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의 공식 - 첫눈에 독자를 홀리는 역대급 주인공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2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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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히어로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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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의 공식 - 첫눈에 독자를 홀리는 역대급 주인공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2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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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히어로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 맨 같은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히어로라는 건 특정한 능력을 지니고 선한 일을 하는 인물을 말하기에,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가 몇 십년 만에 탈출한 사람, 모든 걸 걸고 에이즈에 걸린 연인과 사랑을 이룬 남자, 정글같은 고등학교를 당당히 졸업한 청소년도 히어로일 수 있다.



히어로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다. 처음과 끝 사이의 변화하는 과정이 곧 이야기의 본질이고, 히어로는 그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빌런이 이야기의 갈등이라면 히어로는 이야기 그 자체다.



보통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이 히어로가 주인공을 겸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야기의 결말까지 독자를 끌고가는 주인공, 즉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뻔하지 않은 매력적인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 히어로의 공식에서는 총 10단계에 걸쳐 히어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윌리엄 포크너는 1949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우리의 비극은 너무 오래되어 견딜 수 있게 되어버린,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며 물리적인 두려움입니다. 영혼의 문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고 오로지 '나는 언제쯤 대박을 터뜨릴까?' 라는 질문만 존재한다는 것이죠.



오늘날 글을 쓰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그 자체만으로 좋은 글이 될 수 있는, 갈등에 빠진 인간의 마음을 잊고 있습니다. 이 주제야말로 글로 쓸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인데도 말이지요. 글을 쓰고자 한다면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히어로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나열해 보면, 정의롭다, 희생적이다, 특출난 능력이 있다, 선하다, 등등이 생각난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히어로 캐릭터도 나쁘지 않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지만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에 끌리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뻔한 히어로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핵심은 이거다. 현실성을 가미하라는 것. 캐릭터를 더 깊게 파고들라는 것. 물론 상업적인 부분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면서 대중적인 히어로의 특징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된다. 보편적으로 히어로 캐릭터에 저런 특징들이 부가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보편적인 특성도 있되 추가로 리얼리즘을 가미하라는 것이다.



현실의 사람은 평면적이지 않고 복합적이다. 그저 선하기만 하지도 않고, 그저 악하기만 하지도 않다. 캐릭터에 리얼리즘을 가미하라는 것은 인물의 과거를 파악해 인물의 행동에 동기와 정당성을 부여하라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면이 캐릭터와 실제 사람의 차이일 수도 있다. 실제 사람은 사실 떡볶이를 먹으러 나갔다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불고기가 먹고 싶어져서 불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 속 캐릭터는 그래선 안된다. 이야기 속 캐릭터의 행동에는 언제나 동기와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캐릭터를 클리셰적이지 않게, 뻔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책을 다 읽고보니 히어로의 공식은 사샤 블랙의 공식 시리즈에서 2번째 책이었다. 1번째 책이 빌런의 공식이더라. 나는 히어로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당연히 히어로의 공식이 첫번째 책일 거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야 히어로의 공식이 2번째 책이라는 걸 알았다. 딱히 순서에 영향이 있진 않은 것 같긴 하지만 무심코 히어로가 첫번째일거라고 여긴 내 편견을 봤다.ㅎㅎ;



이 책에서는 주인공과 히어로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나 매력적인 히어로를 만들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주인공 캐릭터를 만드는 게 어렵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자.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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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방 - 내가 사랑하는 그 색의 비밀 컬러 시리즈
폴 심프슨 지음, 박설영 옮김 / 윌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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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색에 대한 호불호가 지금보다 강했던 것 같다. 가장 좋아했던 색은 푸른 계열이었고, 싫어했던 색은 갈색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딱히 좋아하지 않았던 색도 어우러져야 풍경이 아름답다는 걸 느끼고부터는 모든 색이 다 좋다. 파란색이라고 해서 다 같은 파란색이 아니고, 붉은 색이라고 해서 다 같은 붉은 색이 아니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세가지 유형의 추상체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 뇌가 볼 수 있는 색의 조합은 100만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조차 새나 가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새는 대부분 사색형 색각자로 자외선을 볼 수 있는 광수용체를 추가로 가지고 있고, 나비는 최소 다섯개, 공작갯가재는 눈에 최대 16개의 센서가 달려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지만 이 동물들이 보는 세상은 내가 보는 세상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색은 시각적 현상을 뛰어넘는다. 리처드 파인먼은 방정식을 볼 때면 글자가 색깔로 보인다고 했고, 셰프 타리아 카메리노는 색은 맛이라고 했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음악을 색채로 봤다. 소리와 맛, 글자, 언어에서 색을 본다는 건 어떤 걸까? 제임스 워너턴은 자신의 이름에서 토마토 통조림 맛이 강하게 난다고 했다는데 내 이름은 무슨 맛일까? 공감각 능력자는 대략 300명 중 한명 꼴이라는데 부럽기도 하고 너무 궁금하기도 하다.




