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안녕을 말할 때
이명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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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움직이지도, 보지도 못한 채 열세 살이 된 아이를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동안 수없이 물었던 관계에 관한 질문들.”

처음 이 문장을 마주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슬픔을 떠올렸다.
어쩌지 못하는 일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좌절과 고통, 한 사람이 삶에서 겪었을 비통함 같은 것들.
나는 아마도 ‘안녕’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외로움과 이별을 먼저 상상했던 것 같다.
안녕이 사실은 좋은 의미의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품었던 추측들은 편견에 가까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린 여전히 누군가의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배경이나 사정을 다 알지 못한 채 판단하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그 판단 속에서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판단하는 순간, 당신은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는다.”
_칼 융

이 책은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의 기록’이라는 프레임보다 훨씬 넓은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중증 장애아의 엄마로서 버텨 온 지난 시간을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건 ‘아이의 아픔’이나 자신의 고통이 아니라 무너짐과 다시 서기에서 오는 회복의 기록이다.

회복의 과정은 너무 무겁거나 진지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상담심리 전공자로서 날카로운 통찰과 자조 섞인 유머를 섞어가며 관계·거리·비교·사랑·감사 같은 감정들을 해부한다.

도로 위 점선과 실선으로 인간 사이의 거리를 설명하고,
MBTI의 인기 속에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읽어내고,
감사란 ‘감정’이 아니라 ‘결심’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크게 웃었다.
누군가의 삶이란 게 결국 우리와 너무 달라 보이지만, 또 너무 닮아 있기도 해서다.
이 책 곳곳에는 대놓고 위로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따스한 ‘인간성’이 숨어 있다. 회의적인가 싶으면 어느새 기어코 흘러나오는 온기를 마주하게 된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아들의 활동 보조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작은 인사, 수영장에서의 만남 등 다양한 삶의 장면은 ‘관계’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용히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모두가 불완전하지만 흔들리면서도 다시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주 담백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조금 들여다보는 일,
볼품없는 곳에서 빛 한 줄기를 찾아내는 일뿐일지라도,
우리는 결국 상처를 통해 빛이 들어오는 틈을 발견한다.

“세상은 모두를 부수지만, 대부분은 부서진 자리에서 더 강해진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

이 책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안부이자,
누군가와의 이별이자,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안녕이다.
나는 그 안녕 속에서 미소와 오래 머물렀고,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조금 더 유연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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