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도 쉬고 싶다

도깨비 아부지 ㅣ 내친구 작은거인 14
이상배 지음, 한태희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8월

‘도깨비 아부지’를 읽고

아빠는 진급을 하여 과장님이 되셨다. 일에 매달려 점점 여유가 없고 식구들과 함께 어울릴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예전에는 그래도 아이랑 놀아주기도 했지만 점점 그렇지 못하고 일에 치여 산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아빠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무작정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시골로 간다. 그곳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다.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시절, 눈물나게 그리운 어린 시절로 돌아가 향수에 젖는다. 그 때는 도깨비 이야기도 많이 듣고 좋았다. 도깨비가 주었다며 잃어버린 신발을 다시 사다주신 아버지 고마움을 깨닫기도 한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옛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아빠는 마음이 푸근해지고 느긋해진다. 바쁜 도시생활은 잊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사이 행방이 묘연한 아빠를 찾아 아이와 아내는 분주하다. 차근차근 아빠가 갈 만한 곳을 찾아본다. 회사 근처, 하물며 결혼전 자주 가던 곳까지 물색을 한다. 하지만 아빠는 없다. 연락두절이다. 다만 이상한 전화가 올 뿐이다. ‘캴캴캴???’하고 이상하게 웃는 소리만 요란한 휴대폰 전화. 그 것은 사실 아빠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도깨들이 주워들고 이상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장난을 거는 거였다. 하지만 아이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 아빠라고 인정을 한다. 평소에 아이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빠가 그렇게 웃었다는 걸 아이는 알기 때문이다.

캴캴캴???. 이 웃음소리는 아무나 못 내는 웃음소리다. 점잖은 사람이 그렇게 소리 내어 요상하게 웃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유머를 알고 여유를 알고 마음이 느긋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웃음소리다. 캴캴캴???. 장난기가 다분한 소리다. 딱딱하게 인상을 쓰고는 도저히 웃지 못하는 소리다. 아빠는 시골로 돌아가서야 비로소 자유롭고 여유로운 웃음소리를 찾은 것 같다. 비록 그 소리는 도깨비가 낸 것이지만 상징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만큼 휴식과 여유가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와 아내는 시골로 간다. 아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캴캴캴??? 웃음소리 들리는 그곳으로 간다.

사실 이 책에 도깨비가 등장한다는 것은 마음에 무언가 정서를 불러다주는 것과 같다. 도심 속 지친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도깨비 담배 피는 시절 같은, 그러한 시절을 그리워해보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야기는 환타지적인 요소를 띤다. 요즘과 같은 세상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도깨비가 출몰하여 휴대폰을 신기해하고 장난감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다. 도깨비 하면 무서운 이미지가 먼저인데 여기서는 귀엽고 아이 같은 그런 이미지로 나온다. 아무튼 도깨비가 다시 등장을 하니 새로웠다. 모처럼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골집에서 행복했을 것이다. 게다가  ‘아부지’란 말은 또 얼마나 친근한 말인가. 편안한 말, 편안한 장소, 편안한 시간....아빠가 원하는 것, 찾아간 곳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고향은 영원하다, 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몸은 객지에 나와 살아도 사람들은 늘 고향으로 돌아가곤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명절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다 그런 심리인 것 같다. 나서 자란 곳. 정서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되었던 곳, 그런 곳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은 그만큼 지금 사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어려울수록 좋았던 때를 기억하려는 습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런 마음의 고향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터이다.언제든 가서 위로를 받고 쉼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 무지개, 2006 

용기를 내봐

틀려도 괜찮아 ㅣ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틀려도 괜찮아’를 다시 읽고

그림이 참 강렬하고 힘이 있다. 터치가 느껴진다. 선이 굵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있다. 마치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몰르는 것처럼 튕겨져 나가려고 한다. 괜찮아. 사실 괜찮아, 라고 말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괜찮다고 말하기도 전에 화를 낼 것이다. 괜찮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 배우러 간다. 다들 모여서 공부를 한다. 발표력이 있어서 용감하게 손을 번쩍 들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답이 틀려도 좋으니까 일단 손을 들고 저요, 를 외친 다음 선생님이 시키면 말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손을 드는 것조차 힘겨운 싸움이다. 손을 들까 말까. 망설여진다. 답을 틀리게 말하면 어쩌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용기를 내본다.

