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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1월
평점 :
2008년 출장으로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함께한 동료는 나를 포함해 네 명이었다. 우리는 식당과 카페에서 자리를 잡는 일부터 자주 어색해졌다. 일본에는 바(bar) 형태의 좌석 배치가 많았고, 1인 좌석이 유독 눈에 띄었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 창을 향해 앉은 자리들. 결국 우리는 나란히 줄지어 앉아 식사를 해야 했고, “일본은 마주 보고 밥 먹기가 어렵네”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그때 이미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은 30%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1인 가구는 아직 낯선 존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국과 일본을 구분하던 이 풍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1인 가구는 특정 국가의 특성이 아니라 세계적 보편이 되었고,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혼자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렇게 세상은, 서로를 마주하고 앉기에는 어려운 장소가 되어갔다.
김수영의 『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이 변화의 이면을 추적한다. 이 책은 1인 가구의 증가를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의 변화로 단정 짓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로 혼자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에 놓여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결여된 사회망과 관계의 결핍이다. 충분한 소득이 있어도 식생활은 무너지고, 삶은 편리해지지만 돌봄은 사라진다. 돈은 삶의 질로 전환되지 않고, 다시 노동을 지속하기 위한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가족이 수행하던 돌봄과 연결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이를 대체할 사회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개인은 독립과 동시에 감당해야 할 위험 앞에서도 혼자가 되었다.
오래된 편견은 혼자의 삶이 언제나 자발적 선택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나 혼자 산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1인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나며, 혼자는 자유와 독립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스스로를 책임지는 성숙한 사회인의 이미지. 그러나 저자는 이 자부심의 이면을 드러낸다. 지금 시대의 자유는 종종 초과 노동과 자기 관리로 흡수되고, 관계 없는 시간은 곧 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환원된다. 개인화는 해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자기 착취의 형식이 되기도 한다.
가장 씁쓸하게 다가온 장면은 고독사에 대한 인식이다. 1인 가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 이후의 모습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집, 늦게 발견되는 몸, 그리고 그 장면이 자신의 삶 전체를 설명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는 개인의 불안이라기보다, 개인화된 사회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안전망의 공백이다.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는 사회에서 고독사는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은 1인 가구와의 대화 속에서 많은 실질적 대안의 실마리를 제공하며 우리 시대의 과제를 분명히 한다. 혼자 살아도 고립되지 않는 사회, 가족이 아니어도 돌봄이 가능한 관계, 시장과 가족 사이의 새로운 연결. 우리에게는 공동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혼자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인간의 조건은 여전히 관계에 있다. 오래전 일본에서 마주 보고 식사하기 어려웠던 그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누군가는 오늘도 홀로 식탁 앞에 앉는다. 그러나 그 고독이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
책을 덮으며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제목을 가져온 존 던의 시가 떠올랐다.
『누구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고, 대양의 일부이니. 한 덩이 흙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이 그만큼 작아지며, 곶이 줄어들거나 그대의 벗과 그대의 땅이 줄어들어도 매한가지이다. 누군가의 죽음이 나의 생명을 감소시키는 것은, 내가 인류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우리가 혼자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결코 혼자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인간은 고립된 단위가 아니라,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는 연결된 존재다. 누구의 삶도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다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묻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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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