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상실의 상속
키란 데사이 지음, 김석희 옮김 / 이레 / 2008년 10월
절판


그렇게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용감한 행동을 하지 못했고, 그 대신 무기력함과 외로움은 비옥한 토양을 찾아냈다. 그는 날마다 점점 무거워지는 고독 속에 틀어박혔다. 고독은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주인이 되어 그를 납작 찌그러진 그림자로 만들어버렸다.-76쪽

인도는 보석 같은 색깔의 시킴 왕국을 집어삼켰다. 그들은 저 멀리 시킴의 푸른 산들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맛있는 오렌지가 났고, 알루 소령은 그곳에서 '블랙캣' 럼주를 밀수입했다. 칸첸중가 앞에 거미처럼 매달려 있는 수도원들은 칸첸중가와 너무 가까워서, 수도승들이 손만 뻗으면 산에 쌓인 눈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 나라는 샹그릴라를 찾는 여행자들과 옛날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서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그래서 파괴하기가 훨씬 더 쉬웠다.-234쪽

"너희 조상이 우리 나라에 와서 우리 빵을 가져갔으니까, 이젠 내가 우리 빵을 되찾으러 너희 나라에 온 거야."-246쪽

멀리 데라둔에서 온 바스마티 자루 속에 죽은 벌레 한 마리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그 벌레의 여행이 슬프고 놀라워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벌레의 여행은 그 자신의 여행을 생각나게 했다. 인도에는 바스마티를 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쌀을 먹을 수 있으려면 세계를 돌아다녀야 했다. 외국에서는 부자가 아니더라도 그 쌀을 실컷 먹을 수 있을 만큼 값이 쌌다. 그런데 그 쌀이 재배되는 고국으로 돌아가면 너무 비싸서 더 이상 쌀을 살 수가 없었다.-342-343쪽

하지만 이익은 나라들 사이의 격차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해야만 이익이 생긴다. 그들은 제3세계가 영원히 세 번째 세계에 머물도록 저주하고 있었다.-36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 열정에 중독된 427일 동안의 남미 방랑기 시즌 one
박민우 지음 / 플럼북스 / 2007년 7월
품절


나는 생각날 때마다 아주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그 실감나는 기억들에 휩싸여 간단한 스페인어로 탄성을 지르고 혼자 낄낄댔다. 그게 이 책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12쪽

인고의 시간이 지난 후에 멕시코 인들과 쓰잘머리 없는 잡담을 줄줄 늘어놓을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24쪽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도 타이밍이 필요하다. 멈칫거리면 늦는다. 생각하고 주저하는 시간은 짧지만, 후회는 길었다.-2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 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
이유경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절판


어쨌든 나는 발 딛는 세상을 넓혀갈수록 국경과 민족, 인종과 혈연 따위를 구분 짓고 가르는 게 다 쓸데없는 짓임을 절감하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그건 도리어 분쟁의 씨앗이 되어왔다. 왜냐하면 그 구분 짓기는 제국주의자들이 식미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한 행정 편의용으로 혹은 분열 정책을 구사하며 이간질할 때나 쓰는 짓거리였고, 다수 인종들이 소수 인종을 차별할 때나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31쪽

그러나 몇 명이 죽었고, 무엇이 파괴되었고, 어디가 공격을 받았고 등의 나열식 '분쟁 르포'엔 정치도, 역사도, 그리고 분쟁도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무기 성능을 나열하고 침략군의 보도 자료를 받아 적는 기사에 전쟁의 만행을 까발릴 공간은 존재하기 어렵다. 공분 없이, 분석 없이, 가해 주체를 지목하지도 발음하지도 않은 채 전달되는 점령과 파괴의 현장은 그냥 스팩터클한 게임 장면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주류 미디어의 이른바 분쟁 저널리즘이었고 사건 보도하듯 단순 깔끔하게 현장을 핥았던 게 바로 한국 언론의 분쟁 보도였다.-39쪽

"근본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극단주의가 문제다. 그들이 진정한 근본주의자들이 된다면 그런 폭력은 없을 것이며..."-143쪽

내가 만난 그들은 모두 깔끔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이마에 8대2 가르마를 매끈하게 빗어 넘긴 예의바른 신사들. 혹은 머리가 조금 벗겨진 깔끔한 매무새에 상대를 휘어잡는 정중하고 유창한 말솜씨. 그것도 아니면 권위적인 풍채에 인도의 빛나는 문화를 가르치려 드는 중년. 직업은 변호사 아니면 의사. 하나 더 있다. 그들 다수는 "나는 아무개이고 브라만"이라며 '브라만 카스트'를 자신의 소개 항목에 넣었다. 내가 지금 묘사한 이들은 모두 힌두 극우주의 그룹의 지도부들이다.-159쪽

바로 어제, 신경질 부리는 인도군의 총질에 아들을 잃고 혹은 아내를 잃고 목 놓아 통곡하는 집을 찾아도 고통 나눌 방법을 몰라 쩔쩔매는 이 무기력한 손님에게 그들은 차와 비스킷을 대접했다. 이제 막 다독거려 옷장 깊이 쑤셔 넣은 아픔을 다시 들쑤시러 찾아온 이방인에게도 그들은 없는 동전까지 긁어모아 시골 구멍가게에서 몇 달은 묵었음직한 비스킷을 사와서는 차와 함께 내밀었다. 나는 가시방석 위에 앉아 푸석푸석하지만 돌덩이 같은 그 비스킷을 차로 삼키곤 했다.-194-195쪽

자유라고는 눈곱 정도밖에 없는 '절대왕정 통치' 사회 네팔과,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한국 사회가 발포를 빼고 폭력적 진압 방식이 유사했다면 그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268쪽

인간이라는 게 아주 '작고 적은 것'만을 가지고도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내가 유목 생활 중 배웠다면, 나는 다시 인간이 얼마나 많이 가질 수 있고 또 가져야만 행복해 질 수 있는지를 '풍족한 사회' 한국에서 배웠다.-3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이 한 치라도 더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하고, 똥을 누려 해도 길게 줄을 서야 하는, 가난에 찌든 도시 변두리에 산다면 경찰에 끌려가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10쪽

두뇌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기관이 아니다. 우리는 손발만을 사용해야 하는 천민이다.-11쪽

세상에서 우리 애간장을 가장 많이 태우는 건 섹스가 아닙니다. 바로 돈입니다!-16쪽

마누라를 때리고 딸을 강간하는 것은 뭄바이 집단주택 단지에서 흔히 있는 일이야. 그렇다고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 인도 사람은 주변의 고통과 불행을 보면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고매한 능력을 갖고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뭄바이 사람답게 눈을 감고 귀를 막아라. 입도 다물고. 그럼 너도 나처럼 행복할 수 있을 게다.-1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ye 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요시무라 켄지 지음, 송수영 옮김 / 넥서스BOOKS / 2007년 7월
절판


여행지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스물여섯의 나는 그럴싸하게 나의 '삶'을 포장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내 마음 한구석엔 항상 '나의 여행'을 거부하는 내가 웅크리고 있다. 그들은 모두 용기를 내서 여행의 목적을 찾고 각자의 나라로 되돌아가지만 난 여전히 여기 홀로 남아 있다.
'나는 왜 여행을 떠난 것일까.' 매일 밤 잠들기 전, 묻고 또 묻지만 단 한 번도 그 답이 시원스레 떠오른 적은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72-73쪽

매일 밤하늘에 떠있는 달의 모양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본다. 오늘은 아름답고 둥근 보름달. 벌써 한 달이 흘렀다.-?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