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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괴물의 시간
마크 해던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평점 :
어린 시절 읽었던 기묘한 동화, 그 숲속으로 다시 들어간 듯했다.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 순간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정신을 차려 보면 이미 인간에 대한 질문 한가운데 서 있다.
마크 해던은 오래된 신화를 오늘의 감각으로 변주하며, 그 안에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폭력과 연민을 새롭게 불러낸다. 그 과정에서 괴물은 점점 인간적으로 다가오고, 오히려 인간은 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로 변모한다.
진짜 괴물은 누구일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마크 해던의 서사적 힘이다. 여덟 편의 단편은 어느 작품을 먼저 펼쳐도 첫 문장부터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도입부는 짧고 강렬하며, 장면은 선명하게 그려지고,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이어져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게 한다.
특히 상황을 그려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인물의 행동과 공간, 분위기를 촘촘하게 쌓아 올려 독자가 직접 그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마치 그 공간을 함께 걷는 듯한 몰입감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박하고 생생하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조차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필력 덕분일 것이다.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매력은 읽는 동안 내내 순수하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신화처럼 오래 마음에 머물며 새로운 의미를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재미와 사유를 동시에 품은 이야기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크 해던은 신화를 빌려 인간을 이야기한다. 오래된 전설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려, 지금도 변함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본성을 더욱 농밀하고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이야기의 힘만으로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는 작가가 얼마나 드문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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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moonhaksoochup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