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송길 위에서 건네는 안부 - 나를 치유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에 대하여
정정희 지음 / 가능성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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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길 위에서 건네는 안부

나를 치유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에 대하여

정정희

문화제작소가능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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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자연에서 '읽는' 자연으로 (Nature Literacy)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연 리터러시(Nature Literacy, 자연과의 소통 및 이해 능력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자연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해석하며, 자연과 인격적으로 관계를 맺는 과정을 강조)입니다. 저자는 서울에서의 치열한 삶 끝에 찾아온 번아웃과 우울을 안고 고향인 강릉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의 해송(곰솔) 숲과 바다를 걸으며 비로소 숨을 쉬게 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풍경이 참 좋다"라고 감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자연을 소비해야 할 대상(It)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인격적인 존재(Thou)로 대하는 태도의 전환을 이야기합니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철학을 인용하며)

숲의 냄새를 맡고, 파도 소리의 리듬을 읽어내는 과정이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우리를 회복시키는지 증명합니다. 결국, 자연을 읽는다는 것은 무너진 내 마음의 안부를 묻는 일과 같음을 역설합니다.


■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It)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친구(Thou)다.

많은 현대인이 자연을 '힐링을 위한 도구'나 '멋진 배경'으로만 소비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해송 숲을 친구처럼 대하며 매일 안부를 묻습니다. "잘 잤니?", "오늘 바람은 어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숲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이 아니라 나를 위로하는 거대한 생명체로 다가옵니다.



■ 도시의 속도에 맞추어 달리다 어느 순간, 마음이 먼저 고장이 나버렸다.

이 문장은 숨 가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몸은 멀쩡히 움직이지만, 마음은 이미 멈춰버린 상태. 저자는 그 멈춰버린 마음을 다시 뛰게 하는 동력이 '자연의 속도'에 동기화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 우리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계절의 변화를 읽는 눈과 흙냄새를 맡는 코, 바람의 결을 느끼는 피부를 잃어버렸다.

이 구절에서 저는 잠시 책을 덮고 창밖을 보았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의 매끄러운 감촉에만 익숙해져, 거친 나무껍질의 따스함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강릉의 안목해변과 해송 숲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메시지는 보편적입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출근길의 가로수, 창가의 작은 화분 하나에서도 우리는 '자연의 안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정정희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은 오늘, 당신을 둘러싼 세계와 진정으로 눈을 맞추었나요?"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이 필요하시다면, 이 책이 건네는 다정한 솔잎 향기를 맡아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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