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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장의 고백
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3월
평점 :
온갖 악취가 가득한 용궁장. 그 악취의 민낯이 다섯 사람의 고백을 통해 드러난다. 인간이 애써 외면해온 감정들,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생각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 법한 잔혹한 충동들까지. 강 건너 불구경이 가장 재밌다는 말처럼, 이 이야기가 유독 흥미롭게 읽힌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 안에도 그와 닮은 어떤 기질이 존재한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간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어느 순간 그 감정에 동화되어 버린다. 이해를 넘어 때로는 동조에 가까운 감각이 스며들며 섬칫함이 감돈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 질문 앞에서 쉽게 도덕적 우위를 판단하지 못한다. 이 소설이 불편하면서도 강하게 끌리는 이유다. 타인의 극단적인 선택을 바라보며 동시에 그것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는, 인간 내면의 모순에서 비롯되는 이 감각은 무엇일까.
이 작품 안에서 선과 악은 끊임없이 위치를 바꾼다.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피해였던 경험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당한 선택의 이유가 되고, 그 선택은 다시 새로운 폭력을 낳는다. 평온해 보이는 일상 아래에서도 각자의 삶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균열을 품고 있으며, 그 균열이 극한에 다다르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믿어온 기준을 스스로 허물어버리기도 한다.
천륜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져 왔다. 이 소설은 천륜이 어떻게 개인을 묶어두는 족쇄가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했던 시간들, 그 안에서 축적된 감정들은 어떤 분노보다도 더 깊고 강렬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상태에서 비롯된 선택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균열을 만들고, 결국 용궁장의 화마 속으로 모든 것을 밀어 넣는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진 이후에야 인물들은 비로소 설명하기 어려운 평온에 도달한다. 그 평온은 어딘가 기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독자는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과연 이것을 해방이라 부를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비극인지.
『용궁장의 고백』은 과감한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이며 인간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그 경계는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닫히지 않는 감정은, 이 소설이 단순한 서사를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강력한 질문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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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dalpublisher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