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자본 -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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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긍정이나 동조의 글일 것이라 기대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의 책이었다.

이 책은 매력자본이라는 저자의 논문을 구성을 일부 편집하여 출판되었다.
저자는 사회적 자본이나 인적자본의 중요성은 우리가 익히 인지하고 있으나 매력자본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잘못 되었다며 매력자본의 중요성과 효과를 입증하고자 긴 글을 작성하였다.

예쁘고 잘생기게 태어난 아이는 어린시절부터 주변인으로부터 칭찬과 긍정적 반응을 받아 긍정적이고 사교적이며 매력있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다는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말에 크게 동의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다양한 근거들을 들어 매력자본의 효과를 증명하고자 노력하는데, 예를 들면 매력적인 사람일수록 취업가능성이 높고 연봉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여성의 매력자본의 중요성을 긴 글에 걸쳐 토로하며 여성들에게 스스로 가진 무기로써의 매력자본은 인식하고 이를 가꾸어 무기로 활용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지금의 사회는 남성이 권력의 대부분을 쥐고 있던 것에서 비롯하여 남성들이 여성이 무기를 쥘 수 없도록 매력자본을 활용하는 것을 천박하고 여기도록 세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남성들이 왜 여성의 매력자본을 두려워하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남성의 성적결핍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피임법으로 여성이 원치않는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탈피하면서 성적자유가 보장되었고, 따라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성적 욕구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여성은 나이가 들거니 양육이라는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 점점 성적욕구와 호기심이 줄어든다. 그에 비해 남성은 오랫동안 성적욕구가 유지되기 때문에 자연히 성적결핍에 시달리고 때문에 이 부분에서 여성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과 남성의 성적호기심이 동일하다는 주장에는 나도 그간 찬성하지 못한 의견이었으나 이것이 남성의 성적결핍의 원인이고 여성이 이것을 협상의 카드로 휘두를 수 있다는 의견이 처음 접해보는 주장이라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또한, 남성이 매춘산업을 이용하는 이유도 성적결핍에서 찾았다.

다만 저자는 성산업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성 산업을 터부시하는 현대의 모습은 모두 성적인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하려는 남성들의 이기주의라고 표현하였다. 매춘을 할 경우 여성은 일반 사무직보다 더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으니, 여성들에게 적성에 맞다면 성 산업에 적극 뛰어들라는 것처럼 느껴지는 말투가 거북스러웠다(단순히 번역으로 인한 말투의 변화인지, 실제 저자가 그것을 의도하고 쓴 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읽는 입장에서는 여성들에게 다들 돈 벌기 위해 성 산업에 종사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이것이 연구의 주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딱딱하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성"에는 개인의 가치관이 반영될 수 밖에 없으며, 오로지 돈 벌기 좋다는 이유로 "성"을 사고팔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단,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나와 같은 가치관은 기존이 남성들이 만든 사회에서 세뇌된 성관념이라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현재 주류를 차지하는 페미니즘은 청교도적인 앵글로색슨계열 페미니즘인데, 이들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므로, 성적욕구도 동일하다고 이야기하고(이것은 사실이 아니란 것은 저자의 주장과 근거로 충분히 납득가능하다), 여성의 성 상품화에 극도로 반대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페미니즘을 여성의 매력자본이라는 무기를 버리고 여성의 무능력한 존재로 만들 뿐이라 강하게 비판한다.
이외에도 라틴아메리카 계열에서 페미니즘은 남성과는 차별화된 여성의 매력자본을 존중하며, 오히려 동등함을 위해 남성에게 매력자본을 키우라고 이야기하며, 독일-프랑스 계열에서는 동일업무&동일임금은 중요한 평등성이되, 출산과 육아에서 '엄마'의 고유한 역할을 인정하면서 아빠에게 엄마와 동등해질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페미니즘은 앵글로색슨계열의 주장만 들어왔고, 그래서 더더욱 페미니즘에 동도할 수 없었는데 주류 이외의 페미니즘도 있다는 것을 알고 페미니즘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논문이 기초가 되기에 절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분량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읽고 나면 페미니즘, 외모지상주의, 여성으로서 가져야할 가치관 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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