'컬러의 방'에는 총 11개의 색이 담겨있다. 책의 옆면을 보면 색깔별로 해당 색과 관련된 이야기를 바로 찾아볼 수 있게 표시가 되어 있다. 싫어하는 색이 없다는 거지 좋아하는 색은 여전히 있기에 나는 가장 좋아하는 색부터 먼저 펼쳐봤다.



푸른색, 바다의 색이기도 하고, 하늘의 색이기도 하고, 보석의 색이기도 한 색이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색이기도 하다. 2015년 조사기관 유고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파란색은 조사대상 10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색이라고 한다. 푸른색을 좋아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샐리 오거스틴은 그 이유를 과거 조상에게서 찾았다. 우리 조상에게 자연의 파란색이란 화창한 날의 하늘, 고요한 바다같은 좋은 날씨를 의미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고요함, 차분함, 평온함, 안정감과 푸른색을 연관짓는다고 한다.



인류가 맨 처음 사용한 색은 붉은 색이었다. 3만 5천년에서 1만 5천년 전 사이에 살던 인류는 알타미라 동굴 천장에 들소를 그렸다. 그림을 그리기에 원료는 당연히 지금보다 부족했을 것이고, 살아가는 환경도 열악했을 테니 생존하기도 급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벽화를 보면 그림을 그린 원주민은 디테일을 위해 깃털을 사용했고, 지워지지 않는 붉은 색을 쓰기 위해 적철석을 사용했다.



왜 하필 붉은색이었을까? 붉은 색이 상징하는 요소들을 떠올려보면 날고기, 피, 불이 떠오른다. 불은 인류의 생존에 무엇보다 필수적인 것이었고, 피가 없으면 죽으니 생명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인류의 생존에 무엇보다 필수적이었던 것들이 붉은색이었으니, 붉은 색에 끌리고 좋아하는 건 어쩌면 푸른색처럼 우리의 무의식에 새겨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푸른색, 그 다음에는 빨간색, 다음에는 초록색을 펼쳐봤는데 생각보다 내 색 취향은 꽤나 보편적이구나 싶었다. 초록색은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아무리 적게 잡아도 파란색 다음으로 선호하거나 빨간색에 이어 세번째로 꼽히는 색이라고 한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광합성으로 유지되고, 광합성의 대표적인 색이 엽록소의 초록색이니 우리는 태생적으로 초록색을 좋아하게 되어있다. 생각해보면 곰팡이도 초록색같긴 하지만 뭐 어쨌든 초록색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건 파릇파릇한 식물의 잎이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과거에 가장 선호하지 않았던 갈색. 윈스턴 처칠도 갈색에는 정말 마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파란색을 떠올리면 화창한 날의 푸른 하늘이나 한여름 해변가의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초록색을 떠올리면 상큼한 향이 나는 율마 화분이 떠오르고, 붉은 색을 떠올리면 광택이 나는 붉은 실크 원단의 드레스가 떠오른다. 색에 대한 선호라는 건 결국 그 색을 떠올렸을 때 연관되는 물체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다.



2010년 파머와 슐로스는 42명의 미국인에게 선호하는 색을 선택하게 하고 참가자들의 선택이 대체로 색과 연관된 물체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참가자들은 갈색을 썩은 음식, 진흙, 배설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싫어했다. 2012년 호주 정부는 금연을 장려하는 담뱃갑 디자인에 칙칙한 짙은 갈색을 썼고, 14세기 영국에서 하층계급은 법적으로 갈색 집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갈색이 그렇게 꺼려지고 불쾌한 색인가?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갈색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비온 뒤에 젖은 흙이 떠오른다. 비온 뒤에 젖은 흙과 나뭇잎의 냄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다. 반질반질한 갈색의 고급 구두를 떠올려보면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묵직하고 그윽한 멋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은 갈색이다.



붉은색부터 흰색까지 총 11개의 색에 얽힌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붉은색에 대한 선호가 큰 중국에서조차 대형 은행 일곱 군데가 브랜드 디자인에 파란색을 사용했다는 것도 의외였고, 김정은이 선전 사진에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넣어 자기가 김일성의 후손이라는 걸 강조하려 했던 건지도 처음 알았다. 수백만 가지의 색들은 알게 모르게 색의 선호도와 색이 가진 의미에 따라 다양한 곳에서 의도를 갖고 쓰이고 있었다. 명확한 이름을 갖고 대표적으로 많이 불리는 11개의 색에 얽힌 뒷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윌북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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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밖 예술여행 -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된 지구상의 400곳
욜란다 자파테라 지음, 이수영.최윤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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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의 캔버스에 담길만큼 영감 넘치는 장소들은 어떤 모습일까? 여행을 못 간지 좀 오래된지라 책으로라도 전 세계의 멋진 예술 장소와 작품들을 보고 싶어 읽어보게 됐어요. 북아메리카부터 남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총 6곳으로 나누어 다양한 예술작품과 영감 가득한 장소들을 볼 수 있었어요.



