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아동 학대부터 시작해 가족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의 현실, 우리와는 다른 스웨덴 상황과의 비교, 가족의 형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기자출신으로 현재는 세이브드칠드런에서 아동 인권 보호에 힘쓰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첫장은 아동 학대 방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의 체벌은 금지하고 있으나, 가정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잊을만하면 아동학대로 숨지는 아동들의 뉴스를 접할 수 있으니, 실제 사망하지 않고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 학대 피해아동들은 훨씬 많을 것이다.
저자는 학대 근절을 위한 전면적인 체벌금지를 주장한다. 가정 내에서의 체벌을 금지한다고 법적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체벌 금지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면 어느 나라나 반대되는 입장에서 내세우는 공통적인 감성이 있는데, 바로 '사랑의 매'이다. 사랑의 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감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전세계 곳곳에 만연한 감성이라고 하며, 바로 이것이 체벌의 큰 위험성 중 하나라고 한다. 폭력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위험성.
저자가 아동 인권 보호 및 아동학대 근절의 실례로 스웨덴을 제시하는데, 스웨덴에서 전면적 체벌금지 조항이 생기게 된 일화 중 하나가 굉장히 충격적이다(참고로 스웨덴은 아동체벌 금지를 세계최초로 법률화한 나라라고 한다)
한 어머니가 아이를 꾸중하기 위해 회초리로 쓸 나무막대를 찾아오라 하였는데, 아이가 울면서 들고온 것은 돌이었다. 아이는 돌을 엄마에게 건네며 회초리로 쓸만한 막대를 찾지 못했으니 이 돌을 자신에게 던지라 했다고 한다. 회초리가 훈육이 아니라 폭력이었고, 어차피 폭력을 가하는 일이라면 돌을 던지는 것이나 회초리를 맞는 것이나 아이에게는 다를바가 없었던 것이다. 나 또한 체별이 완전히 금지되면 통제 불가한 아이의 훈육은 어쩌지 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었는데 이 일화를 보고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이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아도 체벌은 반성과 죄책감보다는 공포,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을 주로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실제로 체벌이 금지된 이후로 스웨덴의 아동학대는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현재는 가정내 학대로 인한 아동의 사망건수가 0으로 수렴한다고 하니, 학대와 체벌이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어진다.

또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이전에는 접해본 적 없는 개념을 접할 수 있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부모 혹은 어른에게 '귀속'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개별 개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아동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아동을 보호하는 조치인데 부모라는 보호자의 개념이 무슨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가 제시한 비유가 기가 막히다.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내를 보호할 때, 아내가 한 명의 독립된 개체로써 폭력이라는 부당한 힘에 노출되지 않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지, 아내가 남편에게 혹은 가족에게 종속된 존재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동폭력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동이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부모에게 종속 혹은 귀속되어 보호받아야할 존재라서가 아니라, 한 명의 개체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성년의 아이란 무릇 부모나 성인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동시에, 당연한 전제를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아이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한 명의 개인으로서 독립된 주체라고 인정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나라의 가족주의에 대해서도 분석하였는데, 최근 몇 년간 나도 고민했던 부분이라 관심이 더 갔던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지향하면서, 그에 따르는 책임을 국가나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전가했기 때문에 가족주의가 강화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집에 거동이 불편하고 간호가 필요한 환자가 발생한 경우를 상상해보자.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병구환을 하고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가족구성원이 독립된 개체로 가족으로부터 자립하기 위해서 국가는 이를 적극 보조해야할 의무가 있다. 흔히 말하는 국가의 복지 측면인데, 복지가 잘 갖추어진 사회에서는 개인들이 가족에 구애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사회복지가 잘 갖추어지지 못한 나라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가족이 떠안아야하기 때문에 개인은 가족에게 종속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가족주의적 성향이 나아가 나와는 다른집단인 외집단에 대한 배척과 혐오라는 현상으로 발전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은 독립된 주체로서 가족에게 종속되지 않고 홀로 바로서야 하며,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는 공공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국가가 단순히 가치관을 전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조치를 적극 취함으로써 이를 보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지만 저자가 쉽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며, 살면서 한번 쯤 고민해보아야 하는 문제들을 잘 집어낸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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