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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세계 -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오래된 감각에 대하여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나지윤 옮김 / 소용 / 2025년 11월
평점 :
사랑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 모호한 나머지,
우리가 아는 것은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랑과 행복이 동의어가 아닌 것 역시 사랑의 모호함을 말해준다. 그 사랑을 통해 불행해지더라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기도 하니 말이다.
“인간은 사랑만 있다면 행복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도스토옙스키는 말했다.
“슬픔 속에서도 사랑만 있다면 감미롭다”고.
그 감미로움에 취해, 행복과 불행 사이의 줄다리기에 자신을 내모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사랑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연애 감정이나 심리적 유대 같은 통속적 사랑의 의미를 넘어, 역사 속 철학자들의 언어와 사유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이르는 통찰을 보여준다.
사랑은 감정이나 사건이 아니라, 인간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나의 ‘경험’이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경험이란 세상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란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다.”
우리는 세상을 경험한다거나 어떤 대상에 대해 경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경험의 주체는 어떤 대상이 아니라, 대상에 반응하는 자신이라는 것이다.
사랑 또한 대상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했는가에서 비롯된다.
진실된 경험을 통해서만 진정한 사랑도 가능해진다.
진실된 경험이란 더 크고 많은 경험이나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고 사소하거나 아주 일상적이더라도, 진실된 경험은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이해를 동반한다.
나아가 상대에 대한 조건 없는 이해를 갖게 하며, 이러한 진실된 경험을 거듭한 사람은 마침내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된다.
사랑은 특정인을 향한 감정이나 관계의 목적이 아니다.
사랑은 목적도, 수단도, 사회적 시선도 초월한다.
상대의 조건이나 연애 감정조차 필수 요소가 아니다.
그런 외적 요소를 넘어서 존재하는 사랑은 우리를 자기 자신 너머의 세계로 이끈다.
사랑은 나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자아를 더 큰 차원으로 인도하는 경험이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자기 바깥의 세계를 배우지만, 동시에 자기 내면에 감춰진 깊이와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래서 사랑은 아프고도 아름답고, 모호하면서도 절대적이며, 현실의 고통을 동반하면서도 삶을 다시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사랑이라는 세계』는 바로 그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이 책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진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하지만, 그 답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자신의 경험과 변화 속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사랑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만이 도달하는 세계라는 것.
그 세계는 타인을 향하지만, 그 문은 언제나 진실된 자아와 경험 속에 선 자신에게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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