 읽으며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대부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얻을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정원은 다른 시간을 바라본다. 지금의 손길이 십 년 뒤의 풍경이 되고, 백 년 뒤에는 숲이 된다. 정원사는 자신이 끝내 보지 못할 풍경을 위해 기꺼이 오늘의 수고를 다한다.

책을 읽다 문득 나의 작업도 떠올랐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릴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사라진 뒤에도 그림은 오래 남아 있지 않을까. 먼 훗날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가 내 그림을 보며 이 시대의 공기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지금의 작업은 내 삶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인간은 시간을 심는다. 화가는 그림을 남기고, 작가는 문장을 남기며, 정원사는 숲을 남긴다.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무언가를 세상에 건네려 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이 책은 내게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이 무엇을 남기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책에는 꽃과 계절에 대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하다. 잡초를 대하는 태도, 이름 없는 꽃은 없다는 시선, 보내기 싫은 마음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고백까지. 그리고 내게 가장 깊은 울림을 준 것은 정원을 바라보는 그 긴 시간의 감각이었다.

우리는 결과를 보기 위해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은 끝내 내가 다 보지 못할 미래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백 년 뒤 숲이 될 나무를 심는 사람.

그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미 자신의 시간을 넘어선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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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dalpublisher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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