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사는 법 - 일, 사랑, 인간관계가 편해지는 심리 기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잊을만하면 한번씩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 저자,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책이다. 타인의 눈치를 많이보는 삶의 방향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있는 일본인들의 삶의 방식 때문인지 그는 항상 "뭐, 어때? 괜찮아요"라고 말하기 때문에 지치거나 힘들때 읽으면 꽤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실 그의 책들은 거의 에세이에 가까울 정도로 읽기 쉽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술술 읽기 좋은 책이다.

<p.7 우리가 그 사람은 적당히 일한다고 말할때. 대체로 그 말 속에는 조금 부정적인 평가가 포함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이때 적당히라는 말은 단정하지 않은, 칠칠치 못한, 대충대충, 부실한, 무책임한, 쓸모없는 이라는 말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 정서상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부정적인 부분애서 항상 경쟁하는 듯해서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적당히'를 참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내 전직장 상사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는데 언제나 적당히를 대충대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그딴식으로 적당히 대충대충 할거면 아예 하지마! 때려쳐!"라고 소리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많은 "꼰대"들이 적당히가 아닌 최선을 다해 내 모든 열정과 노력과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꼰대들에게 반발하는 한편, 어느새 그들에게 세뇌된 것인지 우리도 어느샌가 적당히 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대충하여 실수나 실책이 반복되면 안된다. 하지만 굳이 불필요한 업무까지 해가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을까? 적당히 일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는 번아웃되어 퇴근후에 무기력하게 쳐져있는 인생은 이제 너무 지겹다.

<p.67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고 말하면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사실은 ~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습니까?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세요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의례 그 나이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특히나 어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자식세대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도 모르게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래가지고 뭐 해 먹고 살건데?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대기업에 가는게 최고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붙잡혀 있는 주박과도 같은 말이다.
나도 한때 도대체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많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회사를 그만두고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놀랍게도 나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다. 작가가 된다거나, 해외에서 책의 판권을 사와 출판한다거나, 외국어를 배워 번역가가 된다던가. 하고 싶은 일이 죄다 책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스스로도 너무 놀라고 소름이 돋았다. 내 취미가 독서이긴 하지만 한번도 내가 출판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했을때가 내가 이직한지 얼마 안되었을때 일인데, 내가 이직한 회사에 큰 만족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무의식 중에 나는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고, 비록 직접 출판에 영행을 미치는 일은 아니지만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일에 대한 흥미가 많이 붙었다(물론 이전 직장과 달리 꼰대 상사를 만나지 않은 만족도 클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대기업을 가고자 청춘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오랜시건 취업을 준비하지만 사실은 어느샌가 목적과 목표가 뒤바뀐걸 모르고 산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경제적인 불안감때문에 행복하지 않아서 안정적이고 급여가 큰 직장을 고르는 것인데 어느샌가 내 행복은 뒷전이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은 내 인생의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p.80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이득이 없는 시시한 일이라도, 쓸모없는 일이라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쓸데없는 일이 진짜 재미있다>

이 문장을 보고 정말 빵 터지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남들이, 특히 부모님이 쓸데없다고 말하고 만류하는 생산적이지 못한 취미생활이 사실 정말 신나고 재미있지 않나? 쓸데없으면 어떤가? 그것이 내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면 그 자체로 나에게는 쓸모있는 일이 아닌가?

<p.101 설레지않은 사람과는 가급적 만나지 않는 편이 좋고, 설레지않은 모임에는 가급적 가지 않는편이 좋으며, 설레지 않은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설레는 마음만을 기준으로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와 일상, 인생을 확고하게 다지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결국 그 용기를 내기 싫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참아가며 계속하다가 자신을 흐리멍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것들이 좀 안타깝습니다>

이 문장에 저자가 강의를 하고 책을 쓰는 이유가 담겨있는 것 같다. 나는 항상 타인의 평가와 수군거림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은 동경하는 동시에 질투해왔다. 나는 그런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처럼 행동해보려고 노력한 적은 있지만, 그때마다 맘속으로는 엄청 신경쓰고 마음졸이면서 겉으로 신경쓰지 않는 척, 대범한 척 하려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포기했다.
저자 또한 용기를 내지 못하다 후에 용기를 낸 사람으로서 타인에게도 이 용기를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듯 한데 솔직히 삶의 방식을 바꾸는게 쉽지 않아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아닌척 내 마음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기. 내가 너무도 닮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p.138 자신은 그다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자신은 그 일이 그렇게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 않는데, 남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칭찬하거나 부탁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요? 바로 그 일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남글이 칭찬하거나 부탁한다는 것은 칭찬하는 사람이나 부탁하는 사람이 어려워하는 일을 당신은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재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나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말이다. 사실 나는 옛날부터 발표나 강의 같은걸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고, 강사같은걸 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사실 나는 내 지식을 뽐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타인에게 알려주고,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지거나 이해하는데서 오는 쾌감이 매우 컸다. 그러나 현재는 회계일이라는, 타인에게 강의하는 것과는 참 먼 일을 하고 있다. 물론 회계업무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일도 충분히 적성에 맞고,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은퇴를 하거나 두 개의 직업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그 때는 이러한 나의 재능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봉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려운 말도, 복잡한 이야기도 없는 책이지맠 곱씹어 생각해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지치고 인생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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