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 바라본 삶 - 시대의 지성 찰스 핸디가 말하는 후회 없는 삶에 대하여
찰스 핸디 지음, 정미화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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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라는 나이는 삶의 끝을 연상시키지만, 찰스 핸디에게 그것은 오히려 삶을 가장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높이였다.
《아흔에 바라본 삶》은 인생을 다시 한 번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그가 2019년 뇌졸중을 겪은 후, 더 이상 자유롭게 타이핑을 할 수 없게 되면서 구술과 녹음을 통해 완성되었다. 말로 남기고, 다시 듣고, 덧붙이며 다듬기를 반복하는 방식. 그 집필의 리듬 자체가 이미 하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몸은 쇠해졌지만 사유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고, 오히려 더 투명해졌다. 생애 마지막을 휴식과 머무름에만 두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했고, 삶을 사랑하는 법을 멈추지 않았다. 그 열정과 지적 호기심은 삶에 대한 축복과 혜안 가득한 이야기로 더없이 풍성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죽음을 앞둔 회고록’처럼 보이지만 놀라울 만큼 유쾌하다. 절망도, 비관도 없다. 대신 매일 아침 “오, 멋진 날이구나!”라고 외치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 아흔의 나이에 이르러서도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 더 친절해질 수 있고 더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 책의 문장 곳곳에 살아 있다.

핸디가 말하는 삶의 지혜는 익숙하다.
성공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
잘못 탄 기차가 오히려 더 나은 목적지로 데려다줄 수도 있다는 역설,
어제의 해답이 오늘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겸손.
삶을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지 않고, 끝까지 열어두는 태도.

그러나 이 익숙한 진리들은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핸디만의 다정한 색을 입고 우리의 마음을 싱그러운 봄으로 변모시킨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은 늘 비슷한 얼굴로 돌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보기까지 평생이 걸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준비의 대상, 혹은 처음에 주어진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제2막처럼 읽힌다. 충분히 사랑했고, 충분히 작별했고, 충분히 누렸기에 가능한 담담함이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풍경에 작별을 고하고, 한 모금의 와인을 남긴 뒤 조용히 그때를 기다린다는 고백은 평온하고 따뜻하다. 죽음을 말하면서도 결국 그는 삶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없는지, 그리고 남은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에 대한 귀감이 된다.

《아흔에 바라본 삶》은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특별한 조언이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지 말 것. 오늘이라는 시간을 아끼지 말 것. 그리고 나이 듦을, 끝을, 변화와 작별을 두려워하지 말 것.

이 책을 덮고 나면 ‘어서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희망으로 노년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만큼 충만한 삶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오늘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깊은 전환이 시작된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이것 말고 더 무엇이겠는가.
그 외는 모두 변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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