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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평점 :

앨런 라이트먼은 어릴 때부터 문학과 과학에 재능을 보여 독자적으로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를 썼다. 그는 현재 mit의 인문학 교수이며 과학과 인문학 모두에서 동시에 교수직을 맡고있다.
예전에 지구부터 시작해서 행성들의 크기를 비교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지구가 얼마나 티끌만큼 작았는지 끝없이 거대해보이는 우주를 보면서 공포를 느꼈었다. 하늘에 뜬 별을 보면 아름답다는 감상만 들지만 막상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내가 얼마나 티끌보다도 작은지, 우주가 얼마나 상상도 못할 정도로 거대한지를 영상으로 봤을 땐 아름답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두려움을 느꼈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태양이고 그 다음 가까운 별은 알파 센타우리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시속 200마일의 열차를 타고 달린다면 대략 5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태양 그 다음으로 지구와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는 지구에서 5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5년이 걸린다. 같은 열차를 타고 간다면 1500만년 정도. 하지만 이 거리도 우주 안에서는 지극히 미미하다. 이렇게 보면 100년 남짓한 사람의 삶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주가 계속해서 무한히 펼쳐져 있다면? 그렇다면 저 우주 어딘가에 또 다른 우리가 무한히 많이 존재하게 된다.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할지언정 무한한 수만큼 시행한다면 그 자체가 무한히 반복될 테니까. 무한을 측정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시각화 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이론물리학자 안드레이 린데는 우주의 기원에 대한 급진적인 이론을 제안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우리 우주가 수 없이 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이며, 각 우주는 영원한 미래로 뻗어나가는 무한한 우주 창조의 사슬 속에서 무작위로 끊임없이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없이 팽창하는 공간과 무한한 시간,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내 삶이 너무나 짧고, 내 고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앨런은 동시에 우리는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까지 가진 물질이라는 특별한 위치에서, 우리는 우주의 관찰자라고 말한다. 우리는 유일무이하게도 우리 자신과 주변의 우주를 인식하는 존재다.
물론 우주는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생명체가 없다해도 문제없이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이 없는 우주는 의미가 없는 우주다. 산과 바다와 밤하늘이 아름답다는 가치와 의미의 개념은 사실상 관찰자를 필요로 한다. 그것을 관찰하는 마음이 없다면 산은 산일 뿐이요, 하늘은 하늘일 뿐이다. 의미란 오로지 마음과 지성의 맥락 속에서만 그 의의가 있다. 마음이 없다면 의미도 없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은 양자물리학, 우주, 생명과 마음, 의식의 기원, 팽창하는 우주 속 인간의 위치 등 현대 과학의 가장 놀라운 발견에 대한 과학자의 철학적 사색과 명상을 담고 있다. 현대과학 입문서치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저자의 인문학적 관점이 들어가서 그런지 딱딱하게 느껴지진 않는 과학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