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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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토리> 로 유명세를 탄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의 책이며,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라 한다. 나는 원래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타입인데, 이 책은 제목을 보아도, 책 뒷편에 소개글을 보아도 줄거리 파악이 잘 되지 않아 그냥 무작정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은 '크리스토퍼 나이트'라는 한 남성에 대해 저자가 조사하고 직접 만나 경험한 일화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2013년 미국에서 한 절도범이 붙잡혔다. 놀랍게도 그는 27년간 사회를 떠나 숲 속에서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낡은 텐트와 직접 꾸민 은신처에 숨어 살며서 생존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품이 필요할때만 숲 주변의 민가에서 훔쳐서 삶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에 저자는 나이트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숲 속에 스스로 집을 지어 사는 나이트의 생활방식을 보고 우리나라 TV프로그램 자연인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빼놓고 보시는 프로그램이라 나도 옆에서 많이 본 적이 있는데, 자연인은 보통 일상의 삶에서 상처받고 지쳐서 인간사회를 떠나살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나이트 또한 인간관계나 사회에서 상처를 받아 숲속으로 도망간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알게된 것은 나이트는 20세의 나이에 별다른 사회적 문제가 없었는데도 어느날 사회로부터의 도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트가 사회를 떠나게 된 이유를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나이트의 가족에 대해서 조사하기도 했다. 저자는 여러가지 가설을 제시하지만, 나이트는 스스로 그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에 어떤 이유가 그를 숲속으로 데려갔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저 어느날 스스로를 지워야만 하는 욕구를 가진 그의 모습에서 나의 비슷한 점이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딱히 교우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학생은 아니다. 그냥 조금 소극적인, 그러나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의 가족에 대해서 마을 주민들은 낯을 많이 가리고, 자립심과 독립성을 중요시 하는 품성을 지녔다는 특징이 있지만 역시나 평범한 가정이었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내 학창시절의 모습을 한 번 떠올려보았다. 어린 시절 나는 낯선 사람에게 단 한마디도 붙이지 못할 정도로 낯을 가리며, 주목받는걸 무척 싫어하는 소심한 아이였다.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낯을 가려도 시간이 흐르면 타인과 충분히 친해질 수 있는 평범한 아이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어린시절부터 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함으로써 타인을 대하는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속의 고독속에서 진정한 평온함을 찾았다는 나이트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트의 은신처에서 밤을 보낸 저자는 밤의 숲이 가져오는 "아무것도 없는" 고요와 어둠을 직접 경험하며 나이트가 27년을 겪어온 자연 속 삶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자연인과 같은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어둠의 평온을 추구하는 점에서 나이트와 비슷한 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절도 현행범으로 붙잡힌 나이트는 오랜세월 자신을 감싸준 숲 속에서 나와 지금은 다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주변사람들은 그가 빠르게 사회에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저자를 통해 나이트의 삶을 들여다 본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이트가 다시 사회 속에서 메말라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숲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놀이거리도 없고, 구경하기에도 언제나 같은 풍경뿐이다. 밤이 오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어둠이 찾아온다. 나이트는 그 고독속에서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하며 27년을 보냈다. 복잡한 사회속에서 살고 있는 청년 중 하나인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 사색을 하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를 쉬고 싶다고. 바쁘게 돌아가는 챗바퀴 같은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일을 한다. 쉬는 것을 모르는 젊은이들도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어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라도 나누어야 한다. 만날 사람이 없으면 취미라도 즐겨야 한다. 오로지 생존에만 충실하고 그 외엔 자연의 일부로 파묻혀 스스로를 바라보기만 했던 나이트의 삶.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나이트처럼은 살 수 없다. 그러나 그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고독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것도 솔직한 내 마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연적인 삶'에 대해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어던 책이다.

(이 리뷰는 살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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