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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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라는 궤도를 달리면서도 인간은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꿈을 꾼다.
데니스 존슨의 『기차의 꿈』은 그 꿈이 지나간 자리,
설명되지 않은 삶의 잔상 위에 놓인다.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삶의 중심을 잃는 비극은 크게 울지 않는다. 너무 큰 슬픔 앞에서는 오히려 침묵하게 되는것처럼, 주인공 그레이니어의 삶 또한 감정을 증명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상처를 적극적으로 치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그 생의 끝은 이상하리만큼 완전하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삶의 유연함을 본다. 모든 상처가 의미로 환원되지 않아도, 모든 상실이 극복이라는 이름을 얻지 않아도, 삶은 스스로의 리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조용한 지속이야말로 하나의 완성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떤 경이 앞에서 찬사를 보내고 싶을 때, 그 위대함을 온전히 담아낼 언어는 종종 부재한다. 그래서 ‘천재’라는 명사가 남았는지도 모른다. 다른말로는 다 담을수 없어, 우리는 그 불가능을 감당해낸 이들에게 그 이름을 허락한다. 작가 데니스 존슨 역시 그런 작가다.

『기차의 꿈』은 140여 페이지의 짧은 소설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마치 한 인간의 일생을 통째로 건너온 듯한 여운을 남긴다. 가장 평범한 삶이 가장 깊은 의미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인간의 삶이 더 큰 자연과 시간 속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스러지며, 다시 이어지는지를 이토록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은 드물다.

기차는 문명의 상징이지만, 이 소설에서 그것은 약속된 도착이 아니라 통과이며, 지나가는 흔적이다. 인간을 실어 나르지만 구할수 없고 시대처럼 빠르게 지나친다.

꿈은 이해되지 않는 기억과 죄책감, 설명되지 않은 상실로 남는다. 문명의 궤도를 달리며 살아가지만 인간은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꿈을 꾼다.

소중한 것을 한순간에 잃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풀리지 않은 채 허공에 떠 있는 우리의 삶을, 이 소설은 가만히 붙든다.

그리고 과장 없이, 하루를, 또 하루를 앞으로 보내준다.
그 레일은 기차처럼 길고 꿈처럼 아득하지만 지나간 자리는 그저 삶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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