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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만화일기 1 ㅣ 허영만의 만화일기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허영만 화백"은 만화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 쯤 들어본적 있는 이름이지 않을까 싶다.
식객의 원작가이다. 무려 47년생, 올해 70이 넘는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이다.
현재에도 현역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tv에도 자주 출연한다. 책을 읽고 안 사실인데 심지어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제주도 비박을 하시더라. 허영만 선생님 작품을 보면 엄청난 소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인데 왠지 사색을 하게 된다. 만화를 읽으면서 감동과 여운을 느낀 경험은 꽤 있지만 책을 덮고 멍하니 생각에 빠져본 건 허영만 선생님 작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마 현재에도 이런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깊이가 아닐까싶다.
나는 창작에는 어릴때부터 참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길을 제시해주면 과정을 잘 따라가서 결과를 내는 타입이지 창조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생산적인 결과를 내는 직업군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이 있다. 그 중 책과 만화를 좋아하는 만큼 소설가나 만화가의 생활에 대해 매번 상상해보곤 했는데 허영만 선생님의 일기가 책으로 나온다는 이야기에 서평을 신청했다.
책은 저자가 매일 틈나는대로 썼던(혹은 그렸던) 일기들을 모아서 편찬한 책이다. 그래서 그림이 정교하지도 않고 글씨도 손글씨라 가끔 이게 무슨 글자인지 고민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흘겨쓴 글에는 깊은 사색과 진심이 담겨 있고, 대충 끄적인 것 같은 그림은 중요 핵심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일기란 어린시절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이 책을 보고 나도 그림을 잘 그리면 일기쓸 때의 상황이나 감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의 이야기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전해지는 저자의 생각을 읽고 공감하기도하고 반대하기 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핸드폰을 습관적으로 하는데 어느순간 안되겠다 싶어서 사람과 마주 대화할 때는 핸드폰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내 상대방이 핸드폰에 빠져 있어서 결국 눈 마주치치 못하고 대화하는건 여전하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는 66세였는데 나이와 노화 죽음에 대한 작가의 담담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생각들 때문일까? 본래 성격 탓일까? 일기를 보면 앉아서 일하는 만화가라는 직업에도, 60대 중후반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사람같다.

또 손주들이 아픈데에는 자신을 닮은 탓이 아닐까 미안해하는 아버지 마음도 담겨있다. 지하철에서 이 부분을 보는데 순간 눈가가 찡해져서 눈을 얼마나 깜빡였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만화계를 지켜온 거장인만큼 만화가들과의 교류도 많다. 내가 좋아하는 미생 윤태호 작가가 나온 한 컷. 근데 은근히 닮은듯 너무한 듯한 그림체?!
그리고 식객의 원작자인만큼 음식이야기도 정말 많이 나온다. 음식이야기는 하도 나와서 따로 소개하고 싶은 페이지를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일기는 그 어떤 글보다 개인적이면서 저자의 생각이 날 것으로 느껴지는 글이다. 유독 어려움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만화업계에서 현재도 만화가로서 하루를 보내는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가디언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