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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정의 - 표창원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직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평점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뉴스 "정치" 부분을 새로고침하며 계속 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있었다' 과거형이다.
전 대한민국이 촛불로 들썩이던 그 당시, 나 역시 촛불을 들고 나가서 있어도 보았고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보태도 보았다.
그렇게 조금은 변화가 시작되는 대한민국이 되었구나 싶을 무렵...
그래봤자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으로
돌아 서 버린 지금, 어쩌다 뉴스를 보게 되더라도 '정치'면은 쳐다도 안 본다.
그렇게 정치와 멀어졌고, 멀어지고 싶은 지금...
왜 나는 이 책을 들고 읽게 되었을까?
국회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그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기때문이다.
표창원.
대부분 각자 비판이 빠진 비난만 난무하던 그 국회에서
표창원의 말에는 비판이 담겨 있었고, 생각이 담겨 있었고,
사죄가 담겨있었다.
옳다고 생각한 부분에 거침없이 던져지는 말과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부분에 마음 깊숙히 읊조리는 말에
저 사람이 누구지 하며 보게 되었던 기억.
그리고 그는 정치계를 떠나버렸다.
역시 대한민국 정치판에 이런 사람은 버티기 힘들었던거구나 싶었다.
게으른 정의

게으른 정의
제목부터 참... 마음을 울린다.
<게으른 정의>
프로파일링을 하듯 뜯어본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
게으른 정의
깨진 유리창
1:29:300 법칙 '하인리히 법칙'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같은 문제로 평균 29건의 부상 사고가 일어나고, 그 전에 역시 같은 문제로 300건의 경미한 사고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사례와 통계로 입증했다.
게으른 정의
이 법칙이 범죄학에서는 "사소한 불법이나 범법을 방치하면 강력 사건과 심각한 무질서가 초래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소개되고 각광 받았다고 한다.
깨진 유리창의 이론은 정치에서도 나타난다. 우리 나라 정치판 역시 사소함이 보수 정치의 몰락을 가져왔다.
언젠가 지인들과 이런 얘길 했다. 지금 보수는 보수가 아니라고...
어쩌면 민주당이 보수 자리에 앉고, 새로운 진보를 외치는 정당이 나타나야 할 때가 왔다고...
<게으른 정의>에서 표창원은 보수 정치의 몰락을 가져온 것으로 세 개의 깨진 유리창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일베'라고 불리는 일간베스트를 활용한 당시의 새누리당의 행태.
두 번째는 자유한국당의 무분별한 이념몰이, 색깔론.
세 번째는 진짜 이게 가능한가 싶었던, 종교의 정치화.
하나같이 나도 그 당시 보수 정당을 보며 왜 저러냐 싶었던 부분을 콕콕 짚어냈다.

게으른 정의
정치인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
1950년 메릴 플로드와 멜빈 드레셔가 정리하고 제시한 게임이론으로 핵심은 한 사람에게는 최선,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나만 털어놓고 상대방은 나를 믿고 입 다무는' 이기적인 선택의 가능성에 있다.
특히 서로 소통과 협력을 하지 못하는 분리, 격리 상태와 형사의 회유가 그 '가능성'을 극대화시킨다.
게으른 정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공범 두 명을 체포한 경우 한 명에게 다른 한 명의 추가 죄를 증언하면 너의 형량은 줄여주마 대신 네가 아무말 하지 않고, 다른 한 명이 너의 죄에 대해 증언을 하면 너는 형량이 늘어나게 될거야 라는 내용의 말을 한다.
그럼 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서로 배신이 난무하니 없는 죄도 만들어서 얘기 할 판... 하하.
이런 딜레마는 죄수 뿐 아닌 정치에서도 존재한다고 한다.
'정치인의 딜레마' 상황.
촛불집회 후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이전의 국회와는 다른 모습이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지금의 여당이 야당 시절 여당에게 퍼 부었던 그 말들을...
여당이 그때의 여당이었던 지금의 야당에게 똑같은 말들을 듣는걸 보고
뭘까... 사람이 잘 못 된건가 권력을 손에 얻으면 사람은 다 변하게 되는건가 싶었다.
결국은 '내로남불' 일 뿐.
그런 정치인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과거를 반성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그 용기가 지금의 정치인들에게는 없다는게 아쉬움이 남지만,
이 용기는 내게도 필요하지만...

게으른 정의
국회의 갑질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기력
1967년,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이 우울증의 원인을 찾는 연구의 일환으로 개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개들을 우리에 가두고 전기충격을 가해 한 그룹은 도주하거나 중단시킬 장치가 있는 환경에서 그리고 다른 그룹은 전기충격을 멈출 수 없는 환경에서 전기충격을 가했다. 아무 장치가 없는 우리에 갇혀 있던 개들은 고통스러운 전기충격을 그대로 당하는 '무기력한' 모습들을 보였다.
게으른 정의
지금이라면 동물학대로 비난받을 끔찍한 실험이지만, 이 실험은 '학습된 무기력'이
가정폭력 피해자가 왜 저항하거나 도망가지 못하고 폭력을 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실험으로 예를 들 수 있다.
이 '학습된 무기력' 역시 정치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국회가 '갑질' 방지법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들과 그들을 보좌하는 보좌진을 향한 갑질로
보좌진은 가슴으로 피눈물 흘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
비단 보좌진 뿐 아닌 이 세상의 을들은 그런 '학습된 무기력' 으로 그저 참거나 외면하는 현실.
을의 외침이 사회에 먹히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무기력은 없애 버려야 할 태도 중 하나 일 테지? 그것을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할 테고...
나는 왜 정치를 떠났나
'상설 전투장' 같았던 국회에서의 시간들
게으른 정의
여의도 프로파일링
정의의 최전선을 고민하다
정치와 정치질 사이
경찰청 범죄심리분석 자문위원, 대테러협상실무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중요 강력범죄 사건 및 미제사건에 대한 수사 분석을 지원했고, '프로파일러', '범죄분석전문가', '범죄심리학자'등으로 잘 알려진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였던 그가 교수직을 사직하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다 정치에서 은퇴한 이력이 있는 작가.
그가 정치에서 은퇴할 수 밖에 없던 여러가지 이유들이 정치를 모르는 내가 읽어도 어렵지 않게 잘 읽히는 책.
모른다고 지겨워서 더 이상은 쳐다 보기도 싫다고 외쳤던 정치 세계를 다시 한 번 제대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
표창원의 책이라 더 반가웠던 <게으른 정의>
한 번 읽어 보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