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 허블청소년 4
케빈 윌슨 지음, 박중서 옮김 / 허블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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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규정하는 말들에는 뭐가 있을까. 치기 어린, 풋풋한, 미숙한, 어설픈, 무언가 아직 정제되지 않은, 덜 여물고 유약하여 상처 입기 쉬운 것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가능한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실패를 몰라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들이 함께 떠오른다.

상처 하나에도 세계가 무너질 것처럼 굴다가도 증명하고 싶어 안달 나는 존재의 시기. 아직 스스로를 다루는 법을 몰라 세상이 나를 향해 열려 있다고 믿는 시기. 모든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처럼,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해지는 시기. 아, 써놓고 보니 무한히도 아름다운 시기가 아닌가.

『내가 만든 문장 쓰지 마세요』는 그런 10대의 아름다움과 위태로움이 뒤엉킨 순간을 그려낸다. 열여섯의 프랭키와 지크는 자신들을 증명할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것은 어떤 문장 혹은 그림일 수 있었고, 예술에 가까우면서도 장난일 수도 있었던 포스터였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 자신들의 포스터를 보고 잠시 멈춰 서는 장면에서 희열을 맛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 곳곳에 포스터를 매일같이 복사해 붙이기 시작한다.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 특별해지고 싶다는 마음,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조급함. 그것은 솔직한 고백이자 충동적인 둘만의 놀이였다.

그러나 아이들의 포스터는 의도를 넘어서 악마 숭배의 징표로, 범죄의 암호로, 집단적 공포의 증거로 소비되기 시작한다. 언론과 방송이 달라붙으며 한여름의 일탈은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까지 번지자, 아이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확장된 파장은 그들의 우정과 자아를 시험한다. 아이들에게 각 사건의 직접적인 의도는 없었지만, 사건의 발단이 자신들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여름은 성장하는 내내 자신을 규정하기도 하고, 혹은 그 경계를 허무는 기억으로 남는다.

성인이 된 프랭키에게 그 여름은 지워야 할 사건이라기보다 지금의 자신을 만든 기원에 가깝다. 지크가 기억을 밀어내려 애쓰는 동안, 프랭키는 그것을 껴안으려 한다. 상처를 삭제하는 대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태도.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속에서 되뇌어지는 문장 하나가 인간의 성장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보여준다.

그 시절에는 그토록 간절했던 무엇도, 그 의미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선명해진다. 어른이 된 후에야 비로소 이해되는 10대의 진심을 이 책은 마지막까지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가 부끄러워 감추고 싶었던 기억, 말하지 못해 봉인해 둔 문장들. 그것들은 어쩌면 삶을 망쳐놓은 사건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소중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열여섯의 치기와 과잉은 우리 안에 남아 성장한 자신을 만든다. 이해받지 못했어도, 과장되고 서툴렀어도, 그 모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10대는 미숙했지만, 동시에 가장 치열하게 ‘나’였던 시간이었다.

읽는 동안 여러 번 다시 읽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욕설과 성적인 표현, 마약이나 자살 같은 언급은 청소년 소설로서 과연 적절한가 잠시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날것의 언어야말로 10대의 감정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더 솔직하고, 거칠기에 숨김이 없는 표현들 말이다.

우리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을 순수함 속에만 머물게 하려는 건 아닐까. 깨끗하고 무해한 존재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욕망은, 때로 그들의 복잡성과 격렬함을 지워버린다. 그러나 10대는 단순하지 않다. 그들은 더 많은 호기심과 더 많은 충동, 더 많은 가능성으로 흔들리는 존재다. 미숙하지만, 그렇기에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시기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 청소년들이 더 잘 읽어 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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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정 @hubble_books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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