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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서연정입니다
송다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이 책에는 따뜻하고 맛있는 밥과 사람 냄새 짙은 온기가 가득하다. 겨울밤에 읽고 있자니 식욕은 절로 돌고 마음은 몽글해지며 따스한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 자리에 잘 지어진 식사가 놓이는 것만으로 묵은 감정마저 녹아내리는 이 마법 같은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을 이완시키고 삶에 친밀성을 더한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얼마나 다정한지, 음식도 언어로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그릇에 담긴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눈앞에 소박하지만 더없이 근사한 한 상이 차려지며 읽는 내내 침을 몇 번이나 삼켰다.
가장 따뜻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늦은 주말 오후, 어머니의 도마를 두드리는 칼질 소리가 귓속을 간지럽히고 구수하고 알큰하게 풍겨 오던 된장찌개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기분 좋게 기지개를 펴던 기억.
그 순간에는 오늘 하루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이 함께했다. 방 안에 누운 채로도 나는 집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온기로 완성된 하나의 완전함처럼 느껴졌다.
음식은 늘 말을 대신했다. 괜찮다는 말, 걱정하지 말라는 말, 힘내라는 말이 식탁 위에 놓였다. 그릇에서 김이 오르고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세상은 잠시 크기를 줄였고, 밖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식사 앞에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었다.
식사는 언제나 하루의 끝이자 시작이다. 밥을 먹는 동안 실패한 날도, 별다른 일이 없던 날도 모두 같은 무게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어머니와 식탁은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저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면 흐트러진 마음은 고요해지고 삶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우리에게 저녁상이 기다려진다는 감정은 단순한 기대 이상이다. 그것은 삶이 아직 나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확신이다. 나를 무장 해제시키는 냄새와 온기, 그리고 아무 설명 없이 허락되는 쉼을 우리는 따스한 한 끼의 식사로 맞이한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대개 이렇게 소박하고 다정한 소리와 냄새의 형태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생각하기 전에 이미 몸이 기억해 내는 장면들. 우리가 식탁 앞에서 정성스러운 음식으로 온기를 채운 만큼, 삶은 충분히 다정한 무엇이 된다.
이 책은 그 다정함을 온전히 품고 있어, 매 에피소드마다 아름다운 기억을 불러오고 맛있는 식사가 눈앞에 생생히 그려진다. 에피소드마다 묵묵히 자리를 잡은 서사는 계절과 사람이 마주한 인정 어린 한 끼의 풍경을 담아내며, 깊은 삶의 다정함으로 몸속 안쪽 깊숙이까지 온기를 전한다.
책을 덮고 나니 오늘 식탁 앞에 앉는 일이 조금 더 특별해진다. 그 안온함과 감사함이야말로 삶을 껴안는 가장 다정한 처방이었음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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