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부터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 실은 조금도 괜찮지 않은 나를 위해
엔도 슈사쿠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엔도 슈사쿠라는 이름은 '만년 노벨상 후보'라는 수식어로 들어본적이 있으나, 실제로 그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노벨상 후보로 거듭 반복되었다면 그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은 조금도 괜찮지 않은 나를 위해' 라는 부제가 끌려서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이런 장르의 책은 내용이 뻔하다거나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타인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쓴 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서문이 눈에 띄었다.

p.6 살아온 세월이라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터득하게 된, 여러분보다 좀 더 연륜이 많은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지금 당신이 마주한 나약함의 고통을 줄어주고 좀 더 평안한 삶을 누리는 데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연륜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를 이 책을 읽음으로써 조금 더 쉽게 얻고, 더 나을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책은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다, 나를 좋아하기 시작하다, 나를 사랑하는 법 3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내가 외면했던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p.27 이렇듯 사람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저절로 가면을 쓰게 된다. 정신의학자 융은 이것을 가리켜 '페르소나'라고 말했다. 가면을 쓴 모습만이 자신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진정한 자아는 다른 곳에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회에서 내가 가면을 쓰고 살고 있으며, 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고민을 해왔다. 그런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게 당연하다고 단언하는 말을 들으니,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하게 되었다.

p.65 날마다 똑같은 틀에 박힌 생활이지만, 조금만 궁리를 해보면 그 속에 작은 숨구멍을 내서 바람을 불어넣는 일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진정한 즐거움을 주는 놀이를 찾기 위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하는게 좋다. 자신의 취미에 맞는 놀이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연극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 좋다. 결론은, 정신을 바짝 가다듬고 당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보내는 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상 일-집-일-집이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보면 한번쯤 취미생활을 찾아볼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야근을 하게 된다는 핑계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핑계로, 그 시간에 차라리 자기개발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으로 인해 꾸준히 취미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독서를 취미로 삼고 있지만, 가끔식 좀 더 내 커리어개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하는게 아닌가? 단순히 재미로만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취미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작가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마추어 극단이다. 극단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똑같이 연기에 몰입한다. 일년에 몇 번 없는 축제를 기다리때 느껴지는 설레임을 매번 극단 모임이 있을때마다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삶이 설레고 충실하게 바뀔 것인가?
나 또한 가끔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때면 책을 읽기 위해 퇴근시간만 기다리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다스릴 때가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직업과는 다른 내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취미에 몰두할 것. 앞으로는 취미생활에 핑계나 죄책감은 필요없을 것이다.

두번째 챕터는 나를 이해함으로써 나를 좋아하기 위한 물꼬를 트는 이야기이다.

p.71 대인관계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어떤 부분에서 자신이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대인관계가 참 어려웠다.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라 짖궂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했고, 내 행동이 보편적으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 아니라는 불안감에 대인관계에서 언제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자의 말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더니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과 거침없는 말투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고, 그와 반대되는 내 소심한 성격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열등감 때문에 내 말은 그다지 타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거나, 내 행동이 호감을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암감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열등감을 나만의 매력으로 바꾸어보는 것은 어떤지 제안한다.
사투리가 열등감인 사람은 누구보다 눈에 띄는 특징으로써 사투리를 갈고 닦는다거나, 말주변이 없는 것이 열등감인 사람은 잘 듣는 경청의 자세를 갈고 닦는 것이다.
농담을 잘 하지 못하는 내 대화형식은 누구보다도 진실된 말만을 한다는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은 뛰어난 관찰을 통해 세심한 배려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p.96 자기혐오라는 것은 결국 자기분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떤 점이 싫은지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되는 것이다.

흔히 자기혐오는 부정적인 것이며, 자존감에 좋을게 없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저자는 반대로 자기혐오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며,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 챕터는 결국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p.139 웃음이란 자신만의 고독에서 빠져나와 상대방과 소통하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스스로 어릴때 부터 웃음과 유머를 무의식 중에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웃음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상대를 향해 짓는 미소는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가장 온화하고 효율적인 소통방식이라고 한다.
나는 초면인 사람에게 인상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처음에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미소였다.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할때는 꼭 눈을 맞추고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다. 무의식중에 하는 행동인데, 한시간 쯤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미소를 유지한다. 내가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손쉽게 친해지는 사람은 될 수 없지만, 밝은 미소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을 좀 더 수월하게 이어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p.144 많은 사람들이 질투심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내리는데, 나는 이것을 '자존심이 짓밟혀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질투심이란 참 골치아픈 감정 중 하나이다. 질투는 질투대상이 되는 상대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정도가 강하고 기간이 길수록 스스로의 자좀감도 무너뜨리는 위험한 감정이다. 나 또한 질투심에 빠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저자의 말을 통해 질투심을 다루는 한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내 자존심이 짓밟히는 기준선, 즉 내 역린을 파악해야 질투라는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정확한 방안을 떠올리지는 못했으나 이 생각을 좀 더 발전시키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질투심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 또한 알 수 있지 않을까?


p.159 어디까지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는게 좋다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화를 내지 않으면 된다. 가장 나쁜 결말이 화를 낼 땐 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햇는데, 나중에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를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되도록 화를 내지 않고, 자신의 성격에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대인관계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에 공통적으로 이야기 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본인의 감정에 충실할 것, 화가 날 때 화를 낼 것. 그런데 나는 몇 번을 노력해도 이것이 힘들었다.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서로 얼굴을 붉힐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있고, 어디까지 화를 내야 관계를 망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화를 내고 '아, 화내지 말걸' 후회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럴때마다 화도 내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져 속상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저자가 화를 내는게 성격에 맞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자존감 높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여러가지 책들을 읽어왔다. 읽다보면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기본적인 주장은 동일하다. 우선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할 것.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것. 그럼으로써 결국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될 것.
이 책도 이러한 기본적인 주장을 똑같이 따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책들과 다른점이라면 연륜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96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앞으로 새로운 책을 접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생전 작품들을 천천히 읽고 싶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이 리뷰는 북스토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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