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시간 -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
한귀은 지음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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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림과 관련된 서적들처럼, 그림을 해석해 내거나 혹은 화가를 소개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림과 관련된 일상에서 오는 단상들을 모은 에세이일줄 알았다. 그렇게 추측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문학자 한귀은이라는 타이틀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소설. 하지만 구성적 아이디어가 참신한 소설. 그리고 기존의 소설과는 또 다른 방식의 소설 아닌 소설!


여자의 시간이라는 긴 여정 속 일상의 찰나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교묘하게 그림이 한컷 한컷 인서트처럼 들어간다. 이는 인물의 심경을 좀 더 섬세하게 짚어주기도 하고, 또는 환기시키기도 하며,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주변에서 끊임없이 변주를 일으키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그렇게 뻗어나가던 여자의 성장기는 10대부터 60대까지 뻗어나가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자신은 그 삶의 궤적 중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좌표설정을 하게끔 해주고, 이미 겪은 일 그리고 아직 겪지 않은 일과 앞으로 만날 시간에 대해 피드포워드 하게 해준다.


눈을 가린 사람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눈을 가린 그 자체에 있다.

흐망을 가지기 위해 우리는 종종 눈을 가리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명은도 마찬가지다. 지금 명은에게 절박한 것은 눈을 뜨고 세상의 화려함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고요히 자신에게 침잠하는 일이다. p40


롤랑 바르트는 이 세상의 이미지를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분명한 의미를 가진 단순한 스투디움(studium),

다른 하나는 복잡하고 당혹스럽고 단 하나의 의미로 읽히지 않는 푼크툼(punctum).

아이를 가진 여자의 이미지는 단연 푼크툼이다. p81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나현실의 나사이의 소통이 끊어지면서 생긴다. p93


상대의 침묵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302


눈에 띄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구성적 참신함에 기댄채 이야기를 짜맞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다소 구성이 이야기의 흐름에 저해가 된다거나, 작가의 과욕으로 인해 지식을 자랑하는 순간이 있을 법도 한데, 작가의 적절한 타이밍과 그 횟수가 무척이나 부드럽다.

이 전에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기존에 저자의 저서 <이별리뷰>를 볼 때에는 내적인 해석과 외적인 해석 중 지나치게 내적인 해석이 많은 듯 하여 조금 거슬린 것도 있다. 너무 섬세하고 미시적으로 접근한 것에는 박수를 보낼 법한 부분도 많았지만, 거시적으로 접근해 보았을 때 충분이 그 해석은 자기 중심적이며 모순적인 부분이 있기도 했다.


그 때도 다소 여성 중심적인 사고들이 남성 독자인 나로서는 아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게 있는가싶은 점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좀 더 무르 익었다는 면에서 그것이 여성의 시각이고, 여성들만의 특성이었기에 충분히 이해가능할 수 있었고, 덕분에 여성 나아가 인간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실망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삶이라는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인간적인 인류애까지 닿아있다는 점에서, ‘사랑의 보편적 의미까지 해석해내고 나아가 '신뢰' 등의 '사랑'과 접해있는 보편적 다른 가치까지 이끌어내며 그리고 있어 여운까지 깊게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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