'모드 루이스'라는 작가는 '내 사랑'이라는 영화로 처음 알게 됐었는데, 아픈 환경 속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작가였던지라 이 책에 그녀의 집이 나오니까 반갑더라구요. 작은 집에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가득한 걸 보니 모드 루이스가 생전에 집을 참 소중히 가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 곳곳에 가득 채워진 그림에서 애정이 느껴지더라구요. 



시카고의 '아트 온 더마트' 같은 대형 예술작품을 볼 때는 설치미술이 어디까지 가능한건지 내가 참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1만 제곱미터나 되는 건물 외벽을 통째로 대형 스크린으로 만들다니. 벤치에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관람하면 그 자체로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겠다 싶어서 한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연속이 아니라 대형 건물이 빽빽한 도심 한가운데서도 이런 예술이 가능하다니.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은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이책에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저 모아이 석상이 처음에는 섬의 평화를 기리려 만들었지만 차츰 원주민의 수가 늘어나면서 지배층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해요. 쥐 때문에 섬에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울창했던 숲이 황폐화됐고, 섬 밖을 나가지 못한 원주민들끼리 식인문화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어서 딱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안 드는 곳이네요. 그래도 모아이 석상의 저 독특한 모양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긴 해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 이 모아이 석상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는 진짜 생각지도 못했어요.



로버트 스미스슨의 나선형 방파제도 여행지 리스트에 픽 했어요. 끝없이 펼쳐진 하얀 호숫가의 나선형 방파제 위를 걸으면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하더라구요. 물이 말라서 새하얀 바닥이 드러난 드넓은 호수와 새파란 하늘 사이에 서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요. 이미 2020년에 50주년을 맞이한 대규모 작품이 시간의 시험을 견뎌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니. 자연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처럼 완성한 이 대지미술 작품을 실물로 보면 얼마나 감동적일까요.



브라질 열대우림 속에 '이뇨칭 미술관'도 생전 보지못한 스타일의 미술관이라 실물로 보고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미술관이 자리한 것 같았어요. 숲과 미술관이 통째로 하나의 예술작품같은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이뇨칭에 방문할 때 필수품은 지도래요. 워낙 규모가 크고 복잡해서 길을 잃기 쉽다고 하더라구요. 정말이지 한번쯤 꼭 가서 하루죙일 걸으며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요.



마녀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마법을 부렸다는 리투아니아 유오드크란테 외곽에 위치한 마녀들의 언덕 조각공원도 인상적이었어요. 나무로 조각된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나라의 정승이 생각나더라구요. 요나스 스타뉴스가 1979년 예술가들을 초대해 첫 조각 작품들을 만들게 했다는 데 현재는 100여점 정도가 있다네요.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사진을 더 찾아보니 나무 조각상이 가득한 공원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책에 담긴 수많은 장소들을 보다보니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 싶은 장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많다니 하면서 포스트잇을 엄청 붙였네요. 여행을 못 간지 좀 됐고, 지금 당장은 여행을 갈 여력도 안되서 책으로나마 마음을 달래볼 까 하고 읽었는데 도리어 여행욕구만 무럭무럭 커졌어요.



사진들을 보다보니 해당 장소나 작품이 너무 궁금해져서 사진이나 영상이 없나 더 찾아보기도 했어요. 체크해 둔 장소들이 모두 너무 멋지고 인상적이라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혼자 가는 것도 좋겠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들었어요. 직접 가보진 못했어도 책으로나마 어떤 장소들이 있는지 보고 나니 너무 즐겁더라구요. 혹,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술관 밖 예술여행'을 통해 전세계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된 영감 넘치는 장소 400곳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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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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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곤충까지 수 많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있는 식물은 연약한 것 같지만, 척박한 돌벽 틈 사이로도 꽃이 피는 걸 보면 한없이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식물의 쓸모에 따라 독초와 약초로 나누고, 잡초와 작물로 나누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사람의 시각으로 이름붙였을 뿐, 식물들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우리가 그러하듯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식물을 위한 변론'에서는 이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식물은 동물이 바다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이미 육지를 정복했고, 땅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번성한 생물이다. 식물 역시 지구 생명의 드라마에서 능동적인 등장인물 중 하나인 것이다.


