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걸
하비에르 카스티요 지음, 박설영 옮김 / 반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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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아이의 실종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의 죄책감과 트라우마, 그리고 사회가 범죄를 어떻게 소비하고 외면하는지를 파고든다.

이야기는 추수감사절 뉴욕의 퍼레이드 인파 속에서, 세 살배기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그 짧은 순간은 이후의 모든 시간을 규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순간, 그 이후로 끝없이 ‘만약’의 시간들이 반복된다. 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깊이 있게 응시하며, 범죄와 지금 사회의 모순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사건을 추적하는 여성 기자 미렌의 존재는 인상적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통해 사건에 깊이 개입하는 인물이다. 성폭력 피해자인 그녀는 실종된 아이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그 감정적 투영을 저널리즘적 집요함으로 이어간다. 그녀는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견디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모든 요소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시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장면이 재생되는 듯한 감각은, 이 작품이 영상화될 수밖에 없었음을 납득하게 만든다. 작가는 인간의 상실, 죄책감, 두려움과 같은 깊은 감정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치환해 독자로 하여금 ‘보게 되는’ 경험을 만든다. 이러한 노련한 서술 방식은 범죄 사건과 트라우마가 인물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현실임을 체감하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 것은 뉴욕의 밤거리였다. 그리고 그 도시를 넘어, 멕시코와 인도,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 여성과 아이, 약자들이 자유롭게 걷기 어려운 세계의 풍경이 겹쳐졌다. 이 소설은 허구이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은 낯설지 않다. 이 세계 어딘가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사라지고, 범죄에 노출되며, 또 누군가는 쉽게 피해자의 위치로 내몰린다.

그렇기에 《스노우 걸》은 단순한 페이지터너를 넘어선다.우리는 왜 이런 범죄를 막지 못하는지, 왜 이러한 고통은 반복되고 또 어떤 진실은 외면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질문을 남긴다.

작품 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동시에, 그 진실을 외면하는 구조 역시 분명하게 드러난다. 언론은 때로 고통을 소비하고, 사회는 사건을 빠르게 잊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약한 존재들이 가장 쉽게 희생된다.

이 소설이 갖는 의미는 범죄의 이면을 끝까지 응시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서 멈출 수 없다.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스노우 걸》은 우리가 잃어버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각, 그리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다시 일깨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재미있는 소설을 넘어, 지금 사회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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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ofanhouse.official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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