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이 답이다 -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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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이 참 재미있는 분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책을 찾아보았다. 그 중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도 가볍게 볼 수 있는 책 같아 선택하였다. 결론적으로 전문적 이야기를 최대한 배제한 일반교양서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쉽게 읽히되, 단편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아 물음표가 곳곳에 떠오르기도 한 책이다.

<p. 12 진화심리학이 종종 폭력이나 살인, 아동학대 같은 사회악을 정당화한다는 오해에 대해서 간략히 짚어보자. 과학은 어떤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결코 그 현상이 정당하다고 면죄부를 발급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을 때, 혹은 다른 진화심리학 서적을 읽을 때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하는 대전제가 이 2문장에 다 담겨있는 것 같다. 진화심리학은 과학이다. 과학은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보이는 어떤 심리상태가 유전적, 진화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설명한다. 말그대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그래서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라 이거야?!"라며 부정적인 생각이 크게 드는 사람도 있겠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유전학을 좋아하고 그 타당성에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목차를 살펴보면 흥미를 끌만한 주제들이 많이보인다.

<p. 34 추론은 우리를 진리로 이끄는 길잡이가 아니다. 추론은 논쟁에서 타인을 논리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용도로 진화하였다. 그래서 대선 후보 토론회를 시청하는 양당의 지지자들은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반대 증거들에는 눈을 감는다>

항상 생각해왔던 부분이다. 사람은 어떤 주장이나 신념을 가지게 되면 오로지 자신의 주장만 관철하며, 그 때에는 아무리 반박의 근거를 들이대도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는 것 같다라는 생각.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본 사람이 어디에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이렇게 반대쪽의 주장이나 지지를 내게 돌리기 위해서는 논리적 반박이 아니라 마음을 뒤흔들 수 있도록 감성에 호소하는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p. 93 테러리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코란이 아니라 친구들의 눈앞에서 찬사와 존경을 얻을테니 행동에 나서라는 짜릿한 대의 입니다. 살아서는 결코 맛보지 못할 더 큰 세상에서 영원히 존경받고 기억되는 환희를 친구를 통해 얻는 것입니다>

전에 10대 청소년 김군이 IS에 가담했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젊은 혹은 어린 남성들이 과격단체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자기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테러단체에 가입한다? 이게 정말 종교적인 대의를 위해서일까?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김군이 Is단체의 종교관에 푹 빠질만한 환경이 충분하지 않아보였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않았다.
남성이 집단에서 우위를 차지할수록 장차 얻게 될 자식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남들에게 주목받는 행동을 하게 됙 극단적인 행동에도 빠질 수 있다고 한다.
테러단체에 가담한다라... 또래 중 그 누구보다 주목받을 수 있는 행동이 아닌가?
간혹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이성적이면서 동시에 너무도 본능적인 아이러니한 생물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부분이었다.

<p. 104 청소년기는 짝짓기의 성패가 결정되는 일생일대의 갈림길 임을 고려하면, 왜 십대들이 담배, 오토바이 폭주, 범죄같은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에 뛰어드는지 알 수 있다...(중략)...십대 남성들이 또래가 보는 앞에서는 더 난폭하게 운전하거나, 약물에 더 탐닉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10대에는 부모님보다 친구가 더 가깝고 중요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며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친구는 부모님과는 다른 나의 이해자인 동시에 내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또래보다 더 돋보이기 위한 경쟁. 유행에 민감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흡연의 부작용에 대해 반복 교육하는 것은 십대에게 사실 큰 효과가 없었고, 금연이 요즘 대세임을 강조하자 흡연예방에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남보다 멋있어 보이고 싶은 십대의 심리를 생각하면, 바른생활 청년 이미지로 선풍적 인기를 끄는 드라마 캐릭터 하나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내가 은연중에 외면하고 있던 내 치졸한 마음이 사실 인간의 본성이었구나 인정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진화심리학이 재미있다고 이야기한 사람에게 충분히 공감이 되었고, 다른 책들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진화심리학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화심리학이 내 흥미을 끌 수 있는 분야인지 알고 싶은 사람, 진화심리학이 대강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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