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지지 않았다 - 유대-기독교의 부흥을 위하여
에릭 제무르 지음, 김소미 옮김 / 책탑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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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기독교를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기독교는 종교를 넘어, 유럽의 정치와 법, 문화와 윤리의 토대를 이루어 왔다.

에릭 제무르는 오늘날 프랑스와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를
경제나 정치의 문제를 넘어, 정체성의 균열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책은 비교적 짧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유럽이 지나치게 보편주의와 개방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뿌리를 희미하게 만들었고,
그 틈 속에서 이민과 종교, 특히 이슬람과의 충돌이 점점 더 가시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거리에서 사라지는 교회와 늘어나는 모스크,
그리고 자신들의 이슬람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이민자 공동체의 모습은, 저자에게 단순한 변화라기보다 질서가 바뀌어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명확하다.
유럽의 근간이 되었던 유대-기독교적 전통을 회복하고,
그 안에서 다시 프랑스와 유럽의 정체성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충분히 논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정 종교와 문화에 대한 강한 비판, 그리고 위기의 원인을 비교적 단선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은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동의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장은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이 무너진 사회에서 자유가 과연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프랑스나 유럽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사회든, 개방성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자신의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오랜 시간 단일민족 국가의 정체성을 지켜온 한국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우리는 비교적 뚜렷한 정체성을 유지해 왔지만,
세계가 점점 더 연결되고 개방되면서
그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도 함께 들어오고 있다.
한국 역시 이 흐름 속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처럼 보인다.

읽기 전에는 다소 편향된 주장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그보다는
한 사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가치들, 자유, 관용, 공존이
어떤 토대 위에서 가능해지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거나 반박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밀어낼 것은 밀어내며, 지켜낼 것은 지켜내는 일.
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워가는 균형감각이
이처럼 서로 깊이 연결된 세계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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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chaektap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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