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커피 -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조희창 지음 / 살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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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음악평론가로, 지금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카페운영자이자 음악평론가로서, 커피와 음악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써야하지 않겠냐는 아내의 추천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평소 흔히 접하는 에세이 보다는 잡지에서 볼 법한 칼럼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월간 <맑은소리 맑은나라>에 2년간 연재한 글을 묶어낸 책이라고 한다. 때문에 읽으면서 일반적인 에세이보다는 정보전달의 성격이 느껴지는 글이다.

 

저자는 커피와 추천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하여 하나의 글을 써 나간다. 나는 사실 클래식에 대해 거의 모르기 때문에 과연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줌으로써 흥미를 돋궈준다.

 

 

또한 하나의 글을 끝나면 글에서 소개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 QR코드가 나온다는 점에서 여타 책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진정 음악 책이라고나 할까?

이 QR코드를 보면서 언젠가 냄새를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커피 향을 맡을 수 있는 장치가 책에 들어있다면 오감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에세이이기 때문에 책의 줄거리를 소개하기는 힘들고, 읽으면서 내가 감명받았던 문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P.22 '따로'가 없는 '같이'는 전체주의가 되고, '같이'가 없는 '따로'는 독선으로 망한다.

 

독선과 전체주의에 대해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문장은 처음 접해본다. 다양한 미사여구들로 가득 찬 설명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이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따로 때문에 생기는 독선은 경계하면서 따로를 무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전체주의는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떠한 일이든 조화가 중요하다. 오로지 혼자도 아니고 무조건 함께도 아닌 적당한 조화가 중요하다.

 

P.60 인간을 정의하는 여러 가지 말이 있는데, 그 가운데 '호모 나란스'가 있다.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먹고 산다. 더 이상 이야기를 듣기도 싫고 이야기를 하기도 싫어지는 상태가 된다면, 그것은 바로 '절대 고독'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물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제공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함께 있음에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같이 마주보고 않아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경우가 참 많다.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되도록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하는 나로써는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주변인들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일까, 나는 수다스러운 책이 너무 좋고, 달변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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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6 과거 기자 시절에 뉴욕에서 '미국 바이올린계의 대모'로 불리는 도로시 딜레이를 인터뷰한 적 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좋은 연주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딜레이가 짧고도 단호하게 대답해주었다. "좋은 연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해요. 첫째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있어야하고, 둘째는 그 점을 청중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살면서 이처럼 명확하면서도 폭넓게 적용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명쾌한 딜레이의 답변에 감탄한 저자처럼, 나도 그녀의 대답을 읽고 탄성을 내질렀다. 음악 뿐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나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해서 내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때문에 지금도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스스로 확신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는데, 내가 동경해왔던 인물들이 바로 딜레이가 말한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동경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그동안 많이 고민해왔는데 바로 이거다 싶었다. 바로 '나만의 해석'과 '타인의 설득할 수 있을만한 근거와 자신감'이다.

 

P.173 좋은 친구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이에 대해 카페라테 식으로 패러디해본다. 일단 1) 신서한 원두로 잘 내린 에스프레소와 좋은 우유가 필요하다. 두 사람의 기본 자질이 좋아야하기 때문이다. 2) 적절한 온도를 지켜야 한다. 카페라테에 들어가는 우유의 온도는 70도 정도가 좋다. 너무 뜨거우면 우유의 단백질 결합이 깨져 맛이 없고, 너무 낮으면 밍밍한 관계가 된다. 사람 관계도 비슷하다. 그리고 3) 약간의 설탕과 약간의 소금이 맛을 더해준다. 모름지기 인생이란 달고 짠맛을 ㅇ같이 겪어줘야 내공의 깊이가 생기는 법이다.

 

좋은 친구관계에 대해 익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문단이다. 이렇듯 남들과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글솜씨가 매력적이다. 나도 꼭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만드는 문단이었다.

 

 

 

(이 리뷰는 살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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