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아들
데니스 존슨 지음, 박아람 옮김 / 기이프레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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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자신을 어디까지 솔직하게 내어줄 수 있는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예수의 아들』을 읽으며 여러 번 그런 생각을 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삶을 팔아 살아가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잊고 싶은 기억과 가장 감추고 싶은 얼굴을 다시 불러내어 낯선 인물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하는 일. 그래서 위대한 소설에는 언제나 작가 자신의 상처가 숨어 있다.

마약과 폭력, 방황으로 가득한 이 소설 속 세계는 낯설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몇 편을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그가 쓰고 있는 것은 마약 중독자의 삶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조차 끝내 사라지지 않는 삶에 대한 기대와 감각이라는 것을.

그가 자신의 삶을 조금도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가장 부끄러운 순간까지도 담담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 그 정직함은 문장 속에서 투명하게 빛난다. 그래서인지 공허하고 부조리하며 기꺼이 비난하고 죄를 물을 법한 장면에서조차 연민이 먼저 다가온다. 그는 다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게 할 뿐, 억지로 의미를 만들지 않는다. 그 공백은 독자 스스로 메우게 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고통을 견디기 어려운 이유는 고통 자체보다 고통을 겪는 자기 자신에게만 시선이 머물기 때문은 아닐까. 데니스 존슨은 고통 자체를 피하지 않고 응시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옮긴다. 어쩌면 그가 긴 방황의 시간을 지나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글쓰기는 자신의 상처를 끝까지 이해하려는 일이었다. 그 숭고함이 너무도 눈부셔 그의 글은 힘없는 대화 몇 마디만으로도 완전해진다.

그의 문장은 설명이나 화려한 수사보다 생략이 많다. 비어 있는 문장 사이에서 독자는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데니스 존슨이 미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독자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 인간의 가장 깊은 상처를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다는 연약한 외침은, 어느새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이 소설집은 너무 큰 것을 품고 있기에 구원이 찾아올 자리를 비워 둔다. 상처는 끝내 사라지지 않지만,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에게 문학은 깊은 위안이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저마다의 삶에서 발견한 고유한 의미들로 채워진다. 결국 인간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통과해야만 진실된 삶으로 돌아올 수 있다. 데니스 존슨은 자신의 삶과 문학으로 그 사실을 마침내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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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구매한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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