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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 - 잘못된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마티 마카리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세상에 진짜 믿을 것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다행히도 우리의 뇌는 대개는 쉽게 지나치고 간단히 믿어버린다.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의심을 품는 일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생명과 직결된 의학의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의사에게 죽지 않는 법』의 저자 마티 마카리는 의사다. 현 FDA 국장이자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라는 이력은 이 책에 신뢰감을 더한다. 자, 얼마나 쉬운가, 신뢰라는 것이! 우리는 이처럼 ‘전문가’라는 이름에 간단히 동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고 나면, 이러한 편견 혹은 간과된 오류 위에 세워진 믿음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아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지난 수십 년간 의료계를 지배해온 여러 ‘정설’을 되짚는다.
영·유아에게 땅콩을 먹이지 말라는 근거 부족한 권고안이 미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땅콩 알레르기 국가로 만들었고, 호르몬 대체요법은 초기 연구의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치료 기회를 잃었다.
콜레스테롤은 단 한 명의 의사의 가설이 굳어지며 심장질환의 주범으로 낙인찍혔고, 항생제는 안전하다는 믿음 아래 남용되며 한 세대의 장내 환경을 무너뜨렸다. 실리콘 보형물 논란 역시 과학보다 공포와 미디어가 앞서 만든 비극이었다.
이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의학의 악의’가 아니다.
문제는 확신에 찬 선의, 그리고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 구조다.
소수의 전문가, 제한된 데이터, 관료적 집단주의가 결합될 때 의학은 과학이 아니라 관성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증거는 불편한 존재가 되고, 기존의 믿음은 수정되기보다 방어된다. 그 사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언제나 환자다.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결국 그 체계 안에 있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 일수 있다.
이 책은 의료 불신을 조장하거나 현재의 의학적 발전을 비하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의사로서 누구보다 의학을 긍정한다. 다만 의학이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권위가 아니라 절차, 확신이 아니라 겸손,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의료 윤리임을 상기시킨다.
의학은 분명 이전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우리는 죽음보다 삶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어떤 명제도 언제나 참일 수는 없다. 최선의 선택은 고정된 답이 아니라 열려 있는 가능성에 가깝다. 차이와 다름은 더 나은 결정을 만든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이 떠오른다. 대처는 내각을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우리 편’으로 채웠고, 토론은 늘 한 방향으로만 흘렀다. 그 확신은 결국 여론을 거스른 정책을 밀어붙이게 만들었고 정치적 파국으로 이어졌다. 반면 링컨은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까지 포함한 ‘라이벌 팀’을 구성했다. 끊임없이 도전받는 구조 속에서 그는 더 넓은 시야와 더 나은 판단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의학도 다르지 않다. 한 목소리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관점이 공존할 때 비로소 오류는 드러난다. 나와 다른 의견을 무조건 틀렸다고 밀어내지 않는 것, 불일치 속에서도 귀를 열어두는 것,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존중하는 자세.
진보는 언제나 하나의 확신이 아니라 여러 의심이 공존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의학을 넘어 우리에게 가장 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얼마나 쉽게 믿고, 또 얼마나 기꺼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가.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은 “뭐라고?”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뭐라고?”를 여러번 외쳤다.
많은 통념과 확신에 차 있던 상식을 뒤엎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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