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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었습니다
김선규 지음 / 부크크(bookk) / 2026년 9월
평점 :
※ 책을 지원받아서 서평을 합니다!
원가 묘하게 끌린 표지와 제목의 시.
시를 읽은 날과 독서기록을 남기는
날이 달라 감정도 여러가지로
느끼며 담을 수 있었던 이번 시와의 만남.
그 속에서도 나에게 유난히 뜨겁게
다가왔던 시와 그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p17.
살다 보니
앞에 가면 대장
뒤에 가면 쫄병
어릴 땐 이것만
맞는 말인 줄
알았지
세상 살아보니
이 말이 더 맞는 말 같아
앞에 가면 쫄병
뒤에 가면 대장
너무 공감이 되는 시다.
어릴 땐 누구보다 앞서가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꾸만 드는 생각은
뒤처지고 싶다.
그저 누군가가 나의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었으면 한다.
물론, 또 금방 마음은 바뀔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누군가의 뒤에서 등을 바라보며
함께 일을 하고 싶다.
세월이 지나며 내가 바라본 아빠.
아빠의 등이 참 넓었었는데.
언제 저렇게 작아지셨을까.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내게 천사 같은 아들이 와주었고
다시 아빠의 등이 넓어 보인다.
여전히 우리 아빠 대단하다.
나도 우리 아들에게 저런 아빠가
되어야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아빠.
우리 집 대장인 우리 아들.
우리 집 쫄병인 나를 보고
믿고 잘 따라와.
p46-47.
꼭 있다
버스 떠날 때
화장실 가겠다는 놈
남이 우는데 웃고 있는 놈
들어가지 말라는데 가는 놈
그런데
그중에서도 더 이상한 놈은
페인트칠한 곳
시멘트 발라놓은 데를
굳이 발로 밟아
흔적을 남기는 놈이란다
그런 놈보다 더한 놈도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안다고
똥을 콕 찍어
혀끝에 올려놓고 있는 놈
냄새는
진작부터 펄펄 났는데
그래, 맛을 보니
똥이 된장이 될 턱이 있나
제대로 똥 맛이다
그런데도
그게 된장인 줄 아는 놈
세상에는
별의별 놈이 다 있다
이미 똥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끝내 맛을 보고
그래도 된장이라 우기는 놈
참,
꼭 있다
진짜 있다.
아닌 게 확실 한데.
맞다고 우기는 사람들.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걸
알지만 어쩌라고 이게 관례인데...
참... 꼭 있다...
참... 고... 있다...
p73-74.
틀리다가 다르다 뒤에 숨어
틀렸습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말
그건 맞는 말이 아니라
틀린 겁니다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전쟁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겁니다
그들이 일으킨
임진왜란도 한일병합도
다른 것이 아닌 틀린 겁니다
이인직, 이광수, 김동인, 주요한,
노천명, 서정주······
그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겁니다
이상화, 심훈, 한용운, 윤동주,
이육사, 김창숙······
이들은 다른 것이 아닌
맞는 겁니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름이라는 말 뒤에 숨어
옳고 그름까지
다름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죽어도
틀린 건 틀린 겁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죽어도
틀린 건 틀린 겁니다
나는
그렇게 믿습니다
믿는데 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까요?
참... 믿음이 행동 뒤에 항상 숨게 되네요.
p98.
꽃이 되었습니다
어제
세월 마신 술병을
가져다가
시간을 떼고
물에 잘 씻어 말려
맑은 물을 담고
들꽃 하나 꽂았습니다
술 취해 한숨 쉬던 술병이
꽃을 품은
꽃병이 되었습니다
나도 오늘은
꽃이 되어갑니다
오늘도 피로와 부조리에 지쳤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귀여운 71일의 아들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살아갑니다.
시를 읽었던 날에는 사랑이
넘쳤던 거 같은데...
오늘... 월요일...
정말 이런저런 업무들의 폭탄으로
감정이 많이 지친 상태였나 보다.
독서노트에 감정을 잘 이입하면 안 되는데
이것 또한 나의 기록이자 이 시의 매력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기록을 남겨본다.
이러나저러나 이 시집.
정말 마음에 쏙 든다.
나 같은 사랑이 넘치는 사람.
나 같은 고민이 넘치는 직장인.
모두에게 좋은 시집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