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BE 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

 

출간 전 연재 6화_유대감을 상실한 북유럽 육아법

 

 

미국의 잡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ers>는 삶의 진정성 결핍, 유대감 결핍을 진단한 기사를 싣고 이렇게 마치고 있다.

 

 

근대사회의 산업 구조가 장기적인 웰빙을 희생하면서

소비를 극대화하도록 우리 삶을 조성해왔다.

 

과식하면서도 영양실조에 걸리고,

무엇이든 앉아서 생활하고,

햇빛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잠까지 빼앗긴 환경.

 

게다가 항상 경쟁에 쫓기며 불공평하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될 수 있는 일상.

 

진화한 영장류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이러한 환경으로 끌고 들어갔고,

그 결과는 끔찍했다.”

 

 

 

 

 

원시의 부족사회에 비해 발달한 근대사회가 인간을 소외하는 효과는 태어나자마자 시작해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수렵이나 채집을 주로 하던 사회에서 갓난아기들은 하루의 90% 이상을 엄마의 품에서 보낸다. 다른 영장류 동물과 마찬가지다.

 

영장류를 연구한 해리 할로우(Harry Harlow)라는 이름의 동물학자 겸 심리학자가 1950년대에 실시했던 악명 높은 실험을 상기해보면, 유아 시기 이런 종류의 접촉이 영장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다.

 

 

 

 

 

 

할로우는 먼저 붉은털원숭이들을 어미에게서 떼놓았다.

 

그런 다음 어미를 닮은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인형과 차가운 철망으로 얽어 만든 매력 없는 인형을 주고는, 이 두 어미 인형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철망으로 만든 인형에는 따뜻한 우유가 나오는 젖꼭지를 달아놓았다.

 

그러자 새끼 원숭이들은 재빨리 철망 인형에 설치한 우유만 챙겨 먹고는 금세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인형에 찰싹 달라붙더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환상이긴 하지만 애정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몸에 닿는 따뜻한 손길이라든가,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은 어린 영장류 동물의 건강에 너무나 중요하며, 인간도 거기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1970년대의 미국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기들과 직접 살을 맞대고 있는 시간은 겨우 전체의 16%에 지나지 않았다.

 

전통적인 사회였다면 거의 아동학대의 한 형태로 간주할 만한 수준이었다.

 

어린아이들을 혼자 자도록 내버려 두는 근대의 관행 역시 전통 사회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으리라.

 

 

 

 

 

 

1980년대에 행해진 미국 중산층 가정에 대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전체 어린이의 85%가 자기 방에서 홀로 자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위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의 경우 이 수치는 무려 95%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토록 많은 수의 어린아이들을 혼자 자도록 놔두는 사회는

인류 역사상 오직 미국을 포함한 북유럽뿐이다.

 

이러한 고립 때문에 많은 아이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각종 봉제 인형, 담요 등과 강렬한 유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이들이 봉제 인형과의 유착이라는 발달단계를 거치는 것은 오로지 북유럽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며, 다른 지역의 아이들은 바로 옆에서 자는 어른들에게 안전하게 보호받는 느낌을 얻는다.

 

 

 

 

 

 

서구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로는 아이들을 혼자 자게 하는 것이 그들이 자신을 달래도록(self-soothing)” 만들기 위함이라지만, 이것은 명백히 우리 인류의 진화에 역행하는 짓이다.

 

DNA98%를 침팬지와 공유하는 우리 인간은 영장류에 속하며, 영장류는 절대로 어린 새끼를 혼자 내버려 두는 법이 없다. 포식동물의 위협에 지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어린 새끼들도 이것을 본능적으로 아는지, 어두운 방에 혼자 남겨진 아이들은 매우 큰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을 달래도록하는 접근법을 과테말라에 사는 전통적인 마야 공동체의 관습과 비교해보자.

 

 

 

 

 

갓난아기와 아이들은 졸리면 그냥 잠들어버리고, 특별히 잠옷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담요나 봉제 인형 같은 전통적인 이행대상을 사용하지도 않으며,

같은 방에서 부모나 형제들과 함께 잠자고

아침에 해 뜰 때까지 필요한 경우에만 젖을 먹인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문화를 연구한 뒤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부모들은 갓난아이가 어떤 환경에서라도 잠들 수 있는 능력을

가능한 한 빨리 습득하도록 북돋워 준다.

 

자극이 아주 높은 환경이라든지,

악을 연주하고 있거나 다른 요란한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등,

성인들의 사회적 활동 속으로 아이들이 좀 더 완전하게 스며들도록

도와주는 제반 환경이 여기에 포함된다.”

 

 

 

 

 

 

과연 지금의 사회가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진화해온 방향에서 얼마나 역행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서양 문화권에는 없는 우리의 포대기문화는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주목할 점은 서구 사회에서도 개량된 우리의 포대기(아기끈)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 사회가 선진화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문화가 인간 본성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더불어 사는 사회, 유대감 넘치는 공동체를 위해서 말이다.

    

 

*이행대상: 유아가 처음으로 갖게 되는 내가 아닌(Not-me)’ 소유물. 아이가 사랑의 일차적 대상(주로 어머니)과 감정적으로 분리되는 과정, 즉 잠자리에 들 때나 아플 때 집어 들고 만지작거리며 손에 꼭 쥐는 친숙한 장난감이라든지 엄마의 젖가슴 같은 담요 조각을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