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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
정지음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평점 :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이미 통과한 사람이 건네는 응원은 어쩐지 잘 와닿지 않는다. 레이스 한가운데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사람에게는 지금 당장의 한 걸음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바로 앞에서 함께 달리던 사람이 “조금만 더 가보자”고 건네는 말이 힘이 된다. 무엇이든 다 아는 선생님보다 옆자리 친구의 설명이 더 귀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지만 막상 시작하려면 막막해지는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조차 종종 글 앞에서 멈칫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쓰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써지지 않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덕분에 글쓰기가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고, 조금은 힘을 빼고 글쓰기에 다가가도 괜찮겠다는 안도감이 든다.
책 속에는 일상 속에서 글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오는 방법들이 담겨 있다. 길을 걷다가 들은 한마디를 메모해두거나, 평범한 문장 속에서도 흥미로운 단어를 발견하는 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지 쓰듯 가볍게 써보는 방식까지. 이런 작은 시도들을 통해 글을 쓰는 문턱을 낮추는 저자만의 노하우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내 글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사실은 ‘너무 나다운 이야기라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글쓰기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를 가장 잘 알고 여러 번 읽게 되는 사람 역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읽는 일에도 객관성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의 글은 가볍고 유머러스해 술술 읽힌다. 스스로의 실수나 어릴 적의 유치한 상상까지 거리낌 없이 꺼내놓는 진솔함 덕분에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게 된다. 글을 쓰는 과정이 때로는 답답하고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부분들도 많다. 덕분에 글쓰기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에서 가벼워지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용기도 샘솟는다.
어떤 날은 겨우 한 문장밖에 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앉아 있었던 시간,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 순간들 역시 모두 글쓰기의 일부라는 말은 공감과 위로가 된다. 결과만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는 과정 자체가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이 안 써지세요? 저도요』는 읽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에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슬며시 밀려온다. 거창한 글이 아니어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당장 대단한 글을 써야겠다는 의욕보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중 하나쯤은 적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아마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거창한 시작이 아니라, 일단 한 줄을 써보는 것. 그렇게 쌓인 문장들이 어느 날 나만의 이야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글쓰기만큼은 편법보다 가장 느리고 힘든 방법이 오히려 최고의 훈련법이라는 말도 깊이 남는다.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와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작더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것. 글쓰기의 여정에서 함께 달리며 손을 내미는 응원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글쓰기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저자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공감을 불러일으켜 읽는 내내 여러 번 웃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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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originals_book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