누구나가 다 틀릴 수 있다고 위안하면서. 손을 들었다. 가슴이 벌렁벌렁 두근두근 떨려온다. 선생님이 시키셨다. 손을 드는 것도 힘이 드는데 거기다가 답을 말하라고 하신다. 얼굴은 빨개지고 심장은 쿵쾅쿵쾅. 뭐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튼 말을 했다. 아이의 수줍은 마음을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처음은 다 그렇게 시작을 하여도 자꾸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떨리지도 않고 당당하게 말을 하고 발표를 하게 될 것이다.

특정 부분을 강조하여 그림을 그린 것이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그 그림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담은 진짜 속마음일 것이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틀리지 않고 배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틀리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면서 자라는 것이리. 나 혼자 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알면 신경을 쓸 일이 아니다. 다들 그렇다고 생각하면 지나가는 한 과정일 뿐이다. 아이들은 그 배움의 과정에 있다. 그러므로 틀려도 괜찮은 것이다. 그런 마음을 잘 대변한 것이 이 그림책이다.

틀리는 일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한다. 무엇인가를 도전할 때 자꾸 틀릴 수 있다. 삶을 살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하고 실망하여 낙담하고 있을 것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틀릴 것이 두려워 손을 못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용기를 갖고 한 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는 더큰 용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런 후에 오는 성취감. 그것은 기쁨인 것이다. 자주 자주 틀릴 기회를 마련해주자. 아이들에게 혹은 나에게.

                                                                                                        @ 무지개, 2006

자연으로 돌아가

할머니 집에서 ㅣ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할머니 집에서‘를 읽고

그림이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아이가 그린 듯한 어설픈 그림들이 참 재미있고 인상적이다. 아이가 그림일기를 쓰듯이 제목도 그렇게 그려져 있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시골로 내려가 할머니랑 보내고 온다는 내용이다. 그 할머니네서 있었던 일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음은 먹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데 일주일마다 한번씩 시골 할머니를 찾아뵌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솔이는 할머니는 좋지만 할머니네 시골은 싫다고 한다. 친구도 없고 심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골에 솔이 감자가 생겼다. 그 솔이 감자를 캐러가야 했다. 할머니네는 진짜 시골답게 물건이나 밭에 심은 것들도 전부 흙냄새가 물씬 난다. 이웃에 사는 상구는 처음에는 촌뜨기라고 놀려댔는데 점점 그 상구하고도 친하게 지낸다. 소박한 이야기들이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재미를 더한다. 풋풋한 시골냄새가 많이 난다.

일단 그림이 너무 웃기고 재밌다. 한몫을 한다. 수건 쓰고 모자를 쓴 할머니의 호미를 든 모습은 영락없이 시골 할머니다. 감자 이야기, 망개 목걸이 이야기, 말 잘 듣는 호박이야기, 닭이 설사를 하는 이야기 등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시골 속 전원생활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조용한 분위기는 나지만 시골은 원래 자연이 숨쉬는 곳 아닌가. 나무며 밭의 야채, 채소며 풀, 짐승들이 날마다 합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상구도 밝은 모습으로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있다. 망개 목거리를 만들어 솔이에게 주는 모습은 참 싱그럽다. 설사 하는 닭을 위해 지렁이 메뚜기를 잡아다 주는 모습도 도시에서는 전혀 겪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새로운 일과 놀이를 찾고 하루를 보낸다. 자연과 더불어 삶을 터득해나가는 것이다. 소중한 우정도 맺고 어른들의 마음이 담긴 사랑도 배우고.

할머니댁을 자주 찾아가서 효도도 하고 아이에게 마음껏 땅과 흙냄새도 맡게 하니까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책을 통해서도 시골을 갔다 온 느낌이 드는데 직접 자주 가서 체험을 한다면 더욱 신나는 일이 될 것이다. 여유를 갖고 실천해 봐야겠다. 아이들에게는 자연학습도 되고 요즘 많은 도시적인 병,아토피니 뭐니 하는 것도 흙냄새를 맡으면 사라지지 않을까?

