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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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마존 1위 등의 수식어를 달고 자주 눈에 띄었던 책이다. 찾아보니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이고 범죄스릴러소설이 아닌 일상의 이야기라는 글을 보고 호기심에 집어들었다.
분량도 길지 않고 문체도 쉽게 쓰여져 있어 지하철에서 휘리릭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어린시절부터 남과 다른 면모가 있었다. 죽은 새를 보고 슬퍼하는 친구들 옆에서 오늘 저녁은 새구이로 하면 되겠다라고 이야기해 어머니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하고, 싸움이 난 동급생 남자아이의 머리를 삽으로 후려치고서는 진정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사이코패스라는 이야기는 책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지만 타인의 감정에 전혀 동조,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뿐, 가정불화도 없고 굉장히 평범한 환경에 놓여있다. 그래서 "평범하지 못한 자신"은 가족과 사회에 섞여들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녹아들고자 한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면서 하나의 기계처럼 혹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 편의점의 알바 종업원이 되어 정해진 지시대로만 움직이며 "남처럼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 이야기는 편의점 알바생으로 생활한지 18년이 지난 후로 시작된다. 처음엔 게이코가 "일반인"처럼 "회복"되었다 안심했던 가족들은 다시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 이야기한다. 그녀 주변의 친구 및 직장동료들도 그녀가 평범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한다. 편의점을 만나고 "다름"에서 벗어낫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시 선 밖의 사람이 되고 만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학생에게는 성적이 어떠하냐, 대학교는 어딜 갈거냐, 대학교를 안가고 취직하다니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하지 마라, 취직은 언제 할거냐,결혼은 언제 할거냐, 애는 언제 낳을거냐 등등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평범의 궤도"에 들어가라고 요구한다. 최근에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결혼을 했으면 애는 낳아야지 라고 이야기 하며 선 안에 속하지 않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 찍고 수군거리는 사람을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글을 보면 게이코는 스스로의 삶에 불만이 없다. 물론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바도 없지만 불행하지 않은 그녀에게 평범하지 못하면 불행하다며 끊임없이 평범해질 것을 요구하는 주변사람들을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거지 라는 막막한 감정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불행하다 느끼지 않는데 함부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는 것은 결국 내가 널 정상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오만함이 아닐까?
게이코의 여동생은 언니가 언제쯤 정상이 될지 모르겠다며 참고 기다리는게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참았다는걸까? 그렇다고 그녀가 언니를 "정상"으로 만들고자 부단한 노력을 한 것도 아닌데...... 나도 이전에 내 가족의 삶에 동의하지 못한 적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나 도운 것도 아니고, 혹은 따라다니며 생각을 바꾸라고 적극 설득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는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절하하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게이코의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아마 가족들이 바라던 "평범"에는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녀 나름대로 사회에 소속되는 삶을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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