​보통 우리는 교육과정에서 식물에 대해 광합성이나 식물의 형태에 대해 배운다. 내게도 식물은 보기에 좋지만 키우기는 어려운 다소 지루한 것이었다. 동물이나 곤충의 자연 다큐멘터리는 자주 봤지만 식물에 대한 건 잘 안보게 되었던 게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식물도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역동적 생물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우리와는 다른, 완전히 생경한 방식으로.


어떤 식물은 화학전을 벌이기도 한다. 마늘냉이가 분비하는 화학 혼합물은 식물에게 직접 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뿌리에 들러붙어 사는 균근균을 죽인다. 균근균은 식물이 토양에서 물과 양분을 얻기 위해 의존하는 곰팡이다. 균근균에 의존하는 식물들에게는 마늘냉이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이 큰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


생태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만약 새로운 침입종으로 인해 기존에 있던 식물군이 사라진다면, 그 식물을 먹이와 피난처로 삼는 곤충들과 그 곤충을 먹이로 삼는 새들까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나야 한다. 운이 나쁘면 멸종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침입종이 문제가 되는 건, 그 식물이 원래 있던 자생지에서는 다른 식물들도 그 식물이 뿜는 화학물질에 이미 오랜기간 적응을 했지만 그 식물을 처음 접하는 식물들에게는 전혀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4년째 가시박이라는 식물을 매해 베어내고 있다. 미국 외래종인데 엄청난 번식력으로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들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문제다.


식물의 형태는 주변 생명체에 맞춰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만들어진다. 베르가못 꽃의 형태는 벌새가 꿀을 먹을 때 새의 머리가 수분에 딱 알맞은 자리에 오도록 되어있다. 벌새에게 꿀을 제공하는 대신 벌새가 베르가못의 번식을 돕는 것이다.


곤충은 식물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분 매개자이지만 주위에 곤충이 없다면 동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무쿠나 홀토니이는 박쥐에게 번식의 역할을 맡기는데 박쥐는 초음파를 이용해 이 식물을 찾아 날아든다. 박쥐가 들러 꽃꿀을 먹을 때 꽃밥이 꺽이며 박쥐의 등에 꽃가루가 분출되는데, 박쥐가 한번 들른 꽃은 기판이 꺽여있기 때문에 초음파를 반사하는 방식이 달라져 박쥐가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 


식물은 식물대로 초음파를 다르게 반사해 박쥐가 다른 꽃을 찾게 만듬으로써 수분을 하고, 박쥐는 박쥐대로 꿀이 없는 꽃에 불필요하게 날아들 필요가 없고. 나는 곤충이나 동물과 이루어지는 이 절묘한 공생관계에 감탄했다.


게다가 어떤 식물은 심지어 수분 매개자를 속여 보상은 제공하지도 않고 이용만 한다. 세로페지아 산데르소니이는 기생파리의 먹이와 비슷한 냄새를 풍겨 기생파리를 꼬여내고, 꿀벌난초는 꽃의 모양이 암벌의 복부와 닮아 수벌이 날아들게 만든다. 기생파리는 먹이가 없음을 알고 꽃을 떠나지만 이미 온몸에 화분이 묻었으니 세로페지아에게는 손해 볼 게 없다. 꿀벌난초도 수벌이 속았음을 알았을 땐 이미 온몸에 화분이 묻은 뒤다. 실로 식물의 입장에서는 주는 것 없이 목적을 이룩한 셈인 것이다.


사람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주는 것 없이 이용만 하는 식물은 뭔가 이기적이게 보일수도 있지만, 자연은 선과 악이 없으니 손해를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하는 생존법칙이구나 했다. 식물의 번식 외에도 동물을 먹는 육식성 식물과 기생식물도 신기하긴 매한가지 였다. 특히 어떤 기생식물은 숙주에게 의지해 물과 양분을 얻는 일 뿐만 아니라 광합성하는 능력까지 폐기했다는 게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다른 식물에 저렇게까지 기생해서 살아간다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삼속 식물은 많은 작물의 흔한 기생체이다 보니 반발심 때문이었는지 사람들은 이 식물에게 마녀의 머리칼, 악마의 내장, 지옥의 덩굴이라는 화려한 별명을 붙여주었다.


자연계에서 식물이 어떤 식으로 다른 동식물들과 싸우고, 속이고, 공생하며 번식하고 생존하는지 일부나마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나니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들이 그저 먹이사슬 최하층의 수동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역동적인 생명체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물주기가 귀찮아서 말라죽어가는 고구마에게 미안해져서 물도 주고왔다. 평소 식물의 형태에 관심이 없었다면 아무래도 처음 보는 단어가 좀 있어서 그걸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덕분에 식물과 곤충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식물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식물을 위한 변론'을 통해 관찰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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