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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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을 읽고

 

너무 아름답고 슬프고 감동적인 책이었다. 아,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이 묵직함이란. 슬픔을 담고 있어서 마음이 시려 와도 너무나 맑고 순수하면 아름다운 것일까. 어린 낙타와의 우정이 그런 간절한 사랑이 이토록 슬프게 그려지다니. 흑흑 울고 말았다. 그토록 함께 하기를 원했는데 낙타는 캐러멜은 저 하늘의 별이 되었다.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너무나 연약한 작은 소년. 그 소년 코리에게 유일한 친구는 캐러멜이었다. 그런 캐러멜이 죽게 된 것이다.


사하라위 난민들은 조국땅을 등지고 뜨겁고 삭막한 사막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난민촌에서 가족들과 어렵게 사는 코리. 코리에게 어린 낙타 캐러맬은 소중한 존재였다. 캐러멜의 말을 받아 적으려고 글씨까지 배우는 코리. 캐러멜이 뱉은 말은 모두 시가 되었다.

“하늘의 점잖은 어른들은 까만 밤이 펼쳐지면 성냥으로 얼음 호롱불을 밝히지요” (P.32)

“해와 달이 사랑해서 하늘에서 만나요” (P.42)

“구름 속에는 솜풀을 뜯고 하늘의 우물을 마시는 새하얀 낙타가 있고

해님 속에는 불꽃 풀을 뜯고 하늘의 우물을 마시는 황금빛 낙타가 있지요“ (P.46)

코리는 캐러멜과 이렇게 글쓰기를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기근이 몰려왔다. 코리의 삼촌은 희생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했다. 그 제물은 캐러멜이었다. 코리의 사랑하는 낙타라는 것은 누구나가 알지만 그래서 피해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들 우는 마음으로 결정을 했다. 코리는 모든 것을 끊고 슬피 울었다. 그리고 결심한 듯 캐러멜을 데리고 한밤중 떠난다. 남쪽으로. 하지만 길은 가도가도 사막이었다. 캐러멜이 말을 했다.

“이건 내가 우리 엄마 뱃속에서 꿈꾼 땅이 아니야.

이건 들판이 아니야. 이건 강이 아니야.

이 외로움은 죽은 거야. 달콤한 풀들의 쓸쓸함이 아니야.

내 가슴은 남쪽으로 가라고 하지만 내 코는 풀 냄새도, 물 냄새도.

나무로 둘러싸인 정겨운 언덕 냄새도 맡지 못해.

우리는 길을 잃었어, 작은 코리.

하지만 나의 샘물은 너고,

너의 풀은 나야. “ (P.67-68)

감동을 받은 코리. 하지만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다행히 길을 잃었을 때 삼촌을 만나 집으로 왔다. 하지만 캐러멜은 예정대로 희생 제물로 드려졌다. 모두가 울었다. 마지막으로 캐러멜의 말을 받아쓴 코리.

내 생명이 꺼진다고 눈물짓지 마. 우리가 함께 산 날을 생각해.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난 너의 기억을 안고 하늘의 초원으로 가는 거야. 네가 사는 동안 난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게. 넌 아직 알 수 없지만 네가 밤을 맞으면 너도 그것을 이해할 거야. 작은 코리, 내 하나뿐인 친구.......“ (p.78-79)


코리는 장애를 딛고 어른이 되었다. 그는 시인이 되어서 생각했다. ‘저기 캐러멜이 있구나, 저들의 힘 속에, 저들의 삶 속에.’라고. 캐러멜의 말을 받아 쓴 것 뿐인데 그게 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코리. 캐러멜의 말을 참으로 진지하게 받아 썼던 코리. 노트에 받아 적는 그 모습은 매우 경건하여 인상적이었다. 시인은 무릇 그래야 하는 것처럼 특별한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었다.


작가 곤살로 모루에는 스페인 사람인데 사하라위족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글을 썼다고 한다. 그 민족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 폭력 없이 26년간이나 인내심을 가지고 사막에서 살고 있는데 무엇보다 천진난만함을 가지고 있는 사하라위족 어린이들 때문이란다.  맑은 영혼을 가진 어린이들. 이 책의 주인공인 코리는 장애을 가지고 살면서 낙타와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로 나오는 것이다.


작가는 난민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코리가 사막에서 길을 잃었듯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서글픈 길 위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코리가 시를 써서 아름다움을 보여줬듯이 작가는 이야기를 절망으로 끝내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비록 종교적인 관습 때문에 사랑하는 캐러멜은 잃었지만 사랑의 힘은 승화되어 장애를 딛고 일어서게 하였고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시인이 되었다. 안녕, 캐러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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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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