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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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은 다양한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있으며, 영화로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두꺼운 분량에 선뜻 손이 가지않아 지금껏 읽지 못했던 작품이다. 이번 기회에 완독할 결심으로 책을 고르다가, 여러 출판사 중에서 고정아 번역가의 번역이 맛깔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공사의 책을 선택했다.

사실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지 않아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간혹 고전중에는 읽을때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 번도 읽기 불편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오만과 편견의 스토리만 보면, 요즘에도 즐기기 좋은 전형적인 로맨스 스토리이다. 일반적인 여성상과는 조금 다른 발랄하고 활기찬 여자주인공과 높은 직위와 부모님의 유산을 물려받은 부유한 젊은 남성이라는 요소부터가 흥미를 자아낸다. 때문에 처음엔 도대체 이런 일반적인 로맨스 스토리가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은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는 스토리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것일까? 혹은 매끄러운 문장 때문인가? 이런 고민을 안고 책을 읽어가는데, 읽을수록 이 책은 단순한 러브스토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먼저, 이 책의 초장기 제목은 '첫인상'이었다고 한다. 책의 스토리를 보면 이러한 제목이 붙은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남녀주인공은 서로  잘못된 첫인상으로 첫단추를 잘못 꾀고, 특히 여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첫인상 때문에 남주인공인 다아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쌓아간다. 하지만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는 출판사로부터 출간의뢰를 받지 못했고 추후에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수정되어 발간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책을 읽을때는 왜 제목이 오만과 편견이 되었을까를 고민하면서 읽었다.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그저 주인공들간의 갈등을 읽으키는 요소가 오만과 편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만은 다아시의 성격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단어이며, 편견은 엘리자베스가 다아시라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바가 바로 오만과 편견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선 엘리자베스의 부모님과 자매들(엘리자베스는 5자매라서 이 가족만 7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각 자매들의 남편 혹은 약혼자가 등장하고 친족들, 같은 도시에 대한 이웃들 등등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여기서 이 책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데, 어떤 인물들도 비슷하거나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개성이 넘치는데 이 모든 개성이 맛깔나게 녹아들어있다. 세상 어디에나 있을법한 다양한 사람들을 이 한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마음씨가 고운 언니 제인, 철부지 사고뭉치 막내 리디아, 사교성이 좋지만 친구나 누이들에게 휘둘리기도 하는 빙리, 가르치고 설교하는 걸 좋아하며 핏줄에 대한 자부심이 큰 드 버그 숙부인, 딸들이 부자 남편을 맞기만을 바라며 욕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어머니 베넷부인, 무례한 사람들에 대해 비꼬거나 무시로 맞서는 아버지 베넷 등  세상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다. 재미있는 점은 책을 읽고나니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결국 다들 오만과 편견에 빠져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무례하고 예의를 모르는 부인을 무시하지만 결국 그 또한 부족한 점이 있기에 완벽한 인간은 될 수 없다. 그런데 오로지 자신보다 교양이 없다는 이유로 부인을 무시하는데 이 또한 베넷이 가진 오만이 아닐까?

엘리자베스는 무레한 가족 및 친족들을 부끄러워하는데, 처음에는 그녀의 마음에 공감했었다. 성인이 되면서 가족과 나의 가치관 차이나 사회적규범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부끄럽다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가족을 부끄러워하는 엘리자베스 또한 오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 버그 숙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엘리자베스 또한 분수를 모르고 예의를 지킬줄 모르는 여자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처럼 오만이란 사람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큰 결점이며, 오만에서 오는 편견 또한 우리네 삶에서 언제나 마주칠 수 있는 문제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책을 덮고 한참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다.

독서의 재미는 읽을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다양한 경험을 겪고 난 뒤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크게 다가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최근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중에 있는 사람이라면 고전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떨지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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