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 조선 최고 지성, 다산과 추사의 알려지지 않은 귀양살이 이야기
석한남 지음 / 시루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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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고전문학 시간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유배"가 많은 문학작품들을 만들어낸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유배란 오로지 "벌" 이라는 느낌만 가지고 있던 당시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때문에 제목에 이끌려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유배기간동안 많은 성취를 이루었던 두 사람,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이다.
다산 정약용은 실학자로서, 추사 김정희는 추사체를 만든 명필가로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

<p. 84 다산은 절해고도 흑산도에 떨어져 있는 형 약전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시로 표현하였다>

계기가 무엇이던 유배생활은 가족과의 헤어짐,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박탈 등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자연히 쌓이는 한도 많아지며 이것이 더욱 풍부한 감성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책 곳곳에 다산과 추사가 직접 쓴 글이 인용되어 있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이다.

책에선 가정환경부터 유배의 과정, 유배생활에서의 태도 등을 이야기하는데 두 사람이 여러가지로 많은 차이점을 보여서 참 재미있다.

우산 다산은 어린시절부터 그다지 유복한 환경은 아니었다. 아버지도 관직에 있고 자신도 천재로서 어린나이에 이름을 알렸으나 어린시절엔 아버지의 부임지가 변동됨에 따라 많은 곳을 전전해야 했고, 끼니를 떼우기 위해 다산 집안의 계집종이 이웃집 호박을 훔치기도 한다. 때문에 양반이었음에도 다산은 유배지의 백성들의 삶을 관찰하고 받아들여 실용적 학문에 더욱 정진하였다.

반면, 추사는 유복한 집안에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는데 먹는 것에 대한 투정도 심하고 주변인에게 편지를 보내 먹을 것과 고급차를 요구하는 등 유배생활에서 보기 드물게 불평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의 가정환경과 성격에서 한 가지 재미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산은 유배생활동안 많은 제자를 키우며 엄청난 양의 저서를 남길 수 있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여유롭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인내를 배우지 않았을까? 이러한 인내를 토대로 그의 업적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보았다.
반대로 추사는 말 그대로 도시의 부유한 집안의 자식이다. 좋은것만 보고, 먹고, 입고 자라온 그에게 유배생활이라 너무도 충격적인 환경변화였을 것이다. 기약없는 유배생활에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할 방법은 글을 쓰는 것 뿐이었고, 이 과정에서 그만의 개성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유배생활이라하면 사극드라마에서 보던 장면들만 떠오른다. 간결한 옷차림에 초라한 초가집. 그런데 유배생활도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구나, 책을 읽으면서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전혀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다.

나는 역사지식이 부족하여 큰 감명이 없었던 부분인데, 두 사람의 생애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관계의 서술도 많이 있기 때문에 평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이 리뷰는 가디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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