                                                                                @무지개, 2006

내가 그 사람이 되어

어떤 느낌일까?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어떤 느낌일까?’을 읽고

이 책은 그림책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가 있는데 안 보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눈을 감아본다. 그랬더니 많은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안 보인다는 건  대단하다고 여긴다. 반대로 보인다는 건 조금 밖에 못 듣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친구 중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친구도 있다. 그래서 귀를 막고 안들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알아본다. 그랬더니 보이지 않던 엄마의 얼굴의 점이 잘 보였다. 그래서 안 들린다는 것은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니 대단하다고 느낀다. 들린다는 것은 조금밖에 볼 수 없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또 하나의 친구는 아빠가 안 계신다, 그래서 그 느낌이 어떤지 궁금해서 쓸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보니까 다른 때보다 생각이 백배는 더 떠올랐다고 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참 대단하다고 했다.

친구들은 내가 느낌을 물을 때마다 하나같이 이상하다고 하고 생각이 너무 많다고 하고 학자 같다고도 했다. 나는 비로소 내가 대단한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을 한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생각 없이 글을 따라 읽다가 맨 나중에 가서야 나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가졌구나, 놀라게 된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나가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한 반대 상황을 잘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을 해보면 상대방의 처지를 더 잘 이해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흔히 의사소통이 안 될 때 그래서 싸울 때는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때가 많은 것이다. 그러는 의미에서 서로를 존중해주고 이해해 주고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살아가면서 마음을 좀더 넓게 열어놓고 느낌을 받아들이면 더 많은 세상을 보게 되고 듣게 되고 알게 될 것이다.

유쾌한 바나나

바나나가 뭐예유?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바나나가 뭐예유‘를 읽고

어느 마을의 오래된 이야기다. 그 마을에는 수박도 크고 참외도 아주 컸다. 그래서 수박은 여럿이서 들어야 옮길 수가 있을 정도고 참외도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러 먹다가 남겨야 할 정도로 컸다. 수박은 높은 곳에서 자라는데 가끔 서리를 하는 애들이 있어서 수박을 잘못하여 떨어뜨릴 때쯤이면 사람들이 그 수박에 깔리지 않으려고 다들 피하고 야단이었다. 수박을 서리해도 어른들은 뭐라고 말을 하 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동네에서 나는 수박과 참외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인 줄 알고 있다. 다른 과일은 보지를 못했으니까.

그런데 서울로 이사를 간 한 청년이 어느 날 그 마을에 갔다. 때 빼고 광낸 얼굴로 나타나자 다들 놀란다. 더구나 수박보다 참외보다 더 맛있는 바나나가 있있다는 것을 얘기해준다. 사람들은 그 바나나를 한번만 먹어보았으면 한다. 오죽하면 어떤 어른은 그 바나나 먹고 싶다고 유언으로 남기고 떠나셨을까. 나중에 그 귀하고 맛난 바나나를 드시라고 산소에 갖다 놓는 그 장면은 너무나 진지하여 또 눈물겹다. 그렇게 바나나는 그 마을에 전해졌다. 맛있는 건 바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가 있었다.

그 마을을 지나던 트럭 한대가 뒤집히면서 바나나가 다 쏟아진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바나나를 만난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모여 그 바나나를 가지고 집으로들 갔다. 그러나 그 바나나를 어떻게 먹을지를 몰라 끓이기도 하고 며칠 씩 어딘가 속에도 넣어보고 단지에도 두어보고 며칠간을 두었다가 먹어야 맛있다며 다들 열을 올렸다. 한편 경찰은 그 트럭에 있던 바나나를 보지 못했냐며 사람들을 닥달하는데 증거가 없는 것이다. 다들 모른다며 시치미를 뗐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하여 그 동네 바나나 사건은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함부로 입을 열어 그 바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훗날 친구들과 만난 작가는 바나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기로 하였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특히 구수한 사투리가 일품이다. 너무 코믹하고 흥미진진하다. 너무 웃기는 장면이 많다. 어쩜 그렇게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시는지. 유쾌한 이야기다. 그랬시유, 저랬시유. 충청도 사람들은 사투리가 부드러우면서도 능청스럽고 유머 있다. 어른들이 그런 사투리를 쓰면 장난하는 것 같아 너무 재밌다. 이 책의 사투리들은 시종일관 너무 배꼽 잡는다. 큭큭큭. 아무튼 이런 동화책을 읽을 때도 